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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드 파리
in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2016.07.24 3시 공연
문종원 콰지모도, 린아 에스메랄다, 마이클리 그랭구와르, 최민철 프롤로, 이충주 페뷔스, 박송권 클로팽, 다은 플뢰르 드 리스. 문콰지, 린스메, 마그랭, 미남프롤로, 충뷔스, 송로팽, 다은플뢰르. 문린마미남. 노담 라센 자둘.
리뷰 시작하기 앞서서 관크 얘기 잠깐. 공연을 볼 때 반드시 시체관극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이니만큼 좌석이 불편하면 잠깐씩 움직일 수도 있고, 사레가 걸리면 배우가 대사나 노래하지 않는 타이밍에 헛기침 같은 걸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연 중에 대화하고 상대에게 기대고 서로를 쓰다듬는 건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뒷사람 시야 가린다고!! 소근대면 집중 다 깨진다고!! 무엇보다 무대 위 배우들에게 매우 무례한 짓이라고!! 어셔찬스를 쓸까 했지만 서로 기대 앉음으로 인해 내 시야가 가린다는 점을 명확히 말하고 싶어서 1막 끝나자마자 사람들 일어나기 전에 목소리를 나름대로 최대한 낮춰서 요청했다. 그러고 2막 시작 직전에 어셔 한 분이 오셔서 주의사항 읊어준 거 보면 나 말고 또 누군가 불편을 표현한 듯했다. 다른 사람들도 본인 돈, 본인 시간 들여가며 보러 온 공연임을 주지해주시길.
※스포 있음※
콰지모도 트리플, 에스메랄다 트리플은 다 찍고 싶어서 예매한 문콰지 회차. 원래 이 배우가 클로팽 역으로 캐스팅 됐는데 개막 직전인가에 콰지모도 역에도 트리플로 참여하게 됐다. 직전 주에 만난 케콰지보다 연기 감정선이 짙고 깊었다. 몸연기나 소소한 목소리 톤 같은 부분이 살짝 불호라서 1막에는 무덤덤하게 보다가, 2막 불공평에서 훅 치고 들어오는 감정에 울컥했다. 모두에게 외면받고 배척당하여 홀로 소외된 불쌍한 곱추라기보다는, 불공평한 세상에 화를 내고 반항심을 표출하는 마치 클로팽 같은 콰지모도였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물론 그 미미한 반항은 결국 절규와 체념으로 끝나긴 하지만, 확 터트리면서 무겁게 퍼져나가는 고통이 상당히 임팩트 있었다. 여기서 린스메의 살리라가 이어지며 아름답고 비극적인 이야기가 한층 빛을 발했다. 린스메도 정말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공스메보다 조금 더 순수한 느낌이지만 프롤로에 대한 반항은 더 강했다.
미남프롤로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범롤로가 '신부' 라는 정체성에 더 무게를 두고 번민한다면 미남롤로는 인생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감정' 에 휘둘리며 처절하게 아파한다. 절규하며 솔직하게 눈물을 쏟아내는, 에스메랄다의 마지막 모습에 광기 어린 웃음을 쏟아내는, 인간적이고 감정적인 신부였다. 목소리 톤이나 음역대도 참 잘 맞아서 만족스러웠다. 후드 달린 망토를 벗고 새카만 신부 의상을 입은 태가 너무 섹시해서 괜한 죄책감....이 느껴지진 않았고, 무척 좋았다ㅋㅋ 프로포션 정말 좋은 배우다. 충뷔스는 전반적으로 무난했다. 괴로워 넘버 후반부가 별로였다. 송로팽은 지난주보다 목상태가 좋았는지 확 질러주는 부분이 많았다. 지난 관극 후에 따뜻한 클로팽이라고 평했는데, 오히려 날서고 화내는 지도자 모습을 지닌 클로팽이 더 취향일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다은플뢰르는 워낙 혹평이라 아예 기대를 버리고 갔는데, 어느 정도 로딩을 했는지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고음에서 가성 처리하는 게 불안했지만 표정 연기를 좀 하더라. 그래도 무대 경험 없는 아이돌을 대극장 주조연에 꽂은 건 관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첫공부터 잘하면 할 말은 없지만, 공연 하면서 로딩하면 진짜 짜증난다.
마그랭♡ 대성당에서의 짱짱한 목소리에 컨디션 엄청 좋구나, 싶었다. 필라델피아에서 러블리브라더들은 2주의 고난주간을 힘겹게 보내고 있던데ㅠㅠ 파리에서 행복하신가여.....ㅠㅠ 농담이고, 역시 공연 내내 잔망스럽고 사랑스러운 그랭구와르의 모습에 저절로 광대가 올라갔다. 대성당에서 따라오라는 듯 관객석을 향해 가볍게 손짓하고 두 기둥 앞으로 뛰어가 손을 돌리며 위로 확 팔을 올리자 가고일 석상이 뿅 올라왔다. 해설자 역할의 그랭구와르. 린스메를 납치하려다 실패한 콰지모도를 둘러싼 병사들이 그를 때리자 마치 자신이 맞는 것마냥 인상을 찌푸리며 시선을 돌렸다. 극 중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시인 그랭구와르. 해설자와 극 중 인물을 넘나드는 이 캐릭터가 참 좋다. 자칫하면 극과는 괴리될 수 있는 어려운 캐릭터이기도 한데, 마그랭은 파리 거리의 집시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기도 하고 필요한 때는 이야기를 설명하고 처절한 절정을 노래하며 액자식으로 극을 구성해낸다. 마이크 음향이 지난 번보다는 괜찮았지만, 여전히 볼륨 못 맞추는 부분이 있었고 커튼콜 때도 다같이 합창하는데 잠깐 소리 안나온 것 같았다. 에휴. 그래도 짜릿하게 질러주는 마그랭의 고음에 오싹오싹할 정도로 즐거웠다. 잔망스러운 디테일도 일일이 나열하고 싶은데, 너무 행복한 기분으로 관극하느라 공연장 나오면 휘발된다.
극 시작 전에 천장을 보니, 가운데 대형 마이크가 무대 맨 앞의 바로 위쪽에 달려 있었다. 레미제라블 때 3열 쯤의 위쪽에 달려 있어서 앞 1,2열 R석 음향이 진짜 엉망이었는데 그나마 옮겨 달아줄 생각을 해줬다는 게 고마웠다..... 블퀘 음향은 진짜..... 아오. 게다가 단차도 정말 최악이다. 린스메를 끌어안고 절규하는 문콰지 모습이 앞사람에 완벽하게 가렸다. 시공할 때 단차 올리는 게 그렇게 힘들었나. 정말이지 블퀘에서 극이 올라오면 10번 볼 거 5번 보고, 5번 볼 거 3번 보게 된다. 진심으로 가기 싫은 공연장이다. 어셔들 친절하고 화장실 쾌적하면 뭐해. 공연 올라오는 극장 내부가 이렇게 불평불만 투성인 걸.
극 내용이나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더 깊게 하고 싶은데, 워낙 고전이라 쉽지 않다. 애초에 크게 와닿는 캐릭터가 없고 스토리 자체도 태클을 걸고 싶은 부분이 많아서 마냥 좋아하기 어렵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댄서들의 격렬하고 아름다운 몸짓, 춤선과 풍성한 넘버가 무척 매력적인 '뮤지컬' 이기에 아끼고 애정할 수밖에 없는 극이다. 아, 이제 다음 관극은 좀 텀이 있는데, 기다릴 수 있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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