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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in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2016.12.09 8시 공연
류정한 몬테크리스토/에드몬드 단테스, 린아 메르세데스, 이상현 몬데고, 조원희 파리아, 임준혁 알버트, 조순창 빌포트, 장대웅 당글라스, 백주희 루이자, 최서연 발렌타인. 류몬테/류드몽, 린아메르, 상현몬데고, 원희파리아. 류린아 2차. 류몬테 4차.
늘 그랬듯, 이 리뷰도 류몬테 찬양글이 될 것 같다. 네 번째 관극이었는데, 지난 공연들과 노선이 살짝 달라졌고 목소리도 다른 극에서 보여주셨던 캐릭터들과 확연히 구분됐다. 그리고 이날 진심 존잘이었다. 세상에. 지금 당장 얼굴박제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공연이 흘러가는 내내 시간을 붙들고 사진이라도 남기고 싶을 정도였다. 심지어 2막에서 수염 붙이시고 나온 거나, 슬로우모션으로 과하게 취하는 표정까지도 잘생겼다니까...?!.... 연기노선과 잘생긴 미모가 너무 훌륭해서, 힘든 몸을 질질 끌고 관극한 보람이 있었다. 정말 너무 좋았다.
※스포있음, 개인 해석 위주※
이날 류드몽은 그저 달달한 사랑꾼이던 기존 정석 노선과는 다르게, 본인만의 인생에 대해 자신감과 약간의 야망이 있는 청년이었다. 메르에게 줄 반지에 키스할 때 예전에는 소중한 메르 대하듯 몸을 숙이고 가볍게 했다면, 이날은 허리를 꼿꼿이 피고 쪽 소리나게 입을 맞췄다. 모렐영주가 새 선장을 발표하며 제 이름을 부를 때 당글라스 쳐다보는 건 늘 했지만 마냥 순진하게 기뻐하던 표정이 아니라 앞으로 나서던 그를 슬쩍 쳐다보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축복받을 때 딱 제 기도만 하고 성호까지 그은 다음에야 메르세데스와 눈을 마주치기도 했다. 언제나 그대 곁에 넘버에서 두려움보다는 망연함을 보이며 시작했고, 마지막 "그대 곁에" 하면서 기존에는 절망에 휩싸여 침상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면 이날은 팔을 쓰다듬으면서 천천히 바른 자세로 '앉았다'. 하루하루 죽어가 초반에는 앙들 목소리 다 잡아먹는 독보적인 성량으로 시작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울음과 절망이 섞이며 목소리가 옅어졌다. 14년 후 파리아와의 만남. "어떻게 그렇게 아는게 많으세요? 헤헤" 하는 빙구미 있던 목소리 빼고는, 내면에 순진함보다는 꼿꼿한 무언가가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파리아와 논리적인 추론을 이어가며 적의 실체를 깨닫는 순간, 류드몽 내면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류몬테의 정체성이 완전히 수면 밖으로 올라온다. 기존에는 뜨거운 분노였다면, 이날은 차갑게 내려앉은 분노였다. 하지만 류드몽의 본성 자체는 선하고 인간을 사랑한다. 심문 장면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쉽게 나열하지만 증오하는 사람이 없다는 대사는 물론이고, 친구가 되어준 자코포에게 망설임없는 담백한 말투로 이 보물의 절반을 주겠다고 말한다. 이런 성격을 잘 조화시켜서 몬테크리스토라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구축해내는 류몬테였다. 우리의 별 넘버까지는 유한 에드몬드의 정체성이 강했다면, 주변 사람들의 근황을 듣고 나서 너무도 슬픈 얼굴로 어이 없다는 웃음을 쏟아내며 돌변한다. "혼자 있고 싶네" 라는 말이 선명하고 단호했다. 그리고 지옥송. 지옥송 때문에 1막이 많이 휘발됐는데, 정말 너무 좋았다. 중간에 변주도 있었고, 분노의 결이 평소보다도 더 다채로운 느낌이었다. 반투명막이 뒤로 내려가고 무대 앞 오블쪽으로 성큼성큼 걸어나오는데, 이 순간 이 배우의 이 노래를 듣고 있다는 실감이 확 나면서 황홀한 위압감에 휩싸였다. 상수부터 하수까지 우아하게 걸어가며 관객석을 향해 찌르듯이 시선을 두는 류몬테가 너무 좋았다. 이전에는 마지막 음이 끝날 즈음 저절로 격한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이날은 그 휘몰아치는 느낌에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다.
