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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in 예스24스테이지 1관, 2019.12.26 8시
조형균 빈센트 반 고흐, 황민수 테오 반 고흐. 쌀고흐, 민수테오.
로테르담에 이어 반고흐까지, 이번주 관극은 네덜란드 주간이네. 충무블랙에 올라왔을 때부터 보고 싶었는데, 결국 대학로 무대 위에서 만나게 됐다. 무대 3면이 객석과 맞닿아있는 충무블랙에서 구현된 무대와 프로시니엄 형태의 극장에서 펼쳐지는 영상연출의 감흥은 확실히 달랐을 듯하다. 고흐의 많은 작품들이 영상으로써 무대 위에 설치된 벽면과 캔버스 위로 가득 펼쳐지는데, 독특한 방식과 재치 있는 요소요소가 따뜻하고 아름다워 감탄을 자아낸다. 고흐의 손동작과 붓터치로 무채색의 벽이 다채로운 고흐의 색으로 삽시간에 생명력을 얻는 장면들이 시각적 만족감을 선사한다. 액자틀 같은 벽면의 무늬와 누가 봐도 고흐의 그림 속 정물화들인 소품들 위로 조명과 영상이 쏟아지고, 무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캔버스가 되어 관객을 극 안으로, 그림 속으로 끌어당긴다.
테오 역 배우의 1인 다역을 통해 허전하지 않게 2인극을 채워내고, 찬란한 색감 사이사이 그림자 연출 등을 통해 몰입을 높인다. 희비, 행복과 고통, 희망과 절망을 극적으로 대비시키며 인생의 다양한 감정들을 내보인다. 고흐가 사용했던 다채롭고 강렬하고 과감하고 따뜻한 색들처럼, 그의 인생 역시 광기 하나만으로 재단할 수 없다는 점이 극 내내 강조된다. 비록 영상으로 구현된 고흐의 작품들이 실물의 강렬함을 절대 따라잡을 수 없었음에도, 고흐를 향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연출이 그 한계를 많이 보완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원작이 선사하는 짜릿함과 벅참은,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결코 고스란히 담아낼 수 없다. 색감, 붓터치, 입체감, 그 모든 것이 작은 캔버스 안에 하나의 우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사진도 영상도 묘사도 절대 그 강한 감동을 재현할 수 없노라 확신한다. 그래서 암스테르담의 빈센트 반 고흐 뮤지엄은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빈센트 반 고흐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것이다.
강제로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온 빈센트는 구석의 예수상을 발견하고 아버지를, 스스로를 비웃듯 양팔을 활짝 벌리며 그 자세를 따라한다. 밀밭에서 그 순간 그 공간을 온몸으로 끌어안으며 양팔을 펼쳐낸 빈센트가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를 걸어내며 속삭인다. "완벽해." 제가 마주한 삶을 치열하게 살아낸 그가 선택한 마지막 찰나. 그가 바랬던 것처럼, 그는, 그의 작품은, 영원히 기억된다. 그가 사랑했던 모든 것을 담아낸 그의 그림들은 인류의 마지막 순간까지 소중하게 사랑 받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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