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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스가이드

in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2020.11.20 8시

 

 

 

 

김동완 몬티 나바로, 이규형 다이스퀴스, 임혜영 시벨라, 김아선 피비, 이하 원캐. 재연 첫공!

 

 

초연 때 소소하게 회전을 돌았던 이 극이 2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왔다. 같은 작품을 다시 하는 일이 드문 뎅옵이 초연에 이어 재연도 참여한다는 것이 가장 반가웠다. 유쾌하면서 잔혹하고, 다채로운 인간군상 속 변화무쌍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한 작품이기에 다시 한번 무대에 서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이 작품 직후에 양봉을 시작했으니 여러모로 뎅옵 본인에게도 유의미한 극이 아닐까 싶고. 초연과 거의 달라지지 않은 연출과 유머였음에도 키득거리며 즐겁게 관람했다. 앙상블 배우 몇 분을 제외하고는 초연에도 참여했던 배우들이어서 안정감이 남달랐던 덕도 컸다. 특히 뀨스퀴스 자첫이어서, 대중적인 패러디가 가득한 애드립에 계속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재연 첫공이라서 일찍 공연장에 도착해 이것저것 찍어봤다. 쇼노트 공계는 MD 리스트만 공개했기에 실물은 엠디샵에서 직접 볼 수 있었는데, 키링은 초연이 더 귀엽고 예뻤던 것 같다. 실사용 목적의 엠디만 구매하는 편이라서 전 넘버의 가사가 담긴 1차 프로그램북과 주황색 독약 뱃지만 구매했는데, 엠디 아래에 깔린 담요가 자꾸 눈에 밟혔다. 결국 공연 시작 직전 다시 줄을 서서 담요를 득템했다. 극 중 인물들이 곳곳에 전부 담긴 이 담요 하나만으로도 작품 요약이 가능할 정도라서 몹시 만족스럽다. 우산도 펼친 모습이 있었으면 질렀을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공책이 엠디는 잘 뽑아요.

 

 

 

 

젠틀맨스가이드 1막 넘버

 

#1A 프롤로그: 관객을 위한 경고 / Prologue: A Warning to the Audience
#2 너는 다이스퀴스 / You're a D'ysquith
#3 어머, 너 없이 어쩔까, 난 / I Don't Know What I'd Do Without You
#4 바보같아 / Foolish to Think

#5 몬티를 향한 경고 / A Warning to Monty
#6 왜 가난하고 그래 / I Don't Understand the Poor
#7 바보같아 - 리프라이즈 / Foolish to Think - Reprise
#8 주머니 속의 독 / Poison in My Pocket
#9 불쌍한 몬티 / Poor Monty

#10 남자가 더 좋아 / Better With a Man
#11 반대로 / Inside Out
#12 레이디 히아신스 해외로 / Lady Hyacinth Abroad
#13 예상 못 했었었어 / The Last One You'd Expect

#13B 예상 못 했었었어 - 파트3 / The Last One You'd Expect - Part 3

#13D 예상 못 했었었어 - 파트5 / The Last One You'd Expect - Part 5

#13E 예상 못 했었었어 - 파트7 / The Last One You'd Expect - Part 7

#14H 예상 못 했었었어 - 파트9 / The Last One You'd Expect - Part 9

 

 

젠틀맨스가이드 2막 넘버

 

#15 또 한 명의 다이스퀴스 사망 / Why Are All the D'ysquith's Dying?

#15A 또 한 명의 다이스퀴스 사망 - 앵콜 / Why Are All the D'ysquith's Dying? - Encore
#16 시벨라 / Sibella

#17 결혼할 거야 그대랑 / I've Decided to Marry You
#18 마지막 경고 / Final Warning

#19 내 주머니 안의 독 - 리프라이즈 / Poison in My Pocket - Reprise
#20 나의 총구녕 / Looking Down the Barrel of a Gun

#21 잠깐! 스톱! 뭐? / Stop! Wait! What?
#22 그 끔찍한 여자 / That Horrible Woman
#22C 피비를 봐 / Look at Phoebe

#23 피날레 / Finale

 

 

 

 

무대 한가운데의 몬티 책상을 무대 전체로 확장시킨 연출도 반가웠고, 홍아센 답지 않게 깨끗하고 정확한 음향과 홍아센의 극악한 단차를 상쇄시키는 높은 무대가 여전히 홍아센의 기적이라 불릴 만했다. 오버츄어에서 관악기 하나가 대차게 삑을 내서 집중이 확 깨지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오케와 효과음 등이 이야기를 한층 다채롭게 만들었다. 일부러 1층 6열 정중앙 자리에 앉았는데, 무대 좌우를 누비다가도 중요한 부분에서 정중앙에 자주 서는 뎅몬티와 시선이 자꾸 맞아서 너무나도 행복했다. 특히 눈빛 돌변하는 넘버들이 너무 좋아서, 공연이 끝났음에도 진정되지 않는 심장을 부여잡느라 힘들었다. 시벨라 넘버가 끝나고 소파에 늘어지듯 누운 자세와 눈을 감은 얼굴이 완벽 그 자체의 조각상이어서 눈을 뗄 수가 없었고, 잠깐 스탑 뭐 넘버는 이 멋진 장면이 끝나가는 것이 아깝고 아쉬워서 눈물이 핑 돌았다.

