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베랜드 in 충무아트센터 블랙, 2023.07.21 3시 정희태 S, 정택운 마르틴/페데리코. 뮤지컬 하는 정택운에 슬슬 익숙해졌는데,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하는 정택운을 만날 수 있는 필모가 나왔다. 웨사도리로 연을 맺은 쇼노트와 다시 함께, 그것도 초연 연극을, 심지어 170분짜리 2인극을 한다니! 보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 쇼노트라는 제작사의 행태는 미워하지만, 쇼노트가 올리는 작품들은 대부분 취향이기에 극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공감은 어렵고 해석도 난해한 작품이었다. 극 중에 "모르겠어요" 라는 대사가 어마어마하게 자주 나와서 거의 노이로제처럼 귓가를 맴돌았다. 관객 각자의 해석을 유도하는 연출로 보이는데, 도리어 뚜렷하지 않은 인물들의 주관이 혼란과 모호함만 가..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in 한성아트홀 1관, 2023.07.08 3시 남명렬, 김영선, 김정환, 이한희, 신정은, 이진철, 김하진, 안병찬, 이세희, 김단경. The Tune. 명렬쌤 영업으로 예매했고, 덕분에 소설가 김말봉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 감사하다. 일제강점기 및 해방 직후를 치열하게 살아내셨던 여성 작가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전혀 모르고 살았던 과거가 부끄럽다. 해설자들의 말대로, 교과서에 실려 국민 누구나 알고 기억해야할 분이 아니신가. 해방 전에는 일본어로 글을 쓰라는 일제의 억압에 대표작 이후 붓을 꺾는다. 해방 후에는 공창제라는 일제의 잔재를 털어내기 위해 공창제 폐지를 위해 노력하고, 이 과정과 의의를 이라는 소설에 담아낸다. 누구보다 시대와 사회와 여성에게 관심과 애정이 많았던..

온 더 비트 in 대학로 TOM 2관, 2023.05.24 4시 윤나무 아드리앙. 초연 때 예매까지 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았던 극이라서, 퇴사 하자마자 마티네로 보러왔다! 어쩐지 근래의 관극들은 놓쳤던 작품을 찾아보는 게 대부분이네. 110분을 오롯이 혼자 이끌어가야 하는 1인극이어서 몹시 궁금했다. 살수선에서 만났던 윤트리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어서, 이 극 역시 트리아드리앙을 선택하게 됐다. 순수하고 직설적인 아드리앙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때로는 투박하고 가끔은 아름답지만 대체로 잔혹하다.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담백한 아드리앙의 궁금증 너머에 존재하는 '현실'이 무엇인지, 관객들은 능히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악의와 편견 없는 아드리앙의 말과 행동은 웃음을 이끌어..

12인의 성난 사람들 in 대학로 미마지아트센터 눈빛극장, 2023.05.09 7시반 이지혜, 이현경, 오재균, 방기범, 홍성호, 김용식, 김신영, 허준호, 민병욱, 최명경, 김서아, 박정민, 오륜. 워낙 고전이어서 한 번은 꼭 보고 싶었던 작품인데, 이제서야 연이 닿았다. 짜임새 있게 구성된 쫀쫀한 텍스트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집중할 수 있었다. 다수결의 원칙에 입각한 민주주의 체계에서 "소수"의 의견이 얼마나 가치 있는가를 고민해보게 만든다. 만장일치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 "조금만 더 대화를 나눠보자"는 고집스런 소수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미국의 사법제도에 약간의 부러움도 느꼈다. 명명백백하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흑과 백이라는 단호한 결론을 내는 이들 사이에서, "합리적인 의심"을 거둘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