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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니토드

in 샤롯데씨어터, 2016.07.12 8시 공연





아 망했다. 치임. 그나마 10월까지 길게 공연하는 게 다행이랄까. 첫 시작음과 1막 초반부 불편했던 몇 장면 때문에 그냥 자첫자막으로 끝낼 수 있겠다 싶었는데, Pretty Woman 에서 터빈판사 허밍이랑 스위니 휘파람에 훅 치이고, Epiphany 전후로 인정해버렸다. 돌아야겠네, 회전문. 스토리 자체가 지닌 완급조절도 좋고, 앙들 개개인의 노래실력도 좋아서 극 전체가 매끈하다는 인상이 든다. 오디는 앙상블 뽑을 때 노래를 꽤 중요시하는 것 같아서 좋다. 다만 음향이 깨끗하긴 했는데 가사가 먹히는 부분이 많아서 아쉬웠다. 특히 여앙 파트에서 이중창 이상이면 무조건 가사가 안들렸고, Kiss Me 전후로 조주연 네 사람이 노래하는 부분에서 한 사람한테 집중하는데도 "키스해" 라는 대사만 정확히 들렸다. 이건 자리 탓도 어느 정도는 있을 테니, 자둘은 괜찮은 자리를 한 번 잡아봐야겠다. 1막은 이곳저곳에서 지루해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2막은 그럴 새도 없이 몰아치는 이야기에 몰입도가 굉장히 높았다. 스포를 좋아하진 않지만, 류배우님이 나온 영상을 한 번은 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전개와 결말을 짐작하고 있었던 나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집중해서 흥미진진하게 관극했다. 자둘 이상을 해도 자체스킵할 만한 부분이 없는 것 같다..... 망했어요. 





조승우 스위니토드, 옥주현 러빗부인, 김성철 토비아스, 이지수 조안나. 이하 원캐. 조승우 배우는 처음 뵙는 건데, 잘한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어서 그냥 믿고 봤다. 딕션에 엄청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음에도 발음이 정확하고 선명하게 들려서 편하게 볼 수 있었고, 노래도 괜찮았다. 음역대랑 대사톤이 배우 본인과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옥주현 배우는 마타하리의 그 농염했던 무희는 어디로 가고, 억척스럽고 능글맞은 여자가 되어 있었다. 근데 예뻐. 노래도 잘해. 이제 이 배우는 믿고 봐도 되겠구나 싶었다. 성철토비아스는 상상했던 토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줘서 아주 만족스러웠고, 지수조안나는 초반에 노래가 좀 불안했는데 후반부에서 괜찮아졌다. 아직 공연기간 한참 남았는데 몇몇 배우들 목소리에 피로가 누적된 게 들려서 살짝 걱정됐다. 소호안소니는 레미에 이어 여기서도 원캐에 금사빠. 레미 라센 초연 지수코젯과 재연 소호마리우스가 이런 연기를 하니까 레미 지뢰가 팡팡 터졌다. "들어는 봤나 스위니토드~" 하는 중독성 넘치는 The Ballad of Sweeney Todd 넘버도 미묘하게 파리 빈민가에서 부르는 앙들 떼창 넘버 Paris/Look Down 이미지가 연상되었고. 터빈판사 역의 서영주 배우님도 정말 좋았다. 진심으로 살인충동이 들 정도로 역겨운 캐릭터를 아주 잘 살려내줘서 종국에는 감탄이 나왔다. 다들 노래실력이 출중한데 오슷... 어떻게 안될까요...ㅜㅠ



의상과 목소리톤으로 구축한 더러운 런던 골목의 이미지와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새하얗고 텅빈 무대장치 사이의 괴리감이 있었다. 조명도 레이저쇼 느낌이 나는 직선의 자줏빛 혹은 푸르스름한 녹색빛이 많아서 무대에는 어울리는데 시대상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조화롭지 못하고 불편함과 불균형을 추구하는 극 자체의 주제의식에 어울린다고 포장할 수도 있고, 완벽할 정도로 딱 떨어지는 동선과 공간 배치가 깔끔하여 세련된 무대를 완성시켰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불만족스러운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모험이었다. 이렇게 되니 내후년으로 예정된 박영호 프로듀서의 버젼이 상당히 궁금해진다. 오디 신춘수 프로듀서의 이번 작품과는 확실히 구별됐으면 한다. 어쩐지 류배우님이 그 버젼에 나오신다는 게 기정 사실화된 카더라로 돌고 있어서 통장이 무지하게 걱정된다. 물론 기쁘지만.



음악은, 작곡가 손드하임이 만든 극강의 불협화음을 각오했는데, 무난할 정도로 매끈하고 부드러운 음악에 내심 아쉬웠다. 다만 중독성은 차고 넘치더라. 오케 반주와 어긋나는 멜로디 박자와 널뛰는 음정으로 곡 소화하기가 무척 힘들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앙들 떼창 부분은 무의식적으로 끝없이 흥얼거리게 되는 마약 같은 멜로디여서 계속 입에서 맴돈다. 오리지널 오슷이라도 사야할까 싶은데, 그냥 한국어판 오슷 좀 내주면 안되나.....ㅠㅠ 무대 셋팅에 아낀 돈, 음악에 쏟아부어 주시죠. 이번 버젼이 잘 되야 다음 버젼에 도움이 될 거 아냐... 오슷 주세요ㅠㅠ 초연 영상 몇 개 남은 건 음질이 너무 떨어져서 어떻게 듣고 다닐 방법이 없단 말이다ㅠㅠ 





※스포있음※



마침내 진실을 마주하고 괴로워하다가 미친 듯 일어나서 옥러빗을 이끌고 왈츠를 추던 조위니. 쫀쫀한 긴장감으로 숨조차 멈춘 채 다가올 결말을 기대하게 만드는 연출과 구성, 좋더라.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 열려 있는 오븐으로 러빗을 밀어 넣고 쾅 문을 닫은 뒤 퉤 하고 침을 뱉는 조위니의 눈빛에 광기가 흘러넘친다. 배우들 간의 합이 좋아서 유머러스하게 진행되다가 갑작스럽게 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되는 그 온도차이가 무척 매력적이었다. 찰진 욕도 덤으로 들어갔고. 스위니를 무척 사랑하여 애정을 갈구하는 옥러빗과, 그런 그를 매몰차게 먹금하는 조위니 사이의 기류 역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간만에 흡입력 있는 내용으로 진행되는 극을 봤더니 아직까지도 가슴이 뛴다. 기분 좋다. 이제 전캐를 찍어볼까. 스케쥴이 너무 빽빽해지고 있어 큰일이다ㅠㅠ 이번 여름,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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