 

 

초연에서 몹시 사랑했던 임시벨라는 한층 어리고 귀엽고 발랄하며 예쁜 모습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돌아가시는 상상만 해도 슬프다면서 과하게 울먹이고 발음을 씹는 새로운 디테일이 너무너무 사랑스러웠고, "달의 여신" 대신 "모나리자" 라고 바꾼 대사도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노래 발성을 살짝 바꿨는지 초연보다 깊고 넓어진 소리가 났는데, 대극장 드큘을 했던 영향일까 싶다. 덕분에 피비와 함께하는 그 끔찍한 여자 넘버가 최고였다. 역시 사랑하는 아선피비는 엉뚱하면서도 타고난 귀족의 품위를 놓치지 않는 섬세함이 일품이었다. 메리유 장면만이라도 눈이 세 쌍이었으면 좋겠다. 한없이 행복한 피비와 질투와 시기와 자존심으로 시시각각 돌변하는 시벨라와 그 사이에서 애써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는 몬티를 전부 담아내고 싶단 말이야!

 

 

 

 

애드립과 디테일이 곳곳에 너무 많아서 도리어 정리하기가 힘든 극이다. 뎅몬티는 초연보다 과장스럽고 유쾌하게 동작 디테일을 사용했고, 초연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장면 타이밍을 잘 알고 활용하는 부분도 꽤 있었다. 너는 다이스퀴스 넘버 시작 전에 미스슁글이 자네 아버지 같은 대단한 가슴팍은 본 적이 없다고 하니까 우리 아버지 가슴을 왜 봤냐고 흠칫 놀라는 뎅몬티 애드립에 빵 터졌다. 레이디 히아신스가 두 번째로 인도에서 돌아왔을 때, 등 돌린 채 몸 숙이고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다가 양 검지로 볼을 콕 찌르며 위로 끌어올려서 강제로 미소 만들어내는 디테일이 최고였다. 2막 첫 장면 장례식장에서 위선을 떨며 허리를 꼿꼿하게 핀 채로 상체를 과장스럽게 숙이는 모습은 또 봐도 짜릿했다. 1막 마지막 장면에서 한쪽 다리 들어 올리는 자세를 취하는데 너무 크게 휘청여서 오빠얌 본체가 빵 터진 것도 즐거운 참사였다. 

 

 

특이한 동작을 디테일로 많이 넣은 뀨스퀴스와 그것들을 따라하는 뎅몬티 덕분에 웃음이 많이 나왔다. 유명한 대사나 광고 카피들을 맛깔나게 살리는 뀨스퀴스가 특히나 객석 웃음을 잘 끌어냈다. 덜덜거리던 헨리의 세바퀴 자전거는 재연에 돌아오면서 전자동의 매끈한 오토바이로 승격됐다. 심지어 운전대 아래에 작은 손잡이도 생겼다. 끝에 앉아서 뎅몬티에게 앞에 타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뀨스퀴스와 질색하며 싫어하다가 결국 앞에 타고마는 뎅몬티의 합이 재미있었다. 남자가 더 좋아 넘버는 가장 불편한 가사임에도 가장 중독적인 멜로디여서 가장 먼저 입가에 남는데, 뀨스퀴스가 이 장면에서 가슴팍에 집착하는 헨리의 캐릭터 설정을 잘 살려낸 덕분에 한층 유쾌했다. 

 

 

 

 

VR인지 모르고 덜렁 의자만 찍어온 홍아센 1층 포토존. 어리석게 전석 오픈을 진행한 쇼노트와 줄어들 기미가 없는 확진자 증가 추세 때문에 취소 후 재예매를 반복하는 중이라 고통스럽다. 들고 있는 뎅몬티 오피 2열도 불안한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듯한 이 험난한 시국은 언제쯤 끝날까. 그래도 이 극을 다시 만나 위로받았고, 앞으로 남은 관극에서도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한 번 만나고 오니 더 보고 싶은 뎅몬티를 곧 다시 만나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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