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머더포투
in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2017.03.14 8시공연
마커스 제병진, 용의자들 박인배, 피아니스트 강수영. 머더포투 라이센스 초연 프리뷰 첫공. 제마커스, 인용의자, 금피.
원체 코미디라는 장르를 선호하지 않는 지라 평소라면 자첫도 하지 않고 넘길 법한 극이었지만, 초연이라는 점과 스타캐스팅이 아닌 신선한 조합에 끌렸다. 2인극에 피아노 한 대라니, 못해도 평타는 치겠지 싶어서 프리뷰 첫공을 보고왔다. 예상대로 취향은 아니지었지만, 그래도 극 내내 몰입해서 즐겁게 관극할 수 있었다. 극 자체가 엄청난 웰메이드 작품은 아니었지만, 배우를 탈탈 털어넣는 연출과 전개 속에서 열연을 보여주신 배우분들께 진심으로 찬사의 박수를 보냈다. 그 많은 대사와 캐릭터 정체성과 노래와 동작들이라니, 정말 겹치기는 절대 못할 극이더라. 중간에 제병진 배우 물통을 붙들고 벌컥벌컥 들이키던 박인배 배우의 절박함이 결코 과장스럽지 않았다ㅎㅎ 공연을 거듭할수록 합을 맞추고 애드립이 늘어가서 더 흥미진진한 극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건, 프리뷰 첫공임에도 '로딩이 필요'해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 이래야지. 간만에 시간과 돈을 내고 함께 호흡하고 극을 완성하는 기분이 들어서 관극 내내 신이 났다. 중간중간 살짝 늘어지는 부분이 있긴 했는데, 점차 쫀쫀해지리라 믿는다.
※연출/애드립 스포있음※
무대는 가운데 쪽을 살짝 높이고 양 꼭지점 쪽에 하얀 의자가 각각 놓여있으며 그 아래 책들이 한 무더기 씩 쌓여있다. 그리고 무대 양 옆에는 백스테이지 드레싱룸의 화장대가 길게 있는데, 거울은 없고 테두리만 있고 그 테두리에 걸쳐 조명이 달려있다. 극 내용은 가운데 무대 위에서 진행된다. 덕분에 중의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점이 좋았다. 입장할 때부터 금피는 이미 피아노 앞에 앉아있고, 시작 5분 전 쯤 마커스 배우가, 조금 뒤에 용의자 역할 배우가 무대 위에 먼저 올라와서 양 옆에 위치한다. 두 사람이 등장할 때 금피가 벌떡 일어나 90도로 인사를 한다. 바로 여기부터 극이 시작된다. 살인사건 및 그걸 해결하는 스토리는 전부 한 편의 극이고, 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미리 등장하여 메인무대 옆쪽 대기실에 앉아서 숨을 고르고 책을 읽는 두 사람은 그 극에 출연하는 배우들이다. 극중극. 이 특징을 마지막 부분에서 조금 더 부각시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액자 형태의 극에서 테두리를 뛰어 넘으면서 "이걸 보고 어떤 연출자가 우릴 쓰겠어?" "극 절반이 지났는데 이제 캐릭터 설명 다 끝났다" "조명 비싸보인다" 등등의 애드립을 치는 부분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아서 좋았다. 시대적 배경이 크게 부각되지 않으니 최근 드립들도 과하지 않았다.
조명을 깔끔하게 활용하고, 천장에 미러볼 큰 것도 달려 있었다. 피아노 실루엣에 맞춰 잘라놓은 벽이 있는데, 마커스의 수첩인 것처럼 낙서 같이 사건의 실마리들이 적혀 있고, 해당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이름을 핀조명으로 부각시킨다. 각 인물들마다 특정 소품이 있어서 용의자 배우가 그 소품을 착용하는 순간 정체성이 변하는 연출인데 워낙 드라마틱하게 캐릭터를 잡아낸 인배용의자 덕분에 저게 누구고 이건 또 누구야, 하는 혼란 따위는 전혀 없었다. 근데 그 조카는 조금 혼란스러웠다ㅋㅋㅋ 할머니 뒤에 숨는다길래 초딩쯤 된 남자아이인 줄 알았는데, 극 중에서 대학원생이라는 말에 1차 놀라고, 극 다 보고 나와서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는 점에 2차 놀랐다. 남자인 줄 알았기 때문에 마커스를 향해 어설픈 여지를 주는 행동들이 풋풋하다고 생각했는데, 여자라고 듣고 보니 좀 아쉽더라ㅎ 전반적으로 여타 극들처럼 여성을 극 안에 녹여내는 방식이 고루한 점도 있었다. 그래도 그 진부함을 배우가 워낙 효과적으로 살려내서 적절한 수위의 개그 포인트로 살아나긴 했다. 이렇게 일인다역을 하는 극에서는 각 캐릭터들이 어쩔 수 없이 '과장된' 면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감안하고 보게 된다.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 역시 컨프롱. 모자를 반으로 나눠놓고 배우가 오른쪽 얼굴을 보여줄 때는 남편, 반대쪽 얼굴은 부인, 이런 형태였는데 두 사람의 넘버에서 지앤하 컨프롱처럼 동작을 취하고 목소리를 긁는 게 정말 최고였다ㅋㅋㅋㅋ 관객들 다 터짐ㅋㅋㅋㅋㅋ 이거 말고 옆에서 하는 비스티 언급하며 김종구 배우 팬클럽 가입할 거라던가, 작가가 별로라고 하다던가, 시즌투를 운운한다던가 하는 애드립들이 넘쳐났다. 배우의 역량이 없으면 결코 완성할 수 없는 극이고, 그 역량이 노련해짐에 따라 재미와 완성도가 더욱 빛을 발할 극이다. 취향에 맞으면 맞는 대로 엄청 즐겁게 볼 수 있을 테고, 이런 류가 취향이 아니더라도 100분 간 몰입해서 관극할 수 있을 만한 공연이다. 이 극이 흥해서, 좋은 배우들이 더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공연예술 > Music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밑바닥에서 (2017.03.22 8시) (0) | 2017.03.23 |
---|---|
윤동주, 달을 쏘다. (2017.03.21 8시) (0) | 2017.03.22 |
더데빌 (2017.03.03 8시) (0) | 2017.03.04 |
어쩌면 해피엔딩 (2017.02.15 8시) (0) | 2017.02.17 |
팬텀 (2017.02.10 8시) (0) | 2017.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