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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더리퍼

in 디큐브아트센터, 2016.09.17 3시 공연





류정한 다니엘, 조성윤 앤더슨, 이창희 잭, 김대종 먼로, 김예원 글로리아, 정단영 폴리. 류다니엘, 엉더슨, 창희짹, 대종먼로, 예원글로리아, 단영폴리. 류엉창 페어. 짹 4차 관극. 



류다니엘의 노선 자체는 일주일 전 3차 관극이었던 0909 공연과 아직 흡사해서 기뻤다. 자잘한 디테일들이 추가됐고 좀 더 매끈하게 캐릭터성이 표현되는 느낌이어서 진지하고 무거운 장면임에도 행복해서 미소가 지어졌다. 게다가 그 짱짱한 목소리라니. 스포송에서 시선이 정확하게 마주치는 자리에 서서 "그거야" 하고 한 음절 한 음절을 발음하는데 진짜 심장에 단어가 박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넘버 전반에서 풍성한 저음이 넘쳐나고 성악발성도 많고. 너무 좋았다아... 



하지만 이것과는 별개로, 역시 이 극은 불편하다. 한창 쓰다가 날린 자둘 관극 리뷰가 극 내내 견지하는 여성상에 대한 불쾌함에 대한 내용이었다. 19세기 말 유럽의 시대상으로는 '당연한' 소재와 내용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트윗인지 커뮤인지 리뷰인지 아무튼 어디에서 누군가가 남긴 글처럼, "그 시대를 그려내는 지금은 21세기" 다.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들과, 너무나 밝고 발랄하게 묘사되는 창녀촌의 모습이 무척 당황스럽다. 예술이라는 이름 하에 성적인 의미가 명백히 내포된 동작으로만 점철되다시피 하는 여앙들의 안무와 몸짓에 시선을 두기가 싫었다. 여자들이 전부 몸 파는 사람으로 나오기 때문에 짹의 여성관이 유난히 거슬리는 이유도 있고, 약하고 힘없고 사회의 바닥에 있는 그들이 스토리 전개를 위해 철저히 도구적인 맥락에서 처참히 살해당하는 대상이 된다는 내용 자체도 역겹다. 극 스토리에 대한 불쾌감은 극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니까 내가 안 보면 해결되는 일이긴 하다. 그래서 다음에 류다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물론 오지 않으시겠지만, 굳이 안 챙겨 볼 극이다. 몸 파는 여자에 대해 유난스럽게 거부감을 내보이는 게 아니라, 그들을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나도 남성의 시각이기 때문에 거슬리는 것이다. 레미제라블에서도 1막 초반 집창촌 장면이 너무나 싫었고, 엘리자벳 등 여타 대극장 극에서 화려함을 강조하기 위해 넣는 그런 류의 장면들이 불쾌했다. 



3차 관극 때 1열 중블 3열 7번에 앉았고, 이날은 바로 옆자리인 3열 6번에 앉았는데 음향이 너무 차이가 나더라. 지난 관극 리뷰 때 류다녤 노선에 치여서 그 내용만 언급하느라 빠뜨리고 넘어갔는데, 저 자리 음향이 정말 유난히도 작고 뭉개졌다. 그래서 이날도 음향은 거의 포기하고 갔는데, 훨씬 좋았다. 아니 어떻게 한 자리 차이로 이렇게 느낌이 다르지? 똑같이 부음감이었고, 음향 자체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아서 더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내가 막귀라서 오케는 어지간하면 비판 안하는데, 이날 오케는 조금 심했다. 배우랑 좀 맞춰줘야지. 어떤 부분은 너무 빠르고 어디는 너무 늘어지고. 한 번 신경쓰이니까 계속 거슬려서 짜증났다. 그리고 시야는 역시 멀다. 자막 공연 자리는 4열인데..... 휴우... 





