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카메론 미첼 내한 공연in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 2024.12.25 4시 한국 땅에서 미첼의 무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니. 헤드헤즈로서 6년 만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좋은 자리를 잡아서 쾌적하고 가까운 자리에서 빵빵한 음향으로 황홀하게 이 기적 같은 재회를 만끽할 수 있었다. 그가 사랑하는 데이빗 보위의 노래를 부르는 얼굴이, 내가 사랑하는 헤드윅의 넘버를 부르는 표정이, 음악을 너무나 사랑하는 락앤롤러의 눈빛이 너무도 찬란하다. 2시간 내내 그의 얼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짜릿한 락앤롤을 두 귀와 온 영혼으로 받아들였다. 내 심장을 뛰게 만드는 음악이여. Tear Me Down, Sugar Daddy, Wicked Little Town, The Origin of Lo..

베로나의 두 신사in 여행자극장, 2024.12.23 7시반 유혜림 프로테우스, 김하연 발렌타인, 안미혜 줄리아, 유채온 실비아, 이하 원캐. 박하진 공작, 김은희 안토니오/수리오, 박정민 란스, 김수정 스피드, 정인혜 판티노/에글러무어, 황수연 루체타. 허시어터 뉴스레터 소개글 보고 바로 예매한 작품. 극 소개 문구에 가 언급되어 있어서 창조주도 어렵지 않게 모시고 올 수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여성 국극에서 따온 영감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고전의 한계를 여러 가지 요소를 통해 비판하고 넘어선다. 성별의 제약이 없고 무대와 객석의 경계선이 옅은 덕분에, 13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롯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다. n막 n장을 안내하며 장면을 시작하는 연출과 "셰익스피어 형님이 부여한 역할..

시라노in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2024.12.06 7시반 조형균 시라노, 나하나 록산, 임준혁 크리스티앙, 이하 원캐. 시라노 삼연 총첫공. 시라노 초재삼연 28차 관극. 시라노가 돌아왔다! 그렇지만 나의 시라노는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사랑했던 극으로 돌아오지도 않았다. 내가 좋아했던 넘버들도 돌아오지 못했다. 눈물은 흘렸으나 5년 전, 7년 전의 감정과는 사뭇 달랐다. 어떤 재회는 벅차올랐고 어떤 변화는 헛헛함을 자아냈다. 빈틈없이 꽉꽉 채워 넣은 개연성은 이해도와 피로도를 동시에 높였다. 새롭게 추가된 설정들을 기억하고 기록하느라 흥분했지만, 나의 영혼을 뒤흔들던 시라노가 돌아오지 않았음에 못내 슬퍼졌다. '달토끼였던' 관객으로서, 초연과도 재연과도 다른 극이 되어버린 삼연의 시라노가 반갑고..

긴긴밤in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2관, 2024.11.29 8시이형훈 노든, 이정화 펭귄, 박근식 앙가부/웜보, 이규학 치쿠.관극을 안 하다 버릇하니 예매창을 뺀질나게 들락날락거리는데도 실결까지 도달하지가 않더라. 마지막 티켓팅까지 망하고 나서야 경각심을 가지고 결제를 질렀고, 정말 잘 한 선택이었다. 오랜만의 댕로 방문에 익숙한 카페를 택해 여행기를 쓰는데 더 익숙한 얼굴이 찾아왔다. 덕분에 반가운 얼굴들과 맛있는 저녁을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객석에 앉을 수 있었다. 지금 내 곁의 사람들이 누구인가에 대한 생생한 사례가 된 이 만남으로 인해 극이 더 풍성하게 다가왔다. "혼자가 된다는 건 죽음보다 무서운 거야""나한테는 노든이 나의 가장 반짝이는 것이에요"아기 펭귄을 키운 코뿔소. 동물들이 주인공인 원작..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in 예스24스테이지 3관, 2024.10.11 8시 곽동연 에스터, 박정복 밸, 정재원 무대조감독. 고기기 자첫자막. 올해 첫 관극이 연극 였기 때문에, 라는 극 제목을 보자마자 반드시 관극하리라는 결심을 했더랬다. 원래 1차 오픈 때 자리를 잡아 뒀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관극이 늦어진 편이다. 오랜만에 보는 고정페어여서 안정감 있는 호흡을 볼 수 있었다. 간만에 앉은 중블 1열에서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를 지켜보고 함께 호흡할 수 있어 즐거웠고. 자리가 너무 가까운 나머지, 낡은 의상을 털 때 날리는 먼지와 열렬한 대사 처리로 튀는 배우들의 침까지 4D로 체험했다. 역시 자리가 좋아야 관극에 몰입이 잘 된다. 를 보지 않았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극이다. 하지만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