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in 한성아트홀 1관, 2023.07.08 3시 남명렬, 김영선, 김정환, 이한희, 신정은, 이진철, 김하진, 안병찬, 이세희, 김단경. The Tune. 명렬쌤 영업으로 예매했고, 덕분에 소설가 김말봉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 감사하다. 일제강점기 및 해방 직후를 치열하게 살아내셨던 여성 작가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전혀 모르고 살았던 과거가 부끄럽다. 해설자들의 말대로, 교과서에 실려 국민 누구나 알고 기억해야할 분이 아니신가. 해방 전에는 일본어로 글을 쓰라는 일제의 억압에 대표작 이후 붓을 꺾는다. 해방 후에는 공창제라는 일제의 잔재를 털어내기 위해 공창제 폐지를 위해 노력하고, 이 과정과 의의를 이라는 소설에 담아낸다. 누구보다 시대와 사회와 여성에게 관심과 애정이 많았던..
온 더 비트 in 대학로 TOM 2관, 2023.05.24 4시 윤나무 아드리앙. 초연 때 예매까지 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았던 극이라서, 퇴사 하자마자 마티네로 보러왔다! 어쩐지 근래의 관극들은 놓쳤던 작품을 찾아보는 게 대부분이네. 110분을 오롯이 혼자 이끌어가야 하는 1인극이어서 몹시 궁금했다. 살수선에서 만났던 윤트리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어서, 이 극 역시 트리아드리앙을 선택하게 됐다. 순수하고 직설적인 아드리앙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때로는 투박하고 가끔은 아름답지만 대체로 잔혹하다.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담백한 아드리앙의 궁금증 너머에 존재하는 '현실'이 무엇인지, 관객들은 능히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악의와 편견 없는 아드리앙의 말과 행동은 웃음을 이끌어..
12인의 성난 사람들 in 대학로 미마지아트센터 눈빛극장, 2023.05.09 7시반 이지혜, 이현경, 오재균, 방기범, 홍성호, 김용식, 김신영, 허준호, 민병욱, 최명경, 김서아, 박정민, 오륜. 워낙 고전이어서 한 번은 꼭 보고 싶었던 작품인데, 이제서야 연이 닿았다. 짜임새 있게 구성된 쫀쫀한 텍스트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집중할 수 있었다. 다수결의 원칙에 입각한 민주주의 체계에서 "소수"의 의견이 얼마나 가치 있는가를 고민해보게 만든다. 만장일치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 "조금만 더 대화를 나눠보자"는 고집스런 소수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미국의 사법제도에 약간의 부러움도 느꼈다. 명명백백하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흑과 백이라는 단호한 결론을 내는 이들 사이에서, "합리적인 의심"을 거둘 수 ..
빵야 in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 2023.02.25 7시 문태유 빵야, 정운선 나나, 이하 원캐. 오대석, 이상은, 김세환, 김지혜, 진초록, 송영미, 최정우. 첫공 평이 워낙 좋아서 건축탐탐 강의 수강하러 마곡까지 가는 김에 자첫자막을 하기로 했다. 예매 당시 제일 앞이었던 g열을 잡았는데 객석에 들어가 보니 실3열이라서 깜짝 놀랐다. 잡동사니 가득한 소품실이라는 공간에서 발견되어 회고되는 파란만장한 이야기의 정취가 다정하여 슬펐고 담백하여 처참했다.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빵야의 역사가 괴롭고 처절한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극중극과 그 바깥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세상의 모든 총은 슬퍼" 실재했던 사실을 소재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오만한 행위의 위험성을, 나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