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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in 충무아트홀 대극장, 2016.12.18 3시 공연





류정한 몬테크리스토/에드몬드 단테스, 린아 메르세데스, 최민철 몬데고, 조원희 파리아 신부, 백주희 루이자, 장대웅 당글라스, 조순창 빌포트, 임준혁 알버트, 최서연 발렌타인. 류린미남 자첫. 류몬테 자다섯, 린아메르 자셋, 미남몬데고 자셋. 위메프데이. 





사흘 연속 관극에 스탠딩콘서트를 뛰려니 너무 힘들어서 이 관극은 쉴까 했는데, 그래도 얼마 남지 않은 류몬테를 놓기엔 아쉬워서 뻐근한 몸을 이끌고 충무로 향했다. 피곤해서 집중할 수 있을까 했는데, 쪼르르 달려나오는 파란옷의 류드몽을 보는 순간 또 입가에 절로 미소가 배실배실 피어나기 시작했다. 다섯 번의 관극 중 목소리가 가장 짱짱했던 날이어서 귀호강을 제대로 했고, 무대인사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관극 가면서 이날 캐슷을 돌이켜보니 미남 배우가 있어서 내심 철렁했다. 베네데이 때는 선물 추첨을 몇 명만 나와서 했던 지라 몬테도 그러면 어떡하지 싶었는데 다행히 모든 배우가 무대 위에 다같이 서 있었다. 2등 뽑을 때 "안녕하세요, 류정한입니다. 저는 2층을 뽑겠습니다" 하며 열심히 고르시더니 진짜 2층이 나와서 "오오-" 하시며 "2층 8열 열여덟번" 을 추첨하신 류배우님. 그리고 네 번째 1등은 누가 뽑나 했는데, 미남배우가 센스 있게 "어렵게 모셨습니다... 뮤지컬 계의 역사! 산증인! 조상님!" 이러시는데 정작 본인은 모르쇠하고 계시던 류배우님ㅋㅋㅋ 결국 주희루이자 시키시고는 큐카드로 미남몬데고 때리셨다ㅋㅋㅋ 마지막 무대인사까지 해주셨다.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며 "올해 병신년, 한 해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라고 이어가셨고. 2월까지 이어지니 객석 지금처럼 꽉꽉 채워달라고 하셨는데, 죄송해요. 배우님 중도하차 하시면 안 볼 거라서....ㅠㅠ 다음 시즌이 올라온대도 류배우님 안계시면 절대 안 볼 극이라서...ㅠㅠ 아무튼 무인 들으니까 류배우님 막공이 더 탐이 나기 시작했다. 자리가 없으니 마음을 비워야겠지ㅠㅠ 이제 류몬테 다섯 번 밖에 안 남은 건가?!..... 





이날 8열 오블통이었는데,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확실히 먼 감이 있을 뿐더러, 통로 걸어나올 때 앙들에게 가리더라ㅠㅠ 암전 속에서 1n열까지 걸어가셔서 스쳐지나가기만 했고. 그래도 시야는 트여 있어서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왼블 쪽도 한 번 쯤은 앉아서 해적선 씬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는데. 음향은 지금까지 중 그나마 제일 나았다. 당연한 일이지만, 커튼콜 마이크 사고도 없었고. 



