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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메론 미첼 내한 공연
in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 2024.12.25 4시

 

 
한국 땅에서 미첼의 무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니. 헤드헤즈로서 6년 만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좋은 자리를 잡아서 쾌적하고 가까운 자리에서 빵빵한 음향으로 황홀하게 이 기적 같은 재회를 만끽할 수 있었다. 그가 사랑하는 데이빗 보위의 노래를 부르는 얼굴이, 내가 사랑하는 헤드윅의 넘버를 부르는 표정이, 음악을 너무나 사랑하는 락앤롤러의 눈빛이 너무도 찬란하다. 2시간 내내 그의 얼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짜릿한 락앤롤을 두 귀와 온 영혼으로 받아들였다. 내 심장을 뛰게 만드는 음악이여.
 

 
Tear Me Down, Sugar Daddy, Wicked Little Town, The Origin of Love, Wig In A Box, Midnight Radio... 그리고 앵콜의 The Long Grift와 슈가대디, 올진럽까지. 헤드윅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마다 영혼이 뜨겁게 울린다. 미첼의 헤드윅을 두 귀로, 두 눈으로 다시 마주하게 되다니. 하. 충만한 행복감이 차오른다. 공연도 보고 싶다. 헤드윅이 보고 싶다. 내년이 한국 공연 20주년인데 왜때문에 라인업에 헤뒥이 없는 거죠, 쇼노트?
 

@shownote

 
언어는 장벽이 아니다. 6년 전의 미첼콘에서 그러했듯, 마욤드윅의 모든 무대마다 그러했듯, 이 자명한 사실이 이 무대에서도 매 순간 느껴진다. 한국어로 부르던 가곡을 영어로 번안해서 부르기도 하고, 헤드윅의 넘버들을 미첼과 연드윅과 제츠학이 영어와 한국어를 뒤섞어 쏟아내기도 한다. 음악은 그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기에. (2018년 미첼콘 후기)
 
팬레터 낭독의 끝 이것이 내가 무대에 서있는 이유라고 말하는 미첼의 얼굴, 이내 이어지는 올진럽의 반주가 눈물을 펑펑 쏟게 만든다. 연드윅의 제안으로 앵콜에서 어쿠스틱 버전 올진럽을 세 배우가 나란히 앉아 부르는 장면도 찬란하게 아름답다. 가장 사랑하는 이 넘버만으로도 이번 크리스마스는 완벽하다. 
 

 
너는 그 자체로 완벽하다고 말해주는, 힘들 때는 내 목소리를 따라오라 손을 내밀어주는, 락스타들의 호명 끝에 객석 하나하나를 가리키며 응원을 건네는, 차별 앞에선 엉덩이를 까고 조롱하지만 외로운 이에게는 그 누구보다 따뜻한, 수많은 헤드윅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앞서서 가장 눈부시게 빛나는 미첼의 헤드윅. 부디 아름다운 그대를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길 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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