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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in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2018.09.13 8시 공연






박강현 그윈플렌, 문종원 우르수스, 민경아 데아, 신영숙 조시아나, 조휘 데이빗경, 김나윤 앤여왕/비너스, 이상준 페드로, 허재연 바이올리니스트, 백승호 어린 그윈플렌. 비록 EMK컴퍼니 극이지만, 대극장 창작 뮤지컬 초연이기도 하고 무대가 아름답다는 평이 많아서 한 번은 관극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작 창뮤 마타하리에서 몹시 실망스러웠던 여성 캐릭터 활용과 관련해서도 이 극은 좀 낫다는 이야기도 들어서, 신시아나를 고대하며 자첫자막을 하게 됐다. 무대 연출이나 넘버 등 기대했던 바를 대부분 만족시킨, 꽤 즐거운 관극이었지만 자둘 의사는 없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빅토르 위고의 원작이 지닌 질문과 고민들을 거의 다 생략해버렸기 때문이다.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 이라는 대사가 수 차례 나오고, 끔찍한 세상과 위선자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말들이 쏟아지지만, 극의 주제를 구축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비참한 현실을 화려하고 동화적인 무대 안에 가둬버린 연출이, 극의 내용을 단순하고 밋밋하게 만들었다. 원작을 재해석하여 본래와는 다른 장르에 녹여 재창작하는 여러 신선한 시도들을 유의미하다고 생각하기에, 대극장 뮤지컬의 특성을 한껏 살린 지점은 인상적이었으나 극 자체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화려한 시각적 연출과 익숙하면서도 적절한 청각적 연출이 몹시 마음에 들었으나, 전반적인 극에 대한 후기는 남길 만한 게 없다. 





1막은 첫 장면과 정원씬, 강가씬 등의 무대연출이 몹시 좋았는데, 2막은 연출에서 힘이 쭉 빠졌는지 상원씬 말고는 밋밋했다. 2막에 주조연 캐릭터들의 솔로 넘버가 많아서인지 뒷배경은 커튼으로 처리하고 노래에만 집중하는 연출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1막의 무대들이 매우 아름답고 훌륭하여 만족스러웠다. 프랭크 와일드혼 지문이 잔뜩 묻어있는, 드라마틱하고 강렬한 넘버들이 귀를 즐겁게했다. 1막 잔잔한 넘버들은 도리안 그레이 넘버가 연상되는 부분이 있어 김문정 음악감독님의 특색도 느껴졌다. 프레스콜 영상 풀리면 넘버들은 더 찾아볼 예정이다. 신시아나가 너무너무 훌륭하여 행복했고, 김나윤 배우의 앤여왕과 비너스도 정확한 딕션과 확고한 캐릭터성으로 한껏 매력을 뽐냈다. 깡그웬은 배우 자첫이었는데, 상원 설득 넘버보다 기괴하고 드라마틱하며 발칙한 장면을 훨씬 생동감 있게 표현하여 인상적이었다. 엘리자벳 사연에서 깡케니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르수스도 믿고 보는 배우인데, 2막 감정선이 너무 좋아서 같이 울었다. 양준모 배우로 봤으면 레미제라블 Bring Him Home 지뢰 대차게 밟았을 것 같다.  





지금까지 직접 관극했던, 라이센스로 한국에 들어온 해외 공연들과 비교했을 때 여러모로 새롭고 놀라운 장면들이 많아서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창작 뮤지컬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요소들을 직접 마주하니 뮤덕으로서 기쁘기도 했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철학의 부재와, 필요 없어 보이는 긴 추행씬과, 대중의 정서에 맞춘 듯한 감정들을 반복하는 전개 등이 극을 지루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대극장 극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볼 만한 공연이라고 본다. 무대의 화려함 면에서는 흠잡을 곳이 없어서 관극하는 내내 눈이 즐겁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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