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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 액터뮤지션
in 티오엠 1관, 2021.05.22 7시
김찬호 비지터, 정동화 맨, 김소향 우먼, 김경민 플레이어1, 이나래 플레이어2, 김문학 플레이어3, 김병무 플레이어4, 양찬영 피아니스트. 찬지터, 꽃맨, 향우먼. 믿나 액뮤 자첫자막. 위멮데이.
작년에 믿나 앤틀을 아주 흥미롭게 관극했기에, 동일한 텍스트의 다른 연출인 믿나 액뮤를 꼭 만나고 싶었다. 이번 액뮤가 백암부터 시작하여 꽤 오랫동안 무대 위에 있었는데, 오히려 그래서 자첫이 자꾸만 미뤄졌다. 이러다가는 못사로 남을 수도 있겠다는 위기의식이 들어서 위멮데이가 뜨자마자 바로 티켓팅을 했고, 분명 객석 전체가 덕덕하리라 믿고 관크 걱정 없이 뒷자리에 착석했다. 마침 캐슷도 연륜 있는 배우들이어서 믿음직스러웠고.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이날 종일반 낮공은 박혜나 배우를, 밤공은 김찬호 배우를 만나며 켸찬 부부 종일반을 완성하기도 했다.
"각하가 아니라 신한테 맹세를 한다?"
인외캐 전문가 찬지터의 번뜩이는 존재감이 오싹한 전율을 선사했고, 꽃맨의 자연스러운 절박함이 나약한 인간의 이기심을 부각했으며, 유약함에서 섬뜩함으로 격변하는 향우먼의 강렬함이 클라이막스를 장식했다. 플레이어들에 대한 우려가 다소 있었는데, 악기 연주와 연기와 노래를 넘나드는 멀티 역할에 여러 번 감탄이 나왔다. 특히 변호사 아내 역의 김경민 플레이어의 과장스러운 동작과 커다란 표정이 기괴함을 증폭시켰고, '밤을 줘' 넘버 또한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타악기의 소리와 탭댄스처럼 강한 소리를 내는 발구르기도 극의 매력을 더했다. 변호사 역의 김문학 플레이어의 음색도 좋았고, 이나래 플레이어의 바이올린 연주와 적재적소 연기도 매력적이었다. 양찬영 피아니스트와 양찬영 플레이어의 콘트라베이스도 매력적이었다. 플레이어의 두 눈 주변을 검게 화장한 연출이 극의 분위기를 한층 살려냈다.
"왜 내가 여기에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플레이어의 존재는 액뮤만의 매력을 뽐냈다. 하지만 고전적인 앤틀러스 연출이 개인적으로는 더 취향이었다. 무대 정중앙의 거대한 사슴뿔의 위압감이 고풍스러웠고, 우아한 실내를 고스란히 담아낸 계단과 긴 소파 등이 극 중 배경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의상도 앤틀 쪽이 더 1937년에 가깝지 않았나 생각한다. 율지터가 휘날리던 코트자락과 창가에 놓아둔 빨간 장미의 잔상이 여전히 생생하다. 극의 텍스트에 대한 내용은 앤틀 후기로 갈음한다. (2020년 앤틀 후기)
"그동안 숨죽여 살았던 수많은 낮과 밤들"
"숨 막혀 죽는 줄 알았어요!"
모든 여성 배우들의 믿나 우먼을 만나보고 싶다.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는가 번뇌하고 고통스러워하다가 갑작스럽게 터져 나오는 날 것 그대로의 본능이 얼마나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지 모른다. 결말을 받아들이는 노선도 우먼마다 사뭇 다를 것 같고. 앤틀에서는 시계가 울리지만, 액뮤에서는 우먼이 직접 피아노 건반 옆의 종을 친다. 딱 열두 번을.
"자 즐겨봐 인생을 / 찢어봐 가면을 / 모두 다 악마죠 때로는"
미드나잇 자체로는 고작 자둘인데도, 대사 하나 넘버 한소절이 전부 익숙하고 반가웠다. 유토피아를 완성시키지 못한 혁명의 한계와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잔인한 독재 체제의 공포와 절망을 매력적으로 담아낸 극이기에 점점 감겨들고 있다. 작년에는 류큘을 기다리느라 자첫자막으로 끝냈는데, 다음 시즌에 앤틀이 돌아온다면 분명 회전을 돌리라. 다양한 배우들로 만나보고 싶어. 위멮데이 무대인사가 짧게 있었는데,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반가워하는 배우들을 보며 마음이 찡했다. 미드나잇까지 보내드리고 싶지 않지만 모두의 안녕과 건강을 위해 보내드려야 한다며 아쉬워하던 소향 배우님이 무척 사랑스러웠다. 극 중간에 우먼이 맨을 칠 때 맨의 시계가 날아갔는데, 관객이 맞았을까 걱정했다더라. 무대 위 배우도 무대 아래 객석을 매진시킨 관객도 다같이 만족스러운 공연이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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