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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김동완 소극장 콘서트 "두 번째 외박"
in 동덕여대 100주년 기념관, 2017.12.20 8시 공연
총 10번의 소극장 뎅콘 중 네 번째 공연.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와중에 미끄러운 길을 조심스레 걸어 만나고 온 오빠얌 공연. 오빠들 덕분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서울의 여러 대학을 구경 다니는 것 같다ㅎㅎ 초반에 음향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는데, 미치도록 즈음부터 마이크 볼륨을 올린 건지 좀 낫더라. 악기 음향은 다 좋았다. 2년 전 첫 번째 외박 콘서트처럼, 따뜻하고 아늑한 공연이었다. 3시간에 가까운 시간 내내 아름다운 노래를 맘껏 들을 수 있어 행복했다. 10주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거라서, 이대로 보내기 아쉬워 무리했다던 뎅옵. 디지털싱글이라도 내려고 했는데 자신이 늘 그러하듯 일이 커졌다고 웃으며 이야기하는데, 활동 타이밍도 그렇고 본인이 아쉬운 점이 다소 있었던 듯 싶다. 그러나 팬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고 싶어하고, 욕심도 부리며 우리와 소통하려는 그 마음과 노력이 그저 고맙고 사랑스러울 뿐이다. 소극장콘을 '첫 번째'에서 그치지 않고 '두 번째'로 돌아와 준 것만 봐도 오빠얌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서 감사했다. 첫 번째 외박콘은 캠핑 느낌이었다면, 이번 외박콘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컨셉이었다. 공연 시작 전 이륙을 알리는 방송과 함께 비행기 뜨는 소리를 음향효과로 넣었고, 마지막에는 목적지인 월곡에 도착했다고 뎅옵이 직접 안내했다. 비행기를 탄 채 듣는,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음을 알리는 말이 이토록 아쉬운 적은 처음이었다. 유난히도 짧게 느껴진 콘서트였는데 막상 나와보니 11시가 가까워져 있어 놀랐을 만큼, 공연 내내 꿈 꾸는 기분이었다.
본인 솔로곡이 아니었던 노래는 딱 두 곡이었다. 혼자 기타를 치면서 불렀는데, 한 곡은 일드 ost 였다. 가사 찾아보니 이 곡이 맞는 것 같은데 혹시 아니라면 추후 수정하겠다. 드라마 드림어게인의 ost인 "蒼く優しく(아오쿠 야사시쿠)". 짧은 일본어 실력으로 집중해서 듣다가 중간에 "나니오 와스레탄다로 / 나니오 오보에탄다로 / 나니오 미쯔케탄다로" 하는 가사를 들으며 울컥했는데, 곡 끝나고 뎅옵이 정확히 저 부분을 언급해서 깜짝 놀랐다. 오빠얌이랑 정서적인 취향이 꽤 들어맞는 편임을 새삼 실감했는데, 다른 한 곡이 김광석 노래여서 더욱 그랬다. 그것도, 가장 사랑하는 노래인 서른즈음에. 개취로는, 김광석 씨의 노래가 음역대나 정서나 멜로디가 오빠얌의 음색과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뎅옵이 기타를 치며 담담하게 부르는 이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건, 월요일의 비보와도 연관이 있다. 이 포스팅에서 길게 쓸 내용은 아니지만, 나름의 애정을 보내며 곡을 챙겨듣고 때때로 위안 받기도 했던 한 아티스트의 선택은 무척이나 충격적이고 아팠다. 특히나 그러한 감정, 절망의 깊이와 관련하여 적나라하게 맞부딪혀본 경험이 있다는 개인적 사유로 인해, 먹먹함과 안타까움과 아픔이라는 사적인 감정의 여파가 꽤나 짙었다. 그런 와중에 오빠얌이 공연 전날밤 정해서 불러준 이 곡, '서른즈음에' 의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더욱 묵직하게 온 마음을 감싸안았다. 오빠얌이 이 노래를 선곡한 이유가 무엇이든 상관 없다. 과한 의미부여라 비난받을지 몰라도, 적어도 나에게 있어 뎅옵의 목소리로 부른 이 노래는 훌쩍 떠나버린 그에게 바치는 추모사이자 송가였다. 그와 동시에, 망연하던 나 자신의 감정 또한 위로 받고 치유되었다 느꼈다. 부디 이 이별이, 그에게는 편안함이 되었길 온 마음으로 빌어 본다.
글이 조금 무거워졌는데, 공연을 보는 행위는 결국 개개인이 각자 다른 무언가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결국 공연 전과는 조금이라도 '변하는' 것을 가능케 하기에, 이러한 후기도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여행 컨셉의 이 소극장콘에서는 매 공연마다 다른 주제로 관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데, 이 날은 "제한 없는 돈과 시간이 있다면 어디를 여행하고 싶은가" 라는 주제였다. 원래 이런 이벤트는 당첨이 안될 게 뻔해서 참여를 안하곤 했는데, 이 주제에 완벽히 들어 맞는 인생의 버킷리스트가 있기 때문에 한 번 적어봤다. 넘쳐흐르는 시간과 돈이 있다면, 브로드웨이에서 한 달 이상 머물며 매일매일 관극을 하며 풍성한 감성 한가운데 파묻혀 살아보고 싶다. 뎅옵이 나와 비슷한 소망을 적은 한 중학생 신창 분의 이야기는 소개해줘서 싸인씨디 당첨 안된게 크게 아쉽지 않았다. 오로라도 보러 가고 싶고, 잉카 문명 등 중남미도 꼭 가보고 싶다. 수 년 전 오빠얌이 입에 달고 살던 히말라야도, 최근에 굉장히 가고 싶어졌다. 차근차근 이 다양한 버킷리스트를 실현해봐야지.
오빠얌의 목소리로 풍성했던 이 공연의 감성을 기억하며, 내년 신화 20주년 활동을 고대하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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