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in 충무아트센터 블랙, 2020.11.17 8시
정운선 자야, 강필석 백석, 윤석현 사내.
백석과 자야와 길상사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이 작품은 삼연에서야 만나게 됐다. 백석의 시에서 차용한 가사들이 다정하고 친근하여 안정감이 들었고, 피아노 반주가 편안함을 줬다. 문학작품의 한 페이지 같은 색감 조합의 연출이 따뜻했는데, 자야의 절망을 드러내는 장면에서 주황색과 푸른색을 섞어낸 아득한 연보라가 무척 아름다웠다. 극 전반에 걸쳐 잔잔하게 펼쳐내는 삶이 그윽하고 애틋하여 달큰했다.
하지만 연출은 불호에 가깝다. 텅 빈 무대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소품 등으로 인해 배우들이 마임을 하고 관객은 극적허용으로 상상해야만 하는 장면이 지나치게 많았다. 배우의 마임이 자연스러울수록, 무대 위 이야기에 거리감이 느껴졌다. 백석의 시구가 천장에서부터 세로로 흘러내리도록 매달아둔 무대연출이 무척 아름다웠는데, 그 요소를 전혀 활용하지 않는 것도 아쉬웠다. 자야의 회상과 상념으로 진행되는 전개도 인물의 감정을 명확히 따라가기에는 다소 불친절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백석의 초록색 정장의 연출 의도도 잘 이해가 가지 않고. 서정적인 극은 연출이 중심을 잘 잡아줘야 하는데, 그 부분이 다소 미진하다고 느꼈다.
아쉬움이 남는 자첫자막이었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창작극이 꾸준히 올라오길 바란다. 공감하고 끌어안을 익숙한 이야기들을 더 많이 만나보고 싶다.
'공연예술 > Music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트르담 드 파리 (2020.11.29 2시) (0) | 2020.11.30 |
---|---|
젠틀맨스가이드 (2020.11.20 8시) (0) | 2020.11.24 |
고스트 (2020.11.06 8시) (0) | 2020.11.07 |
킹키부츠 (2020.10.28 8시) (0) | 2020.10.30 |
머더발라드 (2020.10.23 9시) (0) | 2020.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