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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Musical

팬텀 (2016.12.21 3시)

누비` 2016. 12. 21. 22:20


팬텀

in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2016.12.21 3시 공연





전동석 팬텀, 이지혜 크리스틴 다에, 박철호 카리에르, 신영숙 카를로타, 손준호 샹동, 황혜민 벨라도라, 윤전일 젊은 카리에르, 박준우 어린 에릭. 동팬텀/동에릭, 지혜크리, 철카리. 동지혜 삼공이자 자둘. 



연차를 내기로 하고 마티네를 찾다가 류몬테 마티네 12열 보유석을 잡았는데 너무 멀고 관크도 심할 것 같아서 종일 고민했다. 그러다 아슬아슬하게 앞쪽 시제석을 잡아서 결국 동팬텀을 봤다. 이왕이면 자둘은 은팬텀을 하고 싶었지만, 공연일이랑 현업 타이밍이 계속 안 맞는다ㅠㅠ 2주 만에 보는 동지혜 페어라서 얼마나 좋아졌을지 기대도 됐고, 올해 안에 이 극을 한 번은 더 보고 싶었기에 만족스럽다.





일단 자리 얘기부터 간단하게. 왼블 4열 맨 끝자리, 시야제한석이었다. 그어디에 초반, 애교 넘치는 푸딩-젤리 부분이랑 다 내꺼야 초반, 비스트로에서 관크남 에릭이 있는 왼쪽 3층 구조물, 이그그품 초반 에릭 등장부분, 뱃노래 일부, 지하무덤의 침대 정도가 아예 안 보인다. 그 이외에 중요한 부분, 특히 레슨씬이나 스포씬(ㅍ밍아웃)은 아슬아슬하지만 보인다. 무대 상수 백스테이지가 듬성듬성 시야에 밟히긴 하는데 크게 거슬리진 않았다. 그리고 음향. 블퀘에서 이 정도 퀄의 음향을 듣게 되다니 그저 감개무량하다. 짱짱하고 시원한 배우의 음색을 거슬림 없이 잘 전달했다. 요새 충무 음향이 너무 거지라서 상대적인 효과로 더 좋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블퀘에서 봤던 모든 공연을 통틀어 최고로 좋은 음향이라 감히 단언할 수 있다. 심지어 동팬텀 컨디션도 완전 짱짱해서 무척 행복했다. 귀가 시원하게 트이는 느낌. 이 순간 이 공간에서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벅차도록 황홀했다.



※스포있음※



지난 재연 자첫 관극을 하면서 거슬렸던 여러 요소들이 거의 대부분 말끔하게 다듬어져 정돈되어 있었다. 반말 존대 섞어 쓰는 어투라거나 넘버 부를 때 넣는 감정의 농도, 어색하던 과한 몸동작들, 대사톤의 강약조절까지 전부 좋아졌다. 오히려 그래서 1막의 캐릭터성이 조금 밋밋해진 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번잡한 것보다는 기본틀이 확실하게 잡힌 것이 훨씬 낫다. 연출이 지시한 대로 부른다는 게 느껴지는 몇몇 부분은 살짝 아쉬운 감이 있었고 약하고 여리게 부르는 몇몇 파트가 조금 답답했다. 지난 관극에서도 느꼈었는데, 2막 첫 넘버 뱃노래에서 가면 때문에 코막힌 소리가 너무 심하다. 스토리를 담아 다채롭게 펼쳐보일 수 있는 넘버임을 알기에 너무 안타깝다. 동팬텀은 오버츄어랑 그어디에맆이 가장 좋은데, 이날은 비극맆 후반부가 너무너무너무 좋았다. 음을 그토록 길게 뽑아내는 목소리에 흔들림 하나 없이 맑고 깨끗한 게 기적 같이 아름다웠다. 커튼콜 때도 짱짱하게 불러줬고. 



동팬텀은 여린 면이 강하다. 2막 초반에 오페라하우스를 무너뜨린다는 협박을 하게 되기까지의 감정선 변화가 설득력이 떨어질 정도로, 사람 두 명을 죽였다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로, 무해한 이미지다. 오유 팬텀 느낌이 들 정도로 위압감 넘치는 목소리는 1막 초반에만 존재할 뿐이다. 크리스틴이 제 맨 얼굴을 보고 도망갈 때, 동릭은 이미 그 결말을 알고 있었다. 알았지만 그의 노래에 실날같은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고, 믿지 않으면서도 갖게 된 그 기대 때문에 더욱 처참하게 무너진다. 비틀거리면서 자신의 왕국을 제 손으로 무너뜨리는 동릭. 온 세상이 무너졌다기보다는, 스스로를 부정하며 자책에 휩싸여 절망하고 다시 제가 아는 현실로 돌아온다.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진실. 그나마 단 하나의 위안은, "당신 어머니는, 당신 모습이 가장 완벽하고, 가장 아름다웠다고 믿었다" 라는 카리에르의 말. 그 순간 가슴을 쥐어뜯는 듯한 동릭의 표정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아팠다. "나쁘지 않았어, 태어난 거 말이야," 라고 했지만 줄곧 집착하던 '외모'라는 열등감. 그 절망에서 조금쯤 구원 받은 얼굴. 여전히 열 살 에릭으로 남아 있던 동릭은 어머니의 그림자를 안고 있는 크리스틴을 통해 위안 받고 안도 하며 숨을 거둔다. 





