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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드 파리

in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018.07.08 6시 공연

 


윤형렬 콰지모도, 유지 에스메랄다, 최재림 그랭구와르, 최민철 프롤로, 이충주 페뷔스, 박송권 클로팽, 함연지 플뢰르 드 리스. 곰콰지, 유스메, 재그랭, 미남롤로, 충뷔스, 송로팽, 함플뢰르. 곰유재미남. 노담 10주년 공연 자둘.

 

프랑켄 회전 도느라 이번 노담은 제대로 챙겨보지 못하고 있다. 에스메랄다 트리플 세 명은 다 봐야 하는데ㅠㅠ 차스메 언제 보죠. 유스메는 더스테이지 빅플레져 방송을 먼저 접하고, 걱정 없이 보러 갔다. 어리고 순수하여 쉽게 사랑에 빠지는 감정이나, 가보지도 못한 고향을 그리워하는 집시의 방랑벽, 강자의 시선에 객체화 되기를 거부하고 두 발 단단하게 딛고 선 채 자유를 부르짖는 강단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살리라 넘버 마지막에 대형삑을 낸 것과, 보헤미안 넘버에서 저음이 힘든지 가사 끝음들을 흐릿하게 날리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발성이나 목소리톤이 주는 안정감이 유스메 노선과 상당히 잘 어울려서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곰콰지는 뭐 말이 필요한가요. 이날은 자첫했던 십주년 첫공보다 더 아이 같고 슬퍼보이는 콰지모도를 보여줬다. 프롤로에게 애정과 관심을 갈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버리지만 말아달라는 간청이 강했다. 분노와 울분에 찬 불공평이 아니라, 이토록 가혹한 운명을 겪게 만든 세상에 대한 슬픔과 고통이 넘쳐흐르는 불공평이었다. 곰콰지 당스몽은 넘버 끝나는 게 아쉬워서인지 매번 짧다고 느껴진다ㅠㅠ 미남롤로는 갈수록 좋아지는데, 등장해서 입을 여는 모든 장면에서 희열을 느낄 정도다. 여러 번 말했지만, 이 배우 필모 중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다. 십주년 첫공에서는 에스메랄다를 향한 감정에 완전히 미쳐 천박하고 치졸하게 그를 옥죄었다면, 이날은 평생 억눌러왔던 욕망을 주체할 수 없이 갈구하는 스스로에 대한 번뇌가 강한 노선이었다. 왜 나를 사랑하냐는 에스메랄다의 물음에 "사랑-" 하고 길게 음을 쏟아내고 비로소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린 눈빛의 일렁임이 강렬했다. 솔로 넘버 이외에도 송스루 뮤지컬의 대사 부분을 저음으로 부르는 부분도 몹시 매력적이다. 송로팽은 늘 기복이 없다. 최고임. 아름다운 안달루시아를 노래하며, 고향을 모르지만 고향을 잊지 못한다 말하는 에스메랄다에게, 바로 이 곳이 너의 고향이라 말하는 송로팽의 진심이 무척이나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고대하던 재그랭. 시원시원한 목소리와 극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큼직큼직한 동작들이 인상적이었다. 한국 캐스팅으로는 매번 마그랭만 만나왔기에 새로운 배우의 새로운 그랭구와르가 신선했다. '그랭구와르' 는 이야기를 시작하고, 끌어가고, 때로는 같이 풍덩 빠지기도 하고, 극적인 장면을 부각시키고, 감정을 끌어올리며, 결국에는 매듭을 지으며 온전히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이 극의 화자다. 재그랭에게도 화자적 모먼트가 있었으나, 극의 흐름을 제 호흡에 맞게 이끌어 가는 주체적인 서술자 역할을 만족스럽게 소화해주진 못해서 조금 아쉬웠다. 개막 이후 중간 투입이 되어 이날이 세 번째 공연이었는데, 약간 긴장이 덜 풀린 게 보이기도 했다. 달 넘버 도입을 빨리 들어간건지 마디를 날린건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는데, 아주 태연하게 그대로 제 손 안 달빛을 내려다보는 연기를 이어가다가 박자에 딱 맞게 무사히 넘버를 시작해주어서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넘버 좋고 연기도 안정감 있으니, 캐릭터 정리만 조금 더 해주면 정말 좋아질 것 같다. 


함연지 배우는 아마데에서 몇 번 보고 뮤지컬에서는 드디어 처음 만났는데, 기대치가 없긴 했지만 그럼에도 힘들었다. 1막 다이아몬드와 페뷔스란 이름 넘버 부르는데 불안해서 마음이 다 조마조마하더라. 차라리 2막 말탄이 나았음. 그리고 충페뷔도 볼 때마다 불만족스럽다. 괴로워 넘버가 너무나 어려운 걸 잘 알지만, 듣는 이가 괴로워질 정도로 힘겹게 불러주시면 관객은 너무나 고통스럽다. 15년 내한 앵콜에서 존 아이젠 배우가 아직까지도 최고의 페뷔스로 남아있다. 존페뷔 데시레는 정말 듣고 있자면, 나쁜 놈인 걸 알면서도 왜 두 여자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 너무나 자연스럽게 납득이 됐다. 노담 넘버 어려운 건 알지만, 그렇다면 배우를 노래 위주로 오디션 봐서 뽑으면 될텐데. 마스트 듣고 있나요? 



발음이 네모반듯하게 정확한 재그랭의 노래를 듣고 있자니, 새삼 원곡의 언어인 불어의 유려하고 부드러운 발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한국어가 일부 외국인들이 듣기에 딱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하는데, 음절이 명확하게 구분지어지는 언어이기에 그럴 만 하다는 생각을 했다. 불어 넘버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부르니 그 차이가 보다 확실히 인지가 됐다. 아무래도 마그랭은 영어권 문화와 발음에 익숙하기에, 송쓰루 극에서 넘버를 부를 때 몹시 매끄럽게 물 흐르듯이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거기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재그랭의 노래가 다소 날카롭게 들린 부분도 있었다. 이 지점이 노담 한국어 ost를 주구장창 듣다가도 때때로 뭔가 아쉬움이 남아 원어 ost를 들으며 평안을 찾는 이유가 아닐까 싶더라. 배우 자체의 능력치와는 별개로, 언어가 지닌 각각의 매력과 그 언어에 잘 어울리는 넘버의 특성 차이로 보인다. 노담 내한을 언젠가는 또 볼 수 있겠지. 그 전에 이번 10주년 공연 자셋을 하고 서울막공을 맞이해야 할텐데 표가 없어 걱정이다. 보고 싶은 캐스팅 조합이 없어........... 마스트 싸우자......... 트리플 캐스팅 많이 해놓고 스케쥴 뒤섞어 놓는 짓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 중소극장이든 대극장이든 배우들끼리 합은 맞아야 할 거 아니야. 서울에서 못 보면 노담 지방공이라도 도전을 해볼까 싶다. 어차피 올해 프랑켄 지방공에 류빅 가시면 다 따라갈 예정이라서, 지방공 다니는 게 두렵지가 않다. 올해 안에 노담 자셋을 꼭 반드시 할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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