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테베랜드

in 충무아트센터 블랙, 2023.07.21 3시

 

 

 

 

정희태 S, 정택운 마르틴/페데리코.

 

 

뮤지컬 하는 정택운에 슬슬 익숙해졌는데,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하는 정택운을 만날 수 있는 필모가 나왔다. 웨사도리로 연을 맺은 쇼노트와 다시 함께, 그것도 초연 연극을, 심지어 170분짜리 2인극을 한다니! 보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 쇼노트라는 제작사의 행태는 미워하지만, 쇼노트가 올리는 작품들은 대부분 취향이기에 극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공감은 어렵고 해석도 난해한 작품이었다. 극 중에 "모르겠어요" 라는 대사가 어마어마하게 자주 나와서 거의 노이로제처럼 귓가를 맴돌았다. 관객 각자의 해석을 유도하는 연출로 보이는데, 도리어 뚜렷하지 않은 인물들의 주관이 혼란과 모호함만 가중시켰다. 대사로 쌓아 올리는 그들의 논리에 따라가기 힘들었고, 그렇기에 툭툭 던지는 화두에 몰입하여 고민하는 계기로 이어지지 않았다.

 

 

인간은 모두 각자의 테베를 가지고 있노라며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권유를 하는데, 이 주제를 던지기 위한 극본과 연출이 투박하고 매력적이지 않았다. 애초에 오이디푸스라는 인물을 '존속살인'의 관점으로 분석하지 않는 취향이라서 더욱 그러했다. 아버지임을 알지 못하고 행한 살인은 100%의 존속살인이라 부를 수 없다는 극 중 배우 페데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무대 너머의 객석에 말을 건네며 시작하고, 극중극처럼 마르틴과의 인터뷰와 페데와의 연습을 뒤섞는 전개. 이 연출이 의도한 목적의 달성보다 이로 인해 길어진 런닝타임이 주는 피로도가 더 큰 점도 아쉬웠다. 전쟁의 신 마르스에서 유래한 이름의 마르틴과 평화의 수호자라는 뜻의 페데리코, 같은 모양이지만 짝퉁과 진품의 차이가 있는 두 사람의 대비를 짚어내는 연출이 전하고자 하는 바 역시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같이 관극 한 동행자는 S의 편집증적 정신착란 같기도 하다는 해석을 했는데, 그만큼 극이 과하게 다양한 길을 제시하려든 게 아닐까.

 

 

@shownote
@shownote

 

 

희태S의 능숙하고 감칠맛 나는 애드립도 좋았지만, 차분하게 극을 이어가는 택마르틴의 순발력에 새삼 놀랐다. 2막 연장전에서 관크러들의 폰에서 재난문자 알림이 5초 이상 울렸다. 그 소리를 듣다 못한 S가 "아주 난리도 아니네" 하고 구시렁 댄 뒤 살짝 헤맸는데, 택마르틴이 "저한테 주실 거 있으시다면서요" 하는 식의 대사를 치며 다음 행동과 상황을 자연스럽게 유도했다. 쌓아온 경험이 녹아있는 무대 관록이 느껴지는 침착함이었어. 비록 극과 택마르틴의 농구실력은 아쉬웠지만(? 또 다른 무대 위의 정택운을 놓치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다. 설마 헤드윅을 하진 않겠지.

 

공지사항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