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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
in 스콘 1관, 2023.12.22 8시
김세정 템플, 유연 엄마, 윤성원 칼락 외, 마현진 목사 외, 문경초 의사 외, 이종혁 찰스 피터 외, 정선기 교장선생님 외, 최미령 간호사 외. 세정템플 첫공, 연극 템플 자첫.
좋은 작품이라는 평을 많이 들어서 궁금했던 극인데, 레드북 안나로 호평을 얻었던 김세정 배우의 참여 소식에 냉큼 티켓팅에 참여했다. 첫공임에도 기대 이상으로 템플 그 자체가 되어 있는 세정템플 덕분에 멋진 관극이 가능했다. 손이나 발을 움직이는 디테일이나 표정 사용도 좋았고, 높낮이와 톤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목소리도 능숙했다. 특히 극 후반부에 눈물과 땀으로 얼룩진 얼굴을 닦아낼 때, 템플 답게 손바닥으로 투박하게 얼굴을 쓸어내는 걸 보고 감탄했다. 인물이 몸에 익을 수 있도록 평소에 생각을 깊게 하고 연습도 많이 한 티가 났다.
"사랑은 누군가 성장하길 바라는 거야"
다정한 시선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 템플의 성장을 응원하는 극이다. 자폐증이 있는, 마음의 문이 닫혀 있던 한 소녀가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들을 하면서 비로소 자신에게 맞는 문을 찾아간다. 장애인이자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여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을 조심스럽게 풀어내기 위해 신경을 썼다. 성적인 부분이나 사춘기에 찾아오는 신경성 발작 같은 요소들을 과하지 않게 다룬다. 다만 초반에 "딱 봐도 비정상이죠", "정상적이진 않아요" 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정상성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던 점은 많이 아쉬웠다. 시대상을 반영했더라도, 이 부분에 대한 해설을 뒤에서라도 추가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이 작품은 피지컬 씨어터 장르로, 배우들의 몸동작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동작과 춤선이 묘하게 익숙하다 했더니 심새인 안무가님이 참여하셨더라. 포우에서 만난 문경초 배우님도 반가웠다. 앙상블 배우들의 몸짓은 템플의 내면에서 진행되고 있는 격렬한 마음이라는 점을, 공연 초반에는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다가 클라이막스 즈음에서 초반의 장면을 되풀이하며 실제 템플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통상적인 연극과 다른 형식은 독특하고 매력적이나, 배우들이 객석에 직접 말을 걸고 이해를 유도하는 연출은 불호였다. 지나치게 친절함. 연극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떠먹이듯 설명해주는 방식이 오히려 몰입을 방해했다. 웃음을 유도하는 몇몇 동작 또한 불편함이 있었고. 이 연출 때문에 끝까지 뽀송하게 관극해서 아쉬웠다.
이제 막 개막한 공연인데 배우들 모두 합이 훌륭해서 앞으로 얼마나 더 좋아질지 궁금해졌다. 최근에 관극한 새로운 극들이 신선한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만족도가 높다. 이런 관극 덕분에 연뮤덕 취미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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