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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in 충무아트홀 대극장, 2016.11.20 7시 공연
드디어 자첫한 몬테! 각오했던 것보다 더 유치해서 오히려 회전은 많이 돌 것 같다. 스토리 위주의 극을 한 시즌에 여러 번 보지 못하는 성향인데, 이렇게까지 직설적이고 단순하며 꽉꽉 닫힌 결말이라면 아예 생각 없이 볼 수 있어서 편할 듯 싶다. 물론 고민거리를 던져주거나 우울하거나 처절한 극을 훠얼씬 좋아하긴 하지만, 류배우님 존재 자체가 바로 취향인데 뭘 어찌할 수 있을까. 오히려 배우님도 큰 부담 없이 조금은 즐기면서 하실 수 있는 극 같아서 나도 머리를 비우고 같이 달려볼까 한다. 이미 들고 있는 표의 숫자가 류배우님 작품 중 가장 많이 봤던 라만차 6회분과 동일하니, 말 다했지ㅋㅋ 그런 의미에서 자첫 감상은 스포 없이 간략하게 넘겨야겠다.
류정한 에드몬드 단테스/몬테크리스토, 조정은 메르세데스, 최민철 몬데고, 조원희 마리아 신부, 박유겸 알버트, 조순창 빌포트, 장대웅 당글라스, 백주희 루이자, 최서연 발렌타인. 이하 원캐. 류몬테, 선녀메르, 미남몬데고. 류선녀미남.
일단 뮤지컬 데뷔무대였던 박유겸 배우부터. 극 올리기 직전에 추가 캐스팅으로 들어와 대량의 캐슷변경을 야기한 엠개에 짜증이 났고, 자뮤페 때 만났던 바로는 성량은 크지만 듀엣 상대를 배려하지 않아서 크게 호감은 아니었다. 마이크 생각 안하고 발렌타인 드레스에 얼굴 파묻어서 음향 지직거리게 만든 건 첫 공연이니 넘어가는 실수인 걸로. 알버트가 생각보다 넘버도 많고 나오는 장면도 많더라. 넘버 수를 늘렸다는 것만 들었었는데. 레오 공연은 아직 표가 없는데 궁금하긴 하다. 아, 여자 하는 넘버에서 류배우님과의 듀엣이 상당히 궁금하다ㅋㅋ 김선앙은 처음 등장할 때 추바야가 연상됐다ㅋㅋ 대사도 많고 나름 비중이 있어서 좋았다. 발렌타인은 2막에서만 나와서 굳이 더블을 해야하나 싶을 정도였고, 악역 3인방은 합이 벌써부터 잘 맞는 편이라서 좋았다. 선녀메르는 1막보다 2막이 훨씬 좋았다. 앳되고 사랑스러운 얼굴임에도 성숙하고 깊은 감정에서의 표현력이 훨씬 좋다. 솔로 넘버를 듣고 있자니 엘리자벳이 보고 싶어졌다. 선녀배우는 표정연기를 봐야 하는데.
그리고 류배우님. 이거 원톱극 맞네. 툭툭 끊어지는 연출과 짜증을 유발하는 음향 사이에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셨다. 디테일하게 장면 별로, 넘버 별로 앓고 싶은데 자둘이 다음주네ㅠㅠ 특히 지옥송은 진짜 저절로 손을 공손히 한데 모으고 잔뜩 긴장한 채 봤다. 수없이 돌려 들었던 뮤비 음원과 상당히 달라진 편곡이 조금 많이 아쉽긴 했지만, 명불허전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보여주셨다. 순수하지만 어리석었던 어린 청년 에드몬드가 꼿꼿하고 날선 어른 몬테크리스토 '백작' 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무척 훌륭했다. 1막에서의 서너곡과 지휘 손동작이 아주 우아한 2막의 복수 넘버 만으로도 이 극을 회전 돌 이유가 충분하다. 숱한 암전으로 분리된 여러 장면들을 하나로 이어주며 극을 완성시킬 수 있는 캐릭터는 몬테크리스토 뿐이고, 류몬테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유려하기 그지 없는 연기와 감정으로 그걸 해낸다.
이제 연출 및 음향에 관한 짜증과 분노를 폭발시켜 보자. 오버츄어 첫 음부터 삐걱이는 음향에 프랑켄의 악몽이 떠오르며 불안했는데, 빌포트 첫 등장부터 마이크가 안 나오질 않나, 음향이 너무 작은데다가 잡음이 섞이질 않나, 삼중창하는데 미남몬데고 음향만 부자연스럽게 작지 않나, 2막에서 류선녀 듀엣하는데 에코 효과 제대로 안 줄여서 끝까지 하울링 섞인 에코가 들리질 않나, 아주 총체적으로 난국이었다. 그리고 절정은 커튼콜. 마지막의 마지막, 에드몽이랑 메르세데스가 듀엣하는데 마이크가 안나옴.....ㅋ..... 진짜 여운 와장창 깨지면서 열이 확 받더라. 초장인데 정신 똑바로들 안 차리시나. 조명 역시 선녀메르 마지막 음 끝나지도 않았는데 꺼버리기도 하고 몇몇 장면에서 타이밍 좀 안맞고, 꽤나 거슬렸다. 2층이라서 음향이 더 거슬린 건가 싶기도 한데, 자둘도 2층이라 고통스럽다. 똑바로 좀 합시다.
그리고 편곡도 좀, 너무 뽕짝이더라. 쇼뮤 느낌 낭낭한 넘버가 생각보다 많았는데, 오케가 쨍한 느낌이 많아서 정신이 사나웠다. 주제가 되는 테마가 상당히 많이 반복되며 극적 긴장감을 높였고, 리프라이즈 역시 꽤나 많아서 극의 서사를 다듬어냈다. 사연 씩이나 된 만큼 스토리의 완결성은 아주 무난하고 딱히 흠 잡을 데가 없다. 이런 극이 원래 재미가 없는데...ㅋ.... 영상을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한 연출이 인상적이었는데, 역시 무난하고 유려해서 부담 없이 편하게 볼 수 있었다. 다만 글씨체는 좀 바꿉시다....
이러나 저러나 류배우님 출연작을 통틀어서 가장 많이 볼 것 같다. 집과 가까운 공연장이라는 메리트는 가장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라서ㅠㅠ 짹 이후로 한 달 여 만에, 그것도 덕통 당했던 충무에서 다시 만나뵙게 되서 기쁘고, 어서 1층으로 내려가 가까이에서 얼굴을 뵙고 싶다. 무사히, 끝까지, 함께 달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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