디테일한 부분이나 대사를 짚으며 리뷰를 쓰고 싶은데 극이 너무 길어서 찬찬히 뜯어내 지적하기가 너무 벅차다. 특히 2막에서 고치고 싶은 대사들이 너무 많다. 근데 이 극에 그만큼의 애정이 없는 건지 막 집착하면서 기억해내고 지적하려는 의지가 안 드네. 일단 크리스틴 캐릭터가 너무 매력이 없다. "당신 어머니도 당신 얼굴을 보고 미소 지었잖아요, 그게 사랑이라면 나도 할 수 있어요." 부터 시작해서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 때 그만 할게요." 라는 대사들은 정말이지 어쩌라고 싶은 생각부터 든다. 지혜크리도 넘버 소화나 감정 자체는 많이 다듬어졌는데 여전히 연기로서 전달하는 감정선이 와닿지 않는다. 본인 노선을 좀 확실히 정해놓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면 좋겠는데. 주인공은 팬텀이지만, 그 팬텀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크리스틴이다. 오버츄어 영상 자막에도 나오는, '주인공' 말이다. 철카리는 과거를 회상하는 부분에서 짜증이 절로 날 정도로 넌씨눈이고, 파밍아웃에서 자신의 감정에만 파묻혀 몰두하는 이기적인 인간형이지만 그래도 에릭의 감정선에 선명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카리에르에게는 먹금하는 냉랭한 에릭 노선이 좋긴 한데....ㅎ.... 





신챠밍은 여전히 챠밍했다. 배우님 필모를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신칼롯은 레알 인생캐인 것 같아. 2막 비중이 매우 적긴 하지만, 위압적인 협박에도 지지 않고 맞서 싸우는 캐릭터라 멋지다. 물론 악역이라 마냥 예뻐하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어린 에릭 역의 준우는 노래가 살짝 아쉬웠고, 손준호 샹동은 기대 이상으로 노래가 들을 만 했지만 연기하는 말투가 너무 철없이 어린 재벌3세 같아서 몰입이 안됐다. 샹동이 이 정도로 중요한 역할인지, 초연 때는 알지 못했다. 초연 팬텀 막공 때였나, 류배우님이 오유 라울을 언급하며 그 역할이 주목받지 못하지만 어렵다고 하셨다던 게 어렴풋이 생각이 나네. 젊은 카리에르는 더블 다 만족스럽진 않다. 엄재용 배우는 표정 연기가 좀 과하고, 윤전일 배우는 어색하다. 황혜민 벨라는 너무나 아름답고 완벽하시고. 스카프 접어서 애기 포대기로 만드는 것만 조금 더 예쁘게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만 있다. 발끝으로 총총총 걷는 걸음걸이에 담기는 감정이 너무 좋다. 



이엠케이는 앙상블 노래를 더 중시해줬으면 한다. 특히 남앙들이 떼창에서 너무 못 받쳐줘서 팬텀 푸가 같은 웅장한 노래가 너무 조잡하게 들린다ㅠㅠ 비스트로 웨이터 노래 부분 또한 딕션이 잘 안들려서 답답하고. 르두 경감 역할 배우분 대사에 영혼을 갈아 넣으려는 건 느껴지지만 몇몇 부분이 과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넘버소화가 무척 아쉽다. 무대장치 팀에 불만은 없지만 여전히 불안해 보이는 소품들이 거슬린다. 2막 시작할 때 샹들리에 지난 번보다는 빨리 올라간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이날 관극을 하면서, 블퀘 무대야 말로 팬텀에 최적화된 공연장이라고 느꼈다. 좌우로 넓고 안으로 깊고 무대 천장도 높다. 오페라하우스 무대 혹은 백스테이지에 있다가도 조명과 음향 만으로도 지하 깊숙히, 어둡고 축축한 장소로 끌려들어가는 느낌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더라. 아직 두 번 밖에 관극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블퀘하면 팬텀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다.  





프로그램북을 살까, 하면서 샘플을 펼치는 순간 눈에 들어온 저 사진 때문에 그냥 지르고 말았다. 초연 때 연습실 사진이 없는 류령 때문에 플북을 아예 안 샀으니, 충동구매는 아니다. 아닐 거다. 아무튼 자잘하고 깊이 있게 썰을 풀어내고 싶은데, 3차 관극 이후 여유가 생기면 해봐야겠다. 요새 관극을 몰아서 많이 해버리니까 매번 즉시 리뷰를 남기는 것만으로도 벅차다ㅋㅋ 대사, 특히 어미나 어조 등을 조금 더 세밀하게 기억하고 싶은데 뭔가 괜찮은 방법이 없을까. 인터 때 메모를 남기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ㅠㅠ 결국 회전을 돌면서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걸까... 그럼 할인이 더 풀려야...ㅎ.... 뮤덕질 힘들어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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