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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in 예스24 스테이지 3관, 2020.11.25 3시
김지현 A1, 홍우진 A2.
워낙 사랑하는 고전이어서 꼭 만나고 싶은 극이었는데, 이번 시즌 막공 주에서야 간신히 관극 할 수 있었다. 두 명의 배우가 텍스트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연기하며 무대를 꽉꽉 채워내는 모습은 감탄을 넘어 경탄을 자아냈다. 고작 소품만으로 사람이 휙휙 바뀌는 것도 놀라웠고, 그때마다 자세와 표정과 목소리까지 변하는 것은 짜릿함까지 안겼다. 나이와 성별, 지위와 성정까지 완벽하게 구분해내는 배우들 덕분에 무대 크기와 소품의 종류에 비해 이야기가 한층 더 크고 풍성해졌다.
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복닥거리는 롱본의 풍경과 영화를 보며 시야 가득 담았던 팸벌리 저택의 정원이, 무대 위에 시시각각 펼쳐지는 경험은 신기하고 벅찼다. 이 이야기가 대극장 무대를 가득 채워내는 상상까지 이어질 정도로 짜임새 있고 매끄러운 전개와 요약이었다. 고전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연출이든, 약간이 각색을 가미한 신선한 연출이든, 이 멋진 원작을 만들어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은데 왜 대극장 극이 없는지 의문일 정도다. 쉽게 완벽한 가상캐스팅을 해낼 수 있는데, 누가 올려주지 않으려나.
제 판단력을 과신하여 타인의 생각을 짐작하고 말을 곡해하던 이의 편견, 언제나 세상을 발 아래에 두었기에 타인의 행동을 폄하하고 의도를 의심하던 이의 오만. 상대의 단점을 찾아내고 지적하던 자기자신의 단점을 비로소 발견하고 마주한 뒤 반성하고 변화하는 사람들의 삶이 이 이야기를 매번 새롭게 매력적으로 만든다. 앞으로도 이 고전은 꾸준히 읽히고 각색되고 보여지며 사랑받겠지. 따뜻하고 다정하며 우아하고 고상한 이야기를 앞으로도 계속 무대 위에서 만날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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