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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in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2020.02.22 2시

 

 

 

 

류정한 막심, 장은아 댄버스, 민경아 이히, 최민철 파벨, 문희경 반호퍼, 이소유 베아트리체, 홍경수 프랭크, 이하 원캐. 류장경. 오연 류막심 자여섯이자 자막.

 

무려 한달하고도 열흘만에 만나는 류막심은, 늘 그랬듯 멋지고 매력적이며 다채로웠다. 한참 어린 경아이히의 사랑스러움에 애정을 뚝뚝 담아내던 류막심이기에, "자꾸 애처럼" 군다거나 "대체 누구에게 뭘 들은" 건지 집착하듯 매달리는 그의 행동에 폭발하여 화를 내는 간극이 극명했다. 하또하나 신이여 직전, 그리고 2막 레베카3에서까지, 경아이히는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치다가 계단에 걸려 넘어지는 디테일을 똑같이 보여줌으로써 두려움을 극대화시켰다. 어리고 유약했던 경아이히는 진실을 알게된 후 급변하고, 이는 진실을 고해하고 절망에 지쳐 약해진 류막심의 변화와 대비되며 극적 재미를 더한다. 칼날송 직후 키스하는 장면에서 류막심의 뒤통수를 한손으로 확 붙잡는 디테일은 경아이히만 했는데, 노선과 너무나 잘 어울려서 내적 환호를 보냈다.

 

 

 

 

첫 등장씬에서 반호퍼의 부름에 왼쪽 손을 바지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거만하게 서있는 류막심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오만하고 당연스러운 귀족미가 강했는데, 말귀를 못알아듣는 이히를 대놓고 답답해하고 제안하듯 청혼하며 자존심을 세웠다. 무릎을 꿇기 전 다리를 덜덜 떨던 삼연의 디테일은 오연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오연에서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내 아내가 되어줘," 라고 쏟아낸 뒤, 자신만만하게 턱을 치켜들며 "어때?" 라고 묻는다. 거절을 당하리란 전제는 전혀 없이, 마치 이 정도 청혼이면 괜찮지 않냐는 듯한 그 뻔뻔함이 이번 시즌의 핵심 노선이었다. 살면서 거절이나 거부는 받아볼 일이 없었던 찐귀족.

 

그래서 칼날송만큼은 완벽하게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고, 챙겨본 6번의 회차에서는 눈물을 뚝 흘리고 시작한다거나 파들파들 떨며 괴로워하는 감정을 잔뜩 만날 수 있었다. 이날 공연에서 (스포)를 저지르고 난 류막심은 바닥을 타다닥 두드리며 가까이 다가가 그 결과를 확인했다. 순간적으로 확 물러나며 양주먹을 꼭 쥔 채 입가 주변으로 들어올린 채, 경악과 공포에 질려 숨조차 제대로 내뱉지 못하고 얼어붙었다. 새어나오는 소리라고는 뒤틀린 영혼이 쥐어짜내는 듯한 신음. 그렇게 시선을 고정한 채 멎어버린 시간 속에 침잠하던 류막심은 다시 타다닥, 하고 바닥을 치며 가까이 다가간다. 제 두 손으로 만든 현실을, 그 "웃는 얼굴"을 마주하고 일그러지는 표정. 이히의 물음에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어," 라며 혼이 쏙 빠진 얼굴을 하고 있는 류막심의 진의가 때때로 다르게 다가온다. 이날은 칼날 같은 그 미소에 순간적으로 두려움에 완전히 잠식되고 말았고, 그로 인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해버리고 만 것처럼 보였다.

 

 

 

서사가 너무 완벽한 이 극은 자주 보는 것보다는 텀을 좀 두고 관극하는 게 훨씬 재미있더라. 그래서 삼연도 한 달에 한 번 꼴로 봤고, 이번 오연도 간격을 두며 관극하려 노력했다. 게다가 차기작으로 드큘이 예정되어 있으니 통장을 위해 이성을 차리고 자제할 필요가 있었고. 이번 시즌은 일단 이 공연으로 자막하고, 다시 시작될 류랑극단을 따라 지방공을 하나 챙겨볼 예정이다. 류배우님 맨덜리 저택에서 막공주 무사히 잘 마치시고, 다음주 트란실바니아 성에서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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