※스포있음※



디테일 위주로 간략하게. 이날 엉더슨 짱짱하고 좋았다. 연기가 더 자연스러워졌고 대사도 지난 관극보다 듣기 편했다. 폴리와의 감정선이 촘촘하게 짙어서 먹먹했다. 예글은 고음 살짝 불안한 부분이 있긴 했는데 갈수록 호흡이 길어져서 좋았다. 짧은 앞머리 있는 머리스타일이 그 시대랑 너무 안어울려서 현입이 되긴 하는데, 예뻐서 그냥 넘어간다. 대종먼로는 아주 자연스러운 애드립이 관극을 편안하게 하도록 유도해준다. 더 끔찍한 사건 넘버에서 춤추는 앙상블 옆에서 가사에 맞는 동작 등을 하면서 유려하게 넘어가는 것도 좋다. 특종 넘버는 앙상블 보느라 오히려 먼로에게 시선을 잘 안주게 되는데, 여기 발레 동작 들어간 건 정말 킬링포인트다. 남앙들 단체군무 때 가장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김태원 배우랑 배나라 배우다. 특히 배나라앙 눈웃음 진짜 너무 귀엽다♡ 임동섭 배우랑 이정선 배우도 꽤나 눈에 들어오는 편이고. 아마 여앙들은 앞으로도 구분 못할 듯. 전부 다른 의상에 헤어스타일인데 왜 다 똑같이 보이는지 정말 미스테리한 일이다. 창희짹은 자첫이었는데, 휴우........ 그냥 한 번 봤다는데 의의를 두자. 너무 가벼운 걸 싫어해서 창짹의 경박한 웃음소리가 썩 취향이 아니었고, 심지어 엄청 많이 하더라. 초반에는 날 선 철성에 당황했다가, 그래도 노래 자체는 안정적이고 멋들어지게 해줘서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놓고 즐겼다. 노선 자체도 미친놈 그 자체라서 매력적이긴 했고. 하지만 후반부, 특히 어쩌면맆 직전에 류다녤 앓는 소리내면서 아파하는 부분에서 그 웃음소리를 계속 내니까 몰입이 확 깨져서 너무 싫었다. 극불호 캐릭터가 무지 불편해서 커튼콜 때 환호도 못 보냈다ㅠㅠ... 테짹 보겠습니다....



류다녤 첫 등장은 늘 언제나 옳다. 글로리아 따라서 나갈 때 무려 윙크를 했는데 엄청 오바스러워서 귀여웠다ㅋㅋㅋㅋㅋ 반응 좋으니까 음뫄, 하면서 손키스 날리고 윙크 한 번 더 한 뒤에 또 손키스 날리려다가 구십도 인사하고 나갔다. 가짜짹 따라가다가 다시 예글 바로 앞으로 뛰어와서 "날마다 보겠네요" 애드립 하고 "글로리아, 그냥 불러봤어요, 글로리아? 이름 예쁘네요^^" 하고 글로리아 노래 부르면서 퇴장했다. 짹과의 싸움 후, "야 이 나쁜놈아!!!" 하고 소리지르고 "이 사기꾼," 하며 씩씩거렸다. 글로리아와의 첫 만남 때부터 가슴에 손 얹는 디테일 계속 했다. "괜찮아요, 많이 놀랬죠?" 는 어김없이 터지는 부분. 어쩌면 넘버. 자신의 고백을 믿지 못하는 예글을 사랑스럽다는 듯 여유롭게 쳐다보는 노선 너무 좋다. "기적이 일어났다고 생각해요" 부분에서 0909 때는 손가락을 뾰로롱 하는 느낌으로 손짓했는데 이 날은 오로라가 퍼지는 느낌으로 손가락을 붙이고 색칠하듯 손짓했다. "잠시 눈을 감아" 하면서 양손으로 양눈 가리는 모션 너무 귀엽다. 신나서 등장해서 "어뜩해 어뜩해 뽀뽀했어" 하는 애드립 완전 귀여운데 스토리 상으로는 좀 안 어울린다. 이어지는 이봐 친구들아 넘버에서 "하룻밤 자고 운명이라고 착각한거야" 라는 대사까지 있을 정돈데 너무 순진한 컨셉이니까 어색하다. 친구로 나오는 황장호 배우와 애드립하는 거 귀엽다. 류다니엘이 "그녀와 같이 갈게" 하고 웃으며 손동작하니까 가슴에 손을 올리며 "가슴이!" 하고 애드립하는 장호앙. 그러니까 정색하면서 "뭐야, 유치하게" 하고 나가버리는 류다녤을 향해 "야 이 나쁜 놈아!!!!" 하고 외치는 장호앙 애드립 때문에 빵 터졌다. 암전 후 의자 가지고 나갈 때까지 삐진 척 톡톡히 하고 나갔다. 뛰어 넘고 취조실. 글로리아를 부르짖던 그 감정선과 행복했던 찰나의 과거를 떠올리며 입가에 울음기 섞인 아주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류다녤. 금단증상을 보이는 엉더슨을 대놓고 비웃다가, 그가 자신의 뒷통수를 붙들고 고개를 뒤로 젖히게 하자 눈을 마주치며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짓는다. 낮고 어두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류다녤. 1막 마지막 광기에 찬 웃음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2막. 번개가 내리치는 순간, 뭔가를 예감한 듯한 류다녤의 표정. 놀랍다기 보다는 침착하게 "잭," 이라고 말 끝을 내리며 부른다. 잭의 존재가 무엇인지,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의 뜻하지 않은 등장이 어떤 의미인지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희생, 하는 부분 컨프롱처럼 부르는 거 유지해줘서 너무 좋았다. 돌아선 하얀 가운의 등에서 망설임이 아니라 결심이 보인다. "우리, 계약한거야!" 하며 악수한 손을 놓고는 그 손을 그대로 들어올리며 앞장서라는 포즈를 취한다. 그러자 신나서 얼굴 가득 웃음을 짓는 창짹과 그 모습에 '저 미친놈' 이라고 생각하듯 고개를 내젓는 류다니엘. 사냥을 떠나자 넘버에서도 마냥 뻣뻣하게 굳어있는 느낌이 아니라 보다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이제 자신의 차례라며 칼을 뽑는 창짹을 정확히 바라본다. 벽에 기대서거나 짚는 행동 없이 똑바로 선 채로. 장기를 꺼낸 후 미친 듯 웃으며 그걸 가슴팍에 끌어안는다. 어두운 표정으로 연구실로 돌아온 류다녤의 얼굴에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는 망연함이 비친다. 글로리아의 부름에 눈을 피하며 옷을 갈아입는다. 0909 공연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글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는데, 이날은 "걱정하지 마," 하는 부분 전후로 잠시 눈을 마주쳤다. 뒤로 돌아선 채 "글로리아, 이제 멈출 수가 없어" 라며 울먹이듯 말한다. 네 번의 관극 중 최고로 좋았던 멈출 수 없어 넘버였다. 실황 좀 풀어주지, 곧 막공인데. 약간 음정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기분 탓인가. 기도. 더 이상 자신의 양심과 죄책감을 거스를 수 없다며 "살인자를 알고 있습니다" 라고 고백한다. 잭을 잡아야 한다는 앤더슨의 말에 흔들리는 눈빛. 함정수사를 제안한 엉더슨과 굳건한 악수를 건넨다. 지난 0909 공연에서는 잠시 붙잡고 휙 손을 놓아버렸다. 



