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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ee Concert [SNINee WORLD Ⅳ] in SEOUL
in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2015.05.15
끝끝내 예스에서 표를 구해서 기어코 다녀오고야만 샤이니 콘서트!!! 스스로 생각해도 근래의 나는 미친 것 같다. 그 동안의 한을 풀기라도 하듯 가고픈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 공연은 망설임없이 지르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지불하는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잘 즐기고 있으니 후회는 전혀 없다.
샤콘 리뷰는 세트리스트 위주로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전반적인 생각들에 대해 마음껏 입을 털어보려 한다. 나는 샤이니의 '라이트한 팬'도 아니고, 발매한 거의 대부분의 노래를 한두 번쯤 '들어는 봤으나' 잘 알지는 못하는, 하지만 호감과 관심과 '나름의' 애정을 보내기는 하는, 평범한 한 사람이다. 무겁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가볍기만 한 것도 아닌, 꽤나 오묘한 경계선에 서있는 감정이라 보면 될 듯하다.
※스포일러가 거의 없긴 하지만 그나마도 원치 않으면 피해가시길※
그나저나 내가 스엠에게 자발적으로 돈을 바치게 되다니...... 조금 울고 싶어지는군. 젠장.
자리는 낫배드였다. 플로어좌석이 스탠딩이 아니라서 꿀이었고, 오히려 정중앙쪽 2층보다 사이드라도 1층이나 돌출무대 근처의 2층이 더 재미있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자리였다. 메인무대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무대 전부를 활용했고, 메인무대에서도 양 사이드를 잘 챙겨줘서 어디서든 멤버들을 골고루 볼 수 있었다. 플로어에서 이동식 단상무대를 타고 움직이는 세 곡 내내 이동하면서 이것저것 뿌린다. 돈 많은 스엠 덕분인지, 폭죽이나 불꽃 등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중후반 즈음에 민호가 메인무대에서 돌출로 뛰어나오는 타이밍 맞춰 파바바박 솟아오르는 불꽃이 아주 인상깊었다. 그나저나 체조경기장은 초반에 폭죽 많이 쓰면 그 연기 안 빠져나간다고ㅠㅠ 안보여ㅠ
말 나온 김에, 체조경기장을 내가 여섯 번인가 갔었지만 정말 역대급 음향쓰레기였다. 와. 상상을 초월하는 저질 퀄리티에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그 상황에서 홀로 완벽히 살아남은 온유의 목소리에 온 마음을 담아 기립박수를 보낸다. 뭉개지는 엠알을 뚫고 분명하고 가사도 명확하게 들리는 독보적인 보이스가 고유의 음색을 담아내면서 감탄을 자아냈다. 노래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제대로 이해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종현은 목소리 컨디션이 최상은 아니었던 듯하지만, 애드립이나 엠알이 상대적으로 작은 발라드에서는 달달한 목소리로 가슴을 설레게 했다. 태민이는 컨디션이 누가봐도 별로였지만, 춤은 역시 아주 좋았다. your number 이라는 곡에서 태민이 춤선을 보고 흘러넘치는 매력에 나도 모르게 '태,, 태미나아아ㅠㅠㅠ'라고 중얼댔다ㅋㅋ 깔끔하고 세련된, 적절히 강약조절을 가미하는 가벼운 춤선이 천상 아이도루 다워서 매우 마음에 들었다. 멘트를 할 때도 신기했던 것이, 말하는 태도나 생각 등이 그 나잇대다운 풋풋함과는 또 다른 이미지로 마치 소설 속에서 방금 툭 튀어나온 듯만 같은 소년스러움을 한껏 발산했다. 색이 쪽 빠진, 무채색의 묘한 중성적 섹시함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종현이랑 듀엣으로 춤추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지 못한 것이 너무도 아쉽다ㅠㅠ 공연 전반에 걸쳐 태민이의 움직임을 쫓으며 시선을 옮겼다. 시선을 강탈하는 특유의 매력이 있어. 키는 이번 헤어스타일이 본인의 이미지와 참 잘 어울렸다. 춤 역시 훌륭하지만, 자연스럽게 흘러넘치는 '끼'가 매력 넘쳤다. 민호는 예상과 다른, 긍정적인 의미의 충격을 주었다. 이런저런 사건도 분명 있었고 기본 성격 자체가 나랑 잘 맞는 타입이 아니라서 그다지 정이 가지 않는 멤버였는데, 이번 콘서트 내내 상당히 높은 텐션으로 분위기를 끌어 올리면서도 과하게 오버하지 않는 수위 조절이 의외였다. 신이 났다는 걸 온몸으로 분출하며 긴 몸으로 방방 뛰는 모습이 팬이 아닌 나마저도 귀엽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생겼어...!! 데뷔 이래로 가장 물이 오른 미모인 것 같다. 취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감탄을 연발할 수밖에 없는 눈부신 외모였다. 몸 만드느라 고생했겠더라.