※스포있음, 주관적임※



류몬테는 이날, 유한 인상이 강했고 사랑을 무척 중시했다. 용서하고 복수를 포기할 '계기'를 기다리는 것만 같았다. 격렬한 분노에 점령당해 휘몰아치듯 치솟는 극단적인 감정은 별로 없었지만, 강약의 완급조절은 가장 드라마틱했다. 지옥송 부르기 직전 자코포가 전한 아버지의 부고에 천천히 털썩 앉고는 메르세데스의 안부에 대해 묻는데 눈빛 가득 물기어린 절망과 실날 같은 희망이 넘실거렸다.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하자, "메르세데스는 어떻게 됐냐고 물었어!" 라고 하는데 평소에는 이를 악물고 끝부분을 비명처럼 올리며 소리지르는데 이날은 울먹이며 속삭이듯 자코포의 멱살을 잡고 그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렵게 입을 떼려는 그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부르르 떨듯 끄덕거리다가 '결혼했다' 는 말을 듣고 뭔가가 탁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수 년을 버티게 해줬던 믿음이 사라진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절망이었다. 망망대해에 혼자 버려진 듯한 얼굴. 등 돌린 채 계단을 오르는 어깨가 사무치게 외롭다. 그리고 이어지는 지옥송. "영원한 사랑 모두 거짓말" 하며 메르세데스를 향해 울먹이는 얼굴. 이 노선 때문에 중반부는 평소보다 밋밋했지만, 막 내려오고 불길 치솟는 장면에서 오블로 걸어나오는 순간 보이는 형형한 눈빛이 어마어마한 위압감을 줬다. 걸레석 뒷자리에서 본 류베카보다 훨씬 강렬한 살기였다. 정말 지옥송 마지막 부분 너무 좋았다. 





복수송에서도 자코포의 설득에 아주 미묘하게 흔들리는 듯했지만 모두를 위한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세뇌해온 류몬테는 단호한 손짓으로 그 말을 끊어냈다. "레농 인터내셔널! 새로운 항해의 지평을 열어드립니다!" 라는 대사를 평소에는 분노를 억누르며 짓씹듯 말했는데, 이날은 "지평을↗" 하고 잠시 끊고 "열어드립니다," 하며 평탄한 어조에 우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표독한 느낌으로 악당 같이 비웃는 웃음소리도 적은 편이었고. 1209 공연이랑 비슷하면서도 더 사랑꾼인 노선이라고 느꼈다. 으으 너무 닫힌 극이라서 노선 변화를 급격하게 할 수 없다는 게 아쉽다. 레베카도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이 못봤다. 스토리성이 강한 뮤지컬의 이야기 틀이 꽉꽉 막혀있으면 회전을 못 돌겠다. 이야기의 완성도가 아니라, '닫힌 노선을 통한 닫힌 결말' 을 말하는 거다. 중간중간 디테일은 바뀌겠지만 관객이 이것저것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뭐, 개취니까. 



왕이 되어 넘버 다 끝내고 "파리아... 파리아... 신부님, 사랑해요" 하는 거나, 결투 직후 "돌아가, 알버트" 라고 이름 불러주는 디테일은 결만 달리 했을 뿐 똑같이 했다. 이런 저런 디테일 귀여우신 거 읊자면 한도 끝도 없을테니 다 넘어가고, 가짜 결투씬에서 칼 짠- 한 다음에 박수 소리 작으니까 가만히 계시길래 소리 지르고 환호 쏟아지니 "그렇지," 하며 뿌듯한 미소를 지으셨다ㅋㅋㅋ "자, 수고했어! 연기 좋았어" 하면서 해적들 돌려보내고. 아, 이날 개사 몇 개 하셨는데, 정확하게 인지한 건 지옥송에서 "부숴줄게, 박살내줄게!" 를 "죽여줄게, 박살내줄게!" 로 부른 가사였다. 배우님도 동공지진하는 게 보여서 속으로만 움찔 했다ㅋㅋ 몬데고랑 마지막 칼싸움 할 때도 떨어진 칼 슬쩍 보며 소품 위치 확인하는 게 보였고.





전반적으로 힘을 쫙 빼고 편하게 관극을 해서 굳이 세세하게 기억해내는 리뷰를 남길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장면장면 기억나는 부분이 많긴 한데, 글 쓰기 힘들어ㅠㅠ 낼모레 솜 관극 갈 수 있겠지....ㅠㅠ??.. 류배우님 목소리는 막공까지 이날 만큼 짱짱해주시길 그저 바랄 뿐이다. 부드럽고 말랑한 넘버들, '우린 사랑하니까' 나 '우리의 별' 같은 넘버들이 지금까지의 관극 중 가장 좋았다. 물론 지옥송이나 복수송은 더 칼을 갈고 불러주시는 게 취향이긴 합니다만, 막공주에는 정석 노선 가실 테니까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류몬테 답게 불러주시리라 믿습니다ㅎㅎ 벌써 막공을 운운하는 시기라니, 슬프다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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