폴리를 죽이고 연구실로 돌아오는 류다니엘은, 웃고 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믿고 싶지 않다는 듯, 처음으로 제 손의 피를 제대로 마주한다. 웃으면서 울먹인다. 내가 잭. 중반에 시선 마주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살짝 휘발되긴 했지만, 역시 엄청 좋았다. 이를 악문 채 내뱉는 엉더슨의 절규와 그런 그를 우습다는 듯 쳐다보는 광기 어린 류다녤. "덤벼!!" 하고서 엉더슨 주먹에 나뒹군다. 먼로의 살인에 신나서 미치겠다는 듯 발을 쾅쾅 구르고 바닥을 구르며 웃어제낀다. 소중한  물건을 건네듯 쇠파이프를 다니엘에게 건네는 창짹. 그걸 손으로 스윽 훑으며 꼼꼼히 살펴보다가 창짹과 눈을 한 번 마주치고 휙 휘두르는 류다니엘. 먼로가 조심스럽게 건넨 칼을 손 끝으로 사악 만지며 휘파람을 분다. 그리고 혀로 칼날을 핥고!! 어린아이 같은 모습으로 먼로에게 칼을 휘두르다가 휙 찌른다. 칼날에 묻은 피를 먼로의 옷에 닦으며 그 뒤를 돌아 눈을 번뜩이며 칼을 치켜올리는 순간, 글로리아의 목소리. 한창 즐거운 그 순간을 방해한 사람이 글로리아이기 때문에 애써 분노를 누르며 노여움을 짓씹는 목소리로 그 이름을 부른다.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는 글로리아의 노래에 왼쪽 가슴에 칼을 들지 않은 손을 얹는다. 이미 늘어뜨리고 있던 오른손에서 칼이 스르륵 떨어진다. 길을 잃은 어린아이의 얼굴. 울며 글로리아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총구를 더 높이 드는 모습에 걸음을 멈춘다. 이날 류다니엘은 분명 글로리아의 손에 죽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죗값을 치른다는 표정으로 허탈하게 고개를 젖힌 채 위를 바라본다. 탕, 하는 총소리. 하지만 느껴지지 않는 고통. 천천히 돌린 고개, 눈에 들어오는 믿을 수 없는 현실. 이렇게 보니까 0909 공연 때보다 더 설득력 있게 류다니엘의 절망과 고통이 다가왔다. 어쩌면맆 너무나 절절하고 아팠다. 쓰러질 때 글로리아 머리 붙들고 휙 옆으로 몸을 던진다. 여기 엉더슨 절규도 정말 좋았는데, 그럼에도 류다니엘을 동정하게 되는 마음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단순히 '미결' 로 사건을 남겨두기 보다는 조작된 결말로 사건을 매듭짓는 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더 나았을텐데, 그렇게 했다면 스릴러의 매력이 떨어졌겠지. 뭐 이렇게 현실성 따지다보면 한도 끝도 없지. 장기를 막 맨손으로 꺼내고, 위생 별로 안좋은 것 같은 유리통에 대충 집어넣고ㅋㅋㅋㅋ 그 시대에 장기이식을 시도하고 그걸 현실화 할 수 있다 믿는 것 자체가, 프랑켄슈타인이랑 동급의 판타지지. 

 

 

이제 표 한 장 밖에 안 남았다아.... 막공 가고 싶다, 막공. 류배우님 막공을 언제쯤 갈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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