함께 한 시간과 경험 덕분인지 완급조절을 하면서 서로를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합이 참 좋았다. 서로에게 건네는 배려가 넘쳐서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흐뭇해지는 기분이 들어 즐거웠다. 태민이의 '꼬깔콘' 드립을 바로 '꼭 갈 콘'으로 승화시키는 종현의 순발력 넘치는 애드립도 서로 궁합이 잘 맞아야 가능했다고 본다ㅎ
스엠의 무대연출 스타일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태민이의 독무에서 조명을 활용해 시계를 표현한 것이나, 빨간 전화부스를 소품으로 사용하며 안에 카메라를 달아 독특한 구도의 화면을 연출한 것, 첫 번째 발라드 신곡에서 멤버 개개인의 손글씨로 가사를 띄운 것 정도가 인상적이었다. 그 이외에는 조명이나 배경활용, 댄서들과 합을 맞추는 무대 자체의 구성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의상을 너무 자주 갈아입어서 산만했고, 마지막곡의 전후로 상당히 어색하고 어정쩡한 구성이 당황스러웠다. 앵콜이 남았다는 것을 너도 알고 나도 잘 알지만, '공식적으로' 공연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그 끝이 아주 어설펐다. 답지 않게 왜 그래써.....;ㅅ;
마지막곡이 이번 타이틀곡 View였다. 참 '샤이니다운' 곡이지만 이전 타이틀곡들에 비해 임팩트가 크진 않았다. 싸비가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후크여서 즐겁게 듣긴 했다. 아티스트가 '처음' 공개하는 '첫' 무대를 '첫 타자로' 볼 수 있어서 신선하고 의미있었다. 이런 것이 역시 첫콘의 묘미겠지. 총 다섯 개의 신곡을 공개했는데, 발라드 두 곡이 좋더라. 앵콜의 마지막이 발라드였는데, 끝나고 인사하면서 종현이가 울기 시작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힘든 일이 많긴 했는지 키도 눈물을 닦기 시작했고, 멀쩡히 있던 둑이 갑자기 툭 무너지듯 온유가 울음을 터뜨려서 깜짝 놀랐다. 오열까지는 아니었지만 본인도 무척 당황할 정도로 갑자기 터져나온 눈물은, 그 의미가 이해가 되어 마음이 찡했다. 늘 웃고 있는 얼굴이지만 리더라는 직책의 책임감이 결코 가볍지 않았을 것이기에, 서울에서 콘서트를 열고 무사히 정규 4집 발매를 앞둔 이 순간까지의 고단한 과정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아티스트란 참 그런 족속들인 것 같다.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창작과 연습과 인내의 과정을 꾸역꾸역 견디어내고 무대 위에 서면, 그 누구보다도 찬란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눈부신 찰나의 순간 하나만으로 그 괴로움을 한방에 뻥 날려버리고 마는. 그래서 또다시 잔인한 고통의 과정 속에 제발로 걸어들어가고야 마는. 많은 이들의 환호와 사랑과 집중을 오롯이 받아내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오싹할 정도로 짜릿한데, 실제로 그것을 경험하는 그들이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어느 정도이겠는가. 그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암.
7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아이돌 샤이니.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 여유 있게 자신들의 무대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이번 콘서트 전반에 걸쳐 멤버들이 다들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이 눈에 보여서, 무대를 보는 내내 걱정이나 불안이나 실망감 같은 감정은 전혀 들지 않았다. 소수의 아이돌만을 아티스트라 칭하는 것은 괜한 부심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니다. 타인이 해주는 기획을 그저 이해하고 자신의 색을 가미하여 보여준다는 수동적인 역할에서 더 나아가,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주체적인 창조자들이야말로 '아티스트'라 불릴 자격이 있다. 덕분에 가사를 모르더라도 혹은 곡이 조금 생경하더라도 전혀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이, 샤이니가 유도해주는 대로만 잘 따라가면서 그들의 공연을 진정으로 즐길 수 있었다. 샤이니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과 무대를 마음껏 보여주면서도 관객과 '함께 즐긴다'는 근본적인 목적을 결코 퇴색시키지 않는, '프로'였다.
무려 세시간 반의 공연 동안, 빈말이 아니라 단 한 순간도 집중이 떨어지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알차게 즐겼다. 대략 세 번째 곡을 들을 즈음에는, 일단 낸 돈 만큼의 효용은 벌써 고스란히 얻었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다른 샤이니 공연은 굳이 욕심내지 않아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온전하게 만족해서 스스로도 신기하다. 물론 기대했던 Evil이나 상사병 등등 많지도 않은 최애곡을 단 하나도 불러주지 않았다는 것은 조금 섭섭하지만, 정말 아쉬움이 단 한 톨도 안남는다. 혹시 나중에 올밴드 공연을 한다거나, 제대로 된 공연장이 생겨서 음향 퀄이 보장된다거나 한다면 그 때 다시 관람해볼까 한다. 후자는 과연 한국에서 가능할 날이 올까 싶긴 하지만^_ㅠ
진정 '샤이니'다운 공연을 보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다. 알차고 훌륭한, 기대 그 이상의 콘서트에 참여할 수 있어 다행스럽다. 앞으로도 반짝이며 빛날 샤이니를, 소소한 관심과 애정을 쭉 유지하면서 지지하고 기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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