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오늘 in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 2023.01.21 2시 오의식 남자1, 양경원 남자2. 초연 당시 실결까지 했었으나 연이 닿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재연이 돌아온 덕에 2023년 첫 관극을 하게 됐다. 50프로 탐셀이기도 해서 창조주를 모시고 갔는데, 양경원 배우의 찰떡같은 연기에 몹시 만족스러워하셨다. 두 배우 모두 다양한 지역의 사투리들을 맛깔나게 소화하면서, 다소 밋밋할 수 있었던 텍스트를 생동감 넘치게 표현했다. 의상과 분장, 어조와 동작만으로 인물이 완연히 달라지는 경험을 95분 내내 가열차게 할 수 있어 즐거웠다. "사투리는 참 음악 같지 않습니까? 가끔 뜻은 몰라도, 한민족 어디서 누가 들어도 다 아는, 음악 같지 않습니까?" 1920년대 주재소의 학생들, 1940년..
매년 돌아오는 관극정산 포스팅! 아직 올해의 마지막 관극을 하지는 않았지만, 처음으로 12월 말일에 관극을 하기 때문에 조금 일찍 글을 남긴다. 올해는 관극 횟수가 많이 줄었고, 연극의 비중이 대폭 상승한 해였다. 입덕 8년 차쯤 되니 볼만한 극은 다 봐서 슬슬 덕질이 시들해졌나 했으나, 12월의 관극들은 그 걱정이 무색하게 짜릿했다. 류배우님이 오유를 하지 않으신다니 내년도 아마 이 정도의 답보 상태를 유지할 것 같다. 강탈당한 류지킬/류하이드 막공주간 3회차... 그래도 1월에 두 번은 챙겨봐서 다행이야. 졸업했다 굳게 믿은 프랑켄 사연도 택앙/택괴 때문에 자첫자막 했다. 이제 진짜 그만 봐야지 했는데 날이 추워지니 자동으로 그리워지네, 북극. 기념으로 남겨보는 시라노 영화 시사회 당첨 인증샷. 시사..
오펀스 in 아트원씨어터 1관, 2022.12.24 7시 양소민 해롤드, 최유하 트릿, 최수진 필립. 연이 닿지 않아서 초재연을 다 놓친 극이어서 이번 시즌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보고 왔다. 재연에 이어 삼연에도 젠더프리 캐스팅을 한 데다가, 이번 시즌에는 여배 둘 남배 둘로 성비까지 완벽히 맞춰와서 고마웠다. "남성"의 이미지인 양복과 구두를 착용하고 소년이나 형이라는 호칭 등을 그대로 사용했으나, 마지막 장면의 대사 하나로 이야기를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이것이 바로 시대에 맞춰 생동하는 예술의 힘이지. 공연 시작 직전, 온전한 곳이 없는 집안 구석구석을 구경하며 무대 제작팀이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생각했다. 벽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스티커들과 지저분하게 늘어지고 찢어진 벽지, 살짝 가라앉은 천장..
빛나는 버러지 in 드림아트센터 4관, 2022.12.07 8시 오정택 올리, 최미소 질, 정다희 미스디. 덕질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분노를 야기하는 대상이 있다. 동시에 덕질을 하기 때문에 그 대상의 일부 요소를 기껍게 인정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늘 그렇듯 세상은 흑과 백으로만 나뉘지 않는다. 일을 못하는 회사는 소비자의 비판을 받아 마땅하나, 그럼에도 예술의 본질을 잊지 않는 제작사는 덕후로서 결코 비난할 수만은 없다. 달컴이 나에게 그런 존재다. 그들의 일처리에 못마땅한 기억이 없지 않으나, 그들이 아니었다면 한국에서 만날 수 없었을 좋은 작품들에 대한 고마움이 늘 앞선다. 그렇기에 여력이 되자마자 달컴 극을 실결하고 즐겁게 객석에 앉았다. 블랙코미디는 꽤나 어려운 장르다. 이도 저도 아니게 되..
일의 기쁨과 슬픔 in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2022.10.27 7시반 정원조 데이빗 외, 김유진 거북이알 외, 박동욱 케빈 외, 손성윤 윤정 외, 윤소희 안나 외, 임승범 구재 외, 김빛나 민희 외, 이현지 빛나 외, 김영욱 빈센트 외, 윤덕원 장우 외. 무겁지 않게 보고 나올 수 있는 극이다. 구 판교직장인으로써 익숙한 장소가 여러 차례 등장해서 조금 더 현실감이 높아졌다. 매번 읽어봐야지 생각만 했던 원작을 챙겨볼 때가 된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