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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주절/Deeply

반려동물 입양

누비` 2014. 12. 8. 22:53


오랜만에 대학가 번화로를 걷다가, 개와 고양이를 분양한다는 작은 펫숍에 들어가게 됐다. 그리고 경악. 저녁6시 쯤이었는데, 양 손에 감싸안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강아지들은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상태로 엎드려있고, 우아한 회색빛 털의 고양이 한마리는 계속 하악대며 유리문을 발톱으로 긁어대고 있었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대부분의 동물들이 한쪽 눈을 계속 불규칙적으로 깜박거렸다. 도저히 유리문 밖에서 그 모습을 계속 쳐다볼 수가 없어서 바로 가게를 뛰쳐나와 버렸다. 그 와중에도 여러 명의 사람들이 그 좁은 가게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고.



불특정다수가 쉼없이 오가는 그 협소한 공간에서, 고작 생후 몇 개월 된 아이들이 대체 얼마 만큼의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을까. 설령 좋은 환경으로 분양되어 간다고 해도,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을까.



우리 집은 엄마가 동물을 썩 좋아하지 않아서, 지금까지 기른 동물이라고 해도 기껏해야 금붕어 너댓마리였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작은 생명체가 내 손 안에서 오롯이 나의 책임 아래에 놓여있다는 생각이 아주 부담스러워서 반려동물을 들이는 것에 대해 썩 내켜하지 않았다. 아주 최근 들어서야 어느 정도 반려동물을 책임지고 기를만한 가정환경이 만들어져서 슬슬 입양을 고려하고 있는 중이다.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입양은 다른 집에서 낳은 새끼들을 분양받는 건데, 이게 또 쉬운 일이 결코 아니라서 잘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아무튼 지금 온가족이 진지하게 고민하며 각자의 책임에 대해 배우고 이해하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분양소의 스트레스 잔뜩 받은 아이들을 만나고 오니 마음이 너무 무겁다. 웹툰이 활성화된 이후로 줄곧 반려동물과 관련된 일상툰을 재미있게 챙겨보며 간접경험을 해봤기에 더욱 그 아픔이 와닿는다. 살아있는 생명은 '물건'이 아닌데도, 돈을 매개로서 사고파는 행위 속에 녹아들다보니 저마다에게 가격이 매겨져 인간의 소유물로 취급받는 풍조가 괴롭다. 인식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해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면,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이 옳다.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다. 



머지 않은 미래에 어떤 아이의 가족이 될 수 있는 위치에 서보니,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아파하게 된다. 정말로 가족이 된다면 더욱 예민하게 굴 것 같다. 글이 엉망진창이긴 하지만 하고 싶었던 말은, 유동인구가 과하게 많은 장소에서의 동물분양가게는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는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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