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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니싱

in 아트원씨어터 1관, 2018.09.22 3시 공연





주민진 케이, 김도현 의신, 이용규 명렬. 화왕케이, 아멧의신, 용명렬.



처음으로 종일반을 해봤다. 한 번쯤 보고 싶었던 대학로 뮤지컬 두 편을 골라 낮공/밤공을 관극했는데,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심하더라. 재연으로 돌아온 창작뮤지컬 두 극이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여 아쉬웠고, 관극한 3인극, 2인극 공연의 출연진이 전부 남성이라는 점을 새삼 인지하여 절망적이었다. 남성 배우만 나오는 극을 자체적으로 불매하는 연뮤덕도 꽤 있는 것으로 아는데, 거기 동참을 해볼까 싶기도 하다. 



뱀파이어라는 흔한 소재에 일제강점기 경성이라는 배경을 얹은 이 극은, 진부하거나 지겹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빤하고 지루했다. 세 캐릭터의 성격과 그에 따른 행동의 당위성이 선명하여 이야기의 전개가 아주 유려하게 흘러갔지만, 장면이나 동선 등이 예측 가능하여 극 중후반 즈음에는 흥미가 떨어졌다. 전반적으로 이과를 모르는 문과가 쓴 이과 얘기 같아서 몰입이 더 안 된 것도 있다. 판타지 그 자체인 뱀파이어물에 과학적인 설명을 조금이나마 덧붙이려 드니까, 해당 내용에 대한 의문이나 문제제기 따위의 잡생각이 자꾸 생겼다. '사라짐' 을 의제로 하고 싶다는 목적은 알겠지만 굳이 'vanishing' 이라는 영단어를 극의 제목으로 한 이유도 모르겠고. 





배우 세 명은 전부 좋았다. 특히 정확한 딕션과 적절한 광기를 담아 쏟아붓는 아멧의신의 첫 넘버 '인체의 비밀' 이 너무 좋아서 저절로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행복했다. 이런 신선함이 쭉 이어졌으면 참 좋았을텐데. 극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아멧의신의 표정과 일렁이는 감정이 몹시 좋았고, 연출지시가 아닌 듯한 배우 디테일들도 꽤 보여서 인상적이었다. 화왕케이는 배우 자첫이었는데 케이라는 인물의 캐릭터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게 가지고 가는 점이 좋았다.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는 '나를 마셔' 장면에서 화왕케이가 내뿜는 핏빛 광기가 아주 압도적이었다. 용명렬은 스위니토드 앙상블이어서 노래에 대한 기대치가 있었는데, 역시 노래가 훌륭했다. 대사 두 번 살짝 씹었지만, 표정과 노래가 좋아서 앞으로도 종종 만나고 싶더라. 노선이 내 취향일 듯한, 초연부터 참여했던 이 세 명의 배우 회차로 굳이 골라 관극했는데 그 점에서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생명의 본질을 궁금해하는 것이나, 수미쌍관의 연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끌어안는 마무리 장면 등 대극장 창뮤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키는 지점이 조금 있었다. 중반 '목이 말라' 장면은 지킬앤하이드 컨프롱과 유사했는데, 극에서 두 개의 자아가 맞부딪히는 장면 연출은 반드시 컨프롱을 답습하거나 탈피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공으로 본 극에서는 대놓고 컨프롱을 패러디하는 장면이 있을 정도였으니, 지앤하가 한국에서 어마어마한 메이저라는 것을 재차 인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자첫자막할 예정이다. 몇 달 전에 마마돈크라이를 봤던 아트원 1관에서, 대구 마돈크 막공일에, 뱀파이어를 다루는 또다른 창뮤극을 만나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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