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 in 스콘 1관, 2023.12.22 8시 김세정 템플, 유연 엄마, 윤성원 칼락 외, 마현진 목사 외, 문경초 의사 외, 이종혁 찰스 피터 외, 정선기 교장선생님 외, 최미령 간호사 외. 세정템플 첫공, 연극 템플 자첫. 좋은 작품이라는 평을 많이 들어서 궁금했던 극인데, 레드북 안나로 호평을 얻었던 김세정 배우의 참여 소식에 냉큼 티켓팅에 참여했다. 첫공임에도 기대 이상으로 템플 그 자체가 되어 있는 세정템플 덕분에 멋진 관극이 가능했다. 손이나 발을 움직이는 디테일이나 표정 사용도 좋았고, 높낮이와 톤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목소리도 능숙했다. 특히 극 후반부에 눈물과 땀으로 얼룩진 얼굴을 닦아낼 때, 템플 답게 손바닥으로 투박하게 얼굴을 쓸어내는 걸 보고 감탄했다. 인물이 몸에 익을 수 있도록..
네이처 오브 포겟팅 in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2023.12.14 4시 김지철 톰, 전혜주 소피/이자벨라, 마현진 마이크, 강은나 엠마. 우란에 올라왔을 때부터 보고 싶었는데, 공연장이 커진 후에야 객석에 앉았다. 익숙한 형식의 극이 아니어서 신선한 마음으로 100분 내내 몰입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새로운 작품, 너무 반갑고 매번 고맙다. 분류는 연극이지만, 대사는 거의 없다. 오로지 배우들의 몸연기와 표정, 소품과 조명 및 음악 연출만으로, 한 사람의 정신세계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한다. 행위들이 되풀이되는 시각적 반복도 집중을 높이지만, 그 행위에 부여되는 배경음 및 효과음의 청각적 변주가 전율을 끌어낸다. 특히 테이프가 늘어지듯 느릿하게 부풀어오르는 소리와 동시에, 멈춰있는 배우가 녹아내리듯 자세..
튜링머신 in LG아트센터 U+ 스테이지, 2023.11.19 3시 이승주 미카엘 로스 외, 고상호 앨런 튜링. 개막 후 실관람 평이 무척 좋은 데다가, 흥미롭게 관극했던 연극 의 신유청 연출님 작품이라고 하여 마곡 나들이를 결심했다. 전날의 찐한 덕톡으로 많이 피곤하여 눈꺼풀이 자꾸 내려앉았지만, 흡입력 있는 두 배우의 연기와 시공간을 넘나드는 전개 덕분에 간신히 의식을 붙들었다. 이승주 배우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1인 다역을 확실히 구분하여 표현하는 표정과 연기가 안정감 있었다. 고상호 배우는 아주 오랜만에 만났고, 서술할 때의 톤과 튜링으로서의 톤이 바뀌는 연기가 신선했다. 퇴장이 거의 없이, 110분 내내 무대에 서서 수많은 대사를 쏟아내는 열연에 감탄이 나왔다. 두 배우의 결이 유사하여 몰입..
2시 22분 in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2023.08.01 7시반 박지연 제니, 최영준 샘, 임강희 로렌, 양승리 벤. 스포 절대 금지 때문에 후기를 쓰기가 애매하다. 반전을 반드시 모르고 봐야 짜릿하고, 결말을 마주한 다음 극을 통째로 되새김질하며 새롭게 이해해야 하는 작품이다. 자첫과 자둘의 장르가 현저히 달라지는 극이라는 점만 명기해 둔다. 배우들이 너무 잘해서 극이 더 탄탄해진 점도 없지 않다. 다들 캐릭터를 씹어 삼켰음. 젼제니와 깡로렌 연기톤이 너무 좋아서 내적희열을 느꼈다. 강약 조절 완벽한 이양승벤도, 귀를 틀어막고 싶을 정도로 맛깔나게 빈정대는 영준샘도 찰떡같았다. 말장난과 조소와 섹드립과 비아냥이 많아서 약간 미드 보는 기분도 들었다. 대사가 정확하게 들려야 하는 극이고, 다들 딕션이..
테베랜드 in 충무아트센터 블랙, 2023.07.21 3시 정희태 S, 정택운 마르틴/페데리코. 뮤지컬 하는 정택운에 슬슬 익숙해졌는데,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하는 정택운을 만날 수 있는 필모가 나왔다. 웨사도리로 연을 맺은 쇼노트와 다시 함께, 그것도 초연 연극을, 심지어 170분짜리 2인극을 한다니! 보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 쇼노트라는 제작사의 행태는 미워하지만, 쇼노트가 올리는 작품들은 대부분 취향이기에 극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공감은 어렵고 해석도 난해한 작품이었다. 극 중에 "모르겠어요" 라는 대사가 어마어마하게 자주 나와서 거의 노이로제처럼 귓가를 맴돌았다. 관객 각자의 해석을 유도하는 연출로 보이는데, 도리어 뚜렷하지 않은 인물들의 주관이 혼란과 모호함만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