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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마우스

in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2017.03.28 8시공연




홍광호 서인후, 서범석 강박사. 홍인후, 범박사. 홍범. 미마 자첫자막. 평이 크게 좋지도 않고, 내 취향도 아닐 것 같아서 볼까말까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홍범이니 귀는 즐거우리라 믿고 예매했다. 이날 공연을 보기 위하여 참으로 많은 고난을 넘겼건만, 관극 자체는 크게 만족스럽지 않아서 아쉽다. 잘 정돈된 좋은 극인 척 하는 한국식 신파라는 생각을 했다. 불호인 극은, 명확한 이유가 있다. 스토리든 정서든 넘버든 연출이든 연기든, 무언가가 확실하게 취향이 아니기 때문에 '내 기준에는 불호다'라고 단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극은, 그냥저냥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다는 생각 없이 적당히 구경하듯 관극할 수는 있었다. 한창 유행하는 진부하고 뻔한 스토리의 영화들 중 하나를 보고 나온 기분이다. 전체적으로 기승전결은 다 있지만, 그래서 그 장면장면들이 결국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는지는 아리송하다. 개그라고 넣은 장면들은 우스꽝스러움이 지나쳐서 웃음보다는 정색이 앞섰다. 아무리 패러디라 해도 유쾌하고 센스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저 광대같이 과장스럽고 편파적이었다. 유머코드는 무척 올드했다.


갈등관계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려면 두 인물의 감정이 교차하는 지점을 좀 더 농염하게 만들었어야 한다. 하지만 대놓고 복선인 장면만 하나 던져놓고 갑자기 팽팽하게 치닫는 날선 대립으로 넘어가버려서 공감도 몰입도 전혀 안됐다. 그냥 홍범 두 사람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짱짱하고 매력적이라는 것밖에 남지 않는다. 그리고 주인공이 아닌 인물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놓는 극을 좋아하지만, 그 방식이 은유적이라거나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길 바란다. 하지만 이 극에서는 갑자기 본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본인이 직접 넘버를 부르며 풀어버리니까 엄청 뜬금없었다. 너도 소외 받았고, 두려웠고, 당신도 아픔이 있고, 그래서 뭐. 인후 한 사람을 둘러싸는 흐름을 쫀쫀하게 이어가기도 바쁜 120분이라는 시간을 너무 루즈하게 활용하더라. 이런 점은 연출이 조금만 더 고민했으면 훨씬 매끈하게 녹여낼 수 있었을 것이다. 연출이 만병통치약이라거나 극의 단점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출이야말로 종합예술인 뮤지컬 혹은 연극을 짜임새 있게 매듭지어 탄탄하게 연결해야 하는 최종 총괄자이기에, 관극 후에 매번 연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조명 연출도 색감이나 활용이 별로였고, 넘버도 무지하게 취향이 아니었다. "멀쩡해요" 라는 인후의 대사나 포장마차 장면 등 불편했던 부분들도 있었다. 이렇게 여러모로 말할 점들이 많이 남았지만, 그냥 넘길란다. 힘들어. 차라리 확 불호면 이것저것 쏟아냈을텐데, 그게 아니니까 정력이 떨어진다. 홍배우를 많이는 못 만나봤지만, 지난 만남 때보다 더 감정이 짙어진 건 확실했다. 넘버를 부르는 도중에도 감정의 완급 조절을 유려하게 했고. 시라노 카더라 돌던데, 한 번은 보겠지? 류배우님이랑 더블캐슷이면 못 볼 지도...?... 아 맞다. 류배우님 지난주 화요일에 홍범 관극하셨다던데 일주일만 늦게 하셨으면 좋았을텐데ㅠㅠ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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