2막. 아, 여자에서 메르세데스를 바라보는 류몬테의 표정이 내내 반짝거렸다. 행복했던 과거를 떠올리다 문득 현실로 돌아오던 지난 공연과는 다르게 아름답고 눈부시던 연인을 따뜻하고 애틋한 눈빛으로 넘버 끝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파티에서 재회할 때 눈꼬리까지 휘어가며 만면 가득 미소를 짓다가 갑자기 쌩하니 고개를 돌려버리는 표정의 갭이 크다. 그에 따른 목소리 변화도 좋고. 자신을 바로 알아보는 메르세데스의 노래를 듣는 류몬테의 그늘진 옆모습 밖에 보이지 않는데도, 점차 흔들리고 감정이 짙어지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착각은 마" 하며 이어나가는 목소리의 떨림에 설득력이 담뿍 묻어났다. 이어지는 복수송에서 단상 위의 류몬테 눈이 여전히 축축했을 정도였는데, 그래서 이를 악물고 심판을 이어나가는 류몬테의 복수의 색감이 조금 달랐다. 정석적인 느낌이 아닌, 평소보다 인간미 있는 느낌이었는데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네... 복수하고 깔깔깔 악당 웃음을 짓는 것까지 지난 번과 비슷했는데도, 묘하게 다른 감정선이 느껴졌다. 이어지는 과거의 나 자신에서도 인간미가 보다 많이 담겼다. 메르세데스가 찾아와 여생을 당신과 함께 하고 싶다고 하자 흔들리는 얼굴이나, 몬데고가 찾아와서 화를 내자 "그가 가장 가난한 자라고 해도 당신이 아닌 그를 선택할 거예요!" 라고 외치는 메르의 말에 그를 향해 돌아보는 표정이 무척 좋았다. 비로소 자신의 믿음에 대한 대답을 받았다는 느낌. 파밍아웃에서 "이 아이의 아버지는 아직 살아있어요" 라는 말을 듣자마자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휘몰아치듯 쏟아지는 진실을 받아들이는 느낌이었다.
소소한 애드립들. 우리가 왕이 된다면에서 파리아의 고개가 떨궈짐을 느끼고 "안 돼... 안 돼.." 중얼거리다가 "신부님.... 사랑해요" 하며 끌어안는 부분과, 결투에서 허공에 총을 쏘고 나서 "알버트.." 하고 이름을 불러준 다음에 "돌아가. 어머니께 최선을 다해." 라고 대사 이어가는 부분이 좋았다. 그러고보니 가짜 결투씬에서 총에 화약 안 터지고 소리만 났음. 마지막 루이자를 찌르고 나서 짠 하는 표정을 짓는 류몬테를 향해 일부러 박수랑 환호를 보냈는데, 입모양으로 "더" 라고 하시길래 시키시는대로 더 열심히 신나게 환호를 보냈더니 뿌듯하단 표정을 지어서 너무 귀여우셨다ㅋㅋㅋ 저 꼬맹이는 누구냐는 물음에 "파리의 상류층에 합류하는" 이라고 대사하다가 합류라는 단어를 살짝 씹어서 또 풋, 웃었다. 류배우님 대사 씹는 거 진짜 보기 힘든데ㅋㅋㅋ 이 이전에 해적선 씬에서도 애드립 있었다. 지하에서 냄새가 올라온다면서 오케를 향해 몸을 숙였다가 뭐라뭐라 꿍얼꿍얼 대는 류몬테에게 주희루이자가 "누구랑 얘기하니?" 이러니까, 바로는 아니고 살짝 텀을 두고 피식 현실 웃음을 흘리더라. 그런 느낌의 현웃은 또 처음이라 신선해서 광대가 저절로 올라갔다. "그럼 이제 우리 친구인가?" 하면서 자코포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고는 김선앙이랑 눈 마주치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ㅋㅋㅋ 세게 손을 맞잡을 것을 이미 예측한 얼굴이라서 또 귀여웠고ㅋㅋㅋ 지옥송이랑 복수송에서 혀 할짝거리는 애드립 넘나 좋았다. 아, 심문 씬에서 "자네의 정치색은 무엇인가 / 누굴 지지하는가" 라는 빌포트의 질문에 "정치라뇨," 하고 잠시 텀을 두었다가 ".. 전 정치 같은 거 관심 없습니다!" 하는데 류배우님 본인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갔을지 짐작이 되어 기분이 묘했다. 날이 날인 만큼 몇몇 대사와 가사가 유달리 꽂히더라.
