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리아드in 예스24아트원 2관, 2024.07.20 3시 최재웅 나레이터, 드럼 서수진 뮤즈. 전캐를 찍었던 극이 돌아왔으니 재연을 한 번은 봐야겠다 싶어서 객석에 앉았다. 초연에 비해 작아진 무대와 달라진 뮤즈가 조금 생경했지만, 여전히 능숙하게 관객과 이야기를 쥐락펴락하는 웅나레의 안내에 편안하게 몸을 맡길 수 있었다. 웅나레가 내뱉는 첫 소절에 전율이 일었고, 트로이의 찰나를 설명하기 위해 다른 전쟁의 사례를 끌어오다가 끝내 인류사의 대형 전쟁들을 나열하고 마는 장면에서 눈물이 치밀어 올랐다. 초연보다 더 강하고 뜨겁게 내뱉는 이름 하나하나가 심장에 박힌다. 3년 전보다 더 늘어난 대사에 아득한 절망이 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과거의 내가 초연 후기를 잘 써놨더라. 작..

에밀in 예스24스테이지 3관, 2024.07.18 8시 박영수 에밀 졸라, 김인성 클로드. 슈에밀, 린클로드. 라는 글로 유명한 작가 에밀 졸라를 다룬 창작극이 올라온다기에 꼭 보고 싶었다. 개막 이후에는 나름 쫀쫀한 텍스트를 보유한 2인극이라는 평이 나왔기에, 연극 을 좋아했던 관객으로서 한층 두근거렸다. 물론 연극이 아닌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한계 또한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터라 지나친 기대는 하지 않고 객석에 앉았다. 아쉽게도 관극하는 동안 특별히 가슴이 뛰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무대예술의 매력이 무엇이었는가를 오랜만에 되새겼다. 분명히 '아주 잘 만든 극'은 아닌데, 지나친 미화나 우상화 대신 현실적인 고통을 앞세운 덕분인지 묘하게 마음을 이끄는 지점들이 있었다. 공연을 보며 눈물을 떨군 건 오..

음악극 섬:1933~2019in 정동극장, 2024.06.05 3시 백은혜 마리안느&고지선, 정인지 마가렛&백수선, 박슬기, 안창용, 김지혜, 이시안, 김리현, 신진경, 박세훈, 이민규, 정소리, 김승용 목소리들.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배제되고 밀려난 이들에게도 저마다의 이야기와 목소리가 있다. 강제로 침묵해야 했던 이들은 분명히 존재함에도 존재하지 못했다. 나도 여기 있다는 절규 어린 외침은 여전히 다수의 외면과 권력의 억압으로 짓눌리고 있다. 소위 말하는 '보통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리는 마땅한 권리를 요구할 뿐인데도, 특권이니 시혜니 하며 온갖 멸시와 혐오가 쏟아진다. 극 후반부의 토론회 장면은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 뛰쳐나가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 한 톨의 과장도 없는 위선 가득한 언어적,..

초선의원in 대학로 자유극장, 2024.05.12 2시 김준원 최수호, 윤지현 이명제, 김려은 민현수, 강신철 유격수, 정형렬 이석규, 도예준 문송면, 유일한 사장, 문수아 기자, 유태온 노동자. 초선의원 재연 총막. 초연 당시 놓쳐서 아쉬웠던 극인지라 총선 끝나고 꼭 챙겨보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 유야무야 예매를 미루다가 총막 전날이 다가오고 말았다. 이대로 보내면 두고두고 찝찝할 것 같아서 총막으로 자첫자막이라는 극악무도한 선택을 감행했다. 유쾌한 톤으로 툭툭 던지는 묵직한 이야기가 벅차고 힘겨웠다. 힘겹게 국회를 통과시킨 법률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하나에 휴지조각이 되고 마는, 36년 전과 다름 없는 작금의 현실이 아찔하다. "학생도 잘 살고 노동자도 잘 살고여성도 잘 ..

SEVENTEEN TOUR 'FOLLOW' AGAIN TO SEOULin 서울월드컵경기장, 2024.04.28 5시 드디어! 본다! 세븐틴! 작년 5월 십오야로 입덕할 때만 해도 가벼웠던 큐빅의 마음은, 무거워졌다가 튕겨 나왔다가 다시 깊어지기를 반복하며 자발적으로 단련되어 갔다. 음악의 신 활동을 챙기며 함박웃음을 짓고, 마마와 골디에서의 첫 대상 수상을 실시간으로 마주하며 벅찬 감정을 끌어안기도 했다. 기대가 드높았던 나나투어에 아쉬움을 느끼며 '십오야 입덕 나나투어 탈덕'의 기로에 서있던 즈음, 팔로우 콘서트 앵콜 오피셜이 떴다. 인더숲2나 나나투어 위버스 구매는 했어도 캐럿 멤버십 가입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입덕부정기 무지 길다. 이제 큐빅을 넘어 준캐럿이라 자칭하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