"언제까지 일할 생각이에요?" 출근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받게 된 질문에 잠시 당황하여 네? 하고 되묻자, 조금 더 자세한 사례를 담은 물음이 되돌아왔다. 보통 결혼을 한다거나 아이를 가진다거나 하면 일을 그만두지 않냐고. 여자는 그런 걸 미리 생각해두고 일을 시작하지 않느냐고. 애써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표정을 가다듬고 웃으며 답했다. 저는 결혼할 생각 없는데요? 하고. 금세 이야기는 다른 화두로 넘어갔지만, 망연하고 당혹스러운 마음은 가시질 않았다. 같이 일을 하게 된 선배들은 아주 좋은 분들이다. 이토록 괜찮은 분위기의 괜찮은 직장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말이 백퍼센트 진심일 정도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무의식에서 전해져 오는 사회제도의 차별적 발언들이 ..
오랜만에 대학가 번화로를 걷다가, 개와 고양이를 분양한다는 작은 펫숍에 들어가게 됐다. 그리고 경악. 저녁6시 쯤이었는데, 양 손에 감싸안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강아지들은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상태로 엎드려있고, 우아한 회색빛 털의 고양이 한마리는 계속 하악대며 유리문을 발톱으로 긁어대고 있었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대부분의 동물들이 한쪽 눈을 계속 불규칙적으로 깜박거렸다. 도저히 유리문 밖에서 그 모습을 계속 쳐다볼 수가 없어서 바로 가게를 뛰쳐나와 버렸다. 그 와중에도 여러 명의 사람들이 그 좁은 가게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고. 불특정다수가 쉼없이 오가는 그 협소한 공간에서, 고작 생후 몇 개월 된 아이들이 대체 얼마 만큼의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을까. 설령 좋은 환경으로 분양되어 간다고 해도..
어제 일부러 일찌감치 침대에 올랐지만,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한참을 이리저리 뒤척이다 가까스로 잠에 들었지만, 한 시간 단위로 계속 번뜩 눈을 뜨게 됐다. 밤새 굉장히 얕은 잠에 짓눌리며 불면에 시달렸다. 학창시절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어폰을 낀 채 아주 늦은 밤 특유의 저음으로 진행하던 그의 라디오를 듣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도 귓가에 들려오는 듯한 마왕 특유의 조소 어린 말투도, 그 말투의 이면에 깔려있던 많은 것들에 대한 애정도, 생방을 하기만 하면 방송사고를 내지 않기 위해 수없이 삐- 소리를 넣으며 필사적인 노력을 해야만 했던 피디를 놀려먹던 그의 웃음도. 십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그 시간에 그 주파수를 맞추면 그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고스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자기정체성 뚜..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주였다. 망상이라 치부하고 싶던, 아니기를 간절히 바랐던 일을 두 눈으로 마주했을 때 그 기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나는 위로받는 게 많이 서툴다. 스스로 위로를 바라기만 한다면 주변에 위로를 해줄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굳이 나서서 타인에게 기댈 필요가 있냐는 생각을 먼저 해버린다. 그래서 정말 위로가 필요했던 순간, 사무치게 외로웠다. 날씨까지 갑작스레 추워지는 바람에 외로움과 추위가 섞여 뼛속까지 시려왔다. 지금은 괜찮아졌다고 표현해야 하나... 그냥 무던해졌다. 내내 생각했던 한 문장은 Life goes on. 아무리 그래도 인생은 흘러간다는 거. 개개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일상의 모습 그대로 흘러간다. 그 사실이 야속하기도 허무하기..
진짜로......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