린아메르는 2일의 노래가 더 좋았다. 이날 마이크 상태도 되게 별로여서 좀 속상했다. 상현알베르도 마음이 급한 건지 대사를 좀 많이 씹어서 아쉬웠고, 대웅당글라스도 살짝 아쉬웠다. 준혁알버트는 연기적으로 뭔가 고민하고 시도하려는 게 보이는데, 그 때문에 노래가 흔들려서 안타까웠다. 그래도 몇 번 만나다보니 정이 가네. 가짜 칼싸움 이후에 류몬테가 알버트에게 "몬테크리스토 백작!" 이라고 자신을 소개하자마자 조명이 다 꺼지는데, 2일에는 류몬테의 허리를 알버트가 감싸고 나갔는데 이날은 류배우님이 너무 성큼성큼 나가버려서 준혁알버트가 양 팔을 앞으로 뻗으며 같이 가자는듯 쭐래쭐래 따라갔다. 루이자는 두 분 다 좋은데, 난아루이자가 노래에 강하다면 주희루이자는 연기나 대사톤이 좋다. 파리아 신부는 이날 원희파리아가 더 취향이다. 구멍에서 끌어올려주지 않는 등의 류드몽과 하는 애드립들이 더 마음에 드는 이유도 있고, 내면에 날카로운 이성과 세상을 따뜻하게 보는 마음이 공존하는 게 확실히 드러나는 점도 좋다. 아, 파티장에서 유겸배우가 앙으로 나오는 거 발견했다. 맨 오른쪽에 선 서빙보이. 1막 초반 약혼신 장면에서 준혁알버트랑 김선앙이 챙 넓은 모자 눌러쓰고 마을사람으로 나오는 것도 이날 발견했다. 다들 개성이 뚜렷해서 앙들이 상당히 잘 구별되는 편이다. 파티장에서 녹색드레스에 보라색 장갑 끼고 있던 손미경 배우 음색 좋더라.
이날 오버츄어부터 그냥 앞으로 음향은 포기하자고 생각했지만, 에드몽을 부르는 린아메르 마이크를 안 켜는 것부터 시작해서 잡음 섞이고 앙상블 마이크 안 껐는지 숨소리 나오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그리고 대망의 커튼콜ㅋㅋㅋㅋ 거기 음향팀 일하면서 집중 안 할 거면 월급 왜 받으세요?... 류몬테 컷콜 지옥송 부르는데 마이크 안켜서 첫 단어 먹히니까 류몬테가 상수 쪽 백스테이지 바라보는데 진짜 짜증나더라..... 물론 이어지는 노래에 완전히 반한 얼굴로 류몬테에 몰입하긴 했지만, 진짜 한 두 번도 아니고 매번 이러니까 너무 화난다. 나가면서 컴플레인 했어야 했는데 컨디션 안 좋아서 걍 집에 온 게 후회된다. 마지막 린아메르와의 듀엣에서도 류몬테 마이크 누가 들어도 이상했고. 아 화난다.
이제 남은 표는 세 장. 위멮데이랑 막공주 세미세미막, 그리고 세미막. 생각해보니 류배우님 세미막을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더라. 세미막은 곧 레전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온 터라, 알고 잡은 건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세미막을 가게 되어 기대가 된다. 심지어 지금까지 본 류배우님 공연 중에서 가장 좋은 자리다. 오케석 없는 1열, 그것도 정중앙이다. 오히려 이렇게 가까우면 극 자체에 대한 몰입이 안 되는 경우가 많긴 했지만, 그래도 류배우님이니까 기대치 만땅으로 올려놔도 되겠지♡ 흐으. 잡아놓은 공연이 한 장씩 줄어드는 게 속상하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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