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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앤하이드

in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2017.04.04 8시공연




필경 취향이리라 예상한 극이었고, 역시나였다. 관극 내내, 입덕 직후 류지킬/류하이드 지방공을 따라가지 않았던 과거가 끊임없이 되풀이되며 스스로를 질책하는 듯했다. 물론 열심히 고민하여 자발적으로 '선택' 한 행동에는 큰 미련이나 후회를 두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그 선택 자체에는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만 더 입덕을 빨리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역시나 짙다. 류배우님 특유의 '고급스럽지만 광기에 찬 귀족' 을 맛깔나게 살려내는 연기를 매우 사랑한다. 그럼에도 내 취향의 근간은 '제 신념에 올곧게 파묻혀 신에 맞서 싸우고 저항하다 와장창 나락까지 무너져내리는 지식인' 류의 이미지이기 때문에, 류지킬이 얼마나 매력적이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하겠다. 이런 취향 때문에 류막심 보다는 세류반에 조금 더 애착이 갔고, 다른 이들의 후기로만 접한 류빅터를 고통스럽게 여즉 앓고 있다. 류하이드는 또 어땠을지, 말해 무엇할까. 올 연말에 지앤하 라이센스가 올라온다는 카더라가 있던데, 부디, 제발, 기필코, 류배우님이 돌아오시길 온 마음을 다해 바랄 뿐. 



배우나 극에 대해서 할 말이 없진 않은데, 그저 아끼고픈 마음이 크다. '여성' 캐릭터를 두 극단으로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극의 한계나, 주인공 지킬에게 보다 몰입하도록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함에도 장면장면이 끊어지는 인상이 드는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파사드를 비롯한 앙상블의 떼창 장면이나, 너무나도 익숙한 넘버들이 온 무대를 가득 채우는 장면들은 가슴을 세차게 두드려댔다. This is the moment, 하는데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실감이 안났다. 컨프롱은 조금 아쉽긴 했지만. 



가능하면 1층 앞열 왼쪽에서 한 번쯤 더 보고 싶긴 한데, 요새 다작을 추구하는 중이라서 아마 이대로 보내지 않을까 싶다. 라센 정말 와야 해. 중소극이 번창하는 이 시기에 대극장은 지앤하, 드림걸즈, 시카고 등 '내한' 이라 쓰고 '외국배우 출연작' 이라 읽는 극들만 가득해서 아쉽다. 이러다 또 연말에 대극장 극들이 어마어마하게 휘몰아치겠지. 간만에 풍성한 감정에 오롯이 빠져들었던 관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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