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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드 파리

in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2016.07.17 3시 





케이윌 콰지모도, 윤공주 에스메랄다, 마이클리 그랭구와르, 서범석 프롤로, 오종혁 페뷔스, 박송권 클로팽, 김금나 플뢰르 드 리스. 이하 원캐. 케콰지, 공주에스메, 마그랭, 범롤로, 쫑뷔스, 송로팽, 금나플뢰르. 케공마범. 노담 4연 라이센스 자첫. 마그랭 자첫. 



※약스포, 매우 주관적임※



마그랭 너무 좋다아...♡ 아니 그렇게 잔망을 떨며 다양한 표정으로 무대 곳곳에서 존재감을 뽐낼 일입니까ㅠㅠ 원래 그랭구와르 캐릭터를 가장 좋아하기도 하지만, 가볍기 그지 없는 발걸음으로 신나게 무대를 누비는 마그랭의 모습에 광대가 내려오질 않았다. 어둡고 불행한 삶을 살았던 미국의 시인 포우를 연기하다가, 자유로운 파리 거리 위의 시인 그랭구와르를 연기하는 것이 얼마나 편하고 즐거울지 능히 짐작이 되어서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관극할 수 있었다. 마저스, 마포우, 마그랭이 서로 얼마나 다른지 배우님 필모 따라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1막에서 꽤 많은 씬에 등장하는 터라 파란색 코트 혹은 여러 색감의 옷감을 덧댄 바지를 계속 시선으로 쫓았다. 심지어 가장 좋아하는 넘버인 Belle 에서도 구석에 서있는 그랭구와르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으니 말 다했지. 2막에서는 많이 나오지도 않고 진중하고 우울한 표정이라서 아쉽긴 하지만, 솔로곡 달과 커튼콜의 무반주 대성당이 있기에 불만은 없다. 마이크 음향도 2막이 훨씬 좋았고. 아 진짜 1막 단체곡들에서 마그랭 마이크 볼륨 조금만 더 높여주면 안 되나? 가뜩이나 웅웅거리는 음향 속에서 음역대 높낮이가 자유자재로 왔다갔다 하는 그랭 넘버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오케 없는 뮤지컬을 선호하지 않는데 이 공연이 mr을 써서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휴우. 아무튼 커튼콜 때 너무 행복했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짓고 있자니 눈을 마주쳐 주신 것... 같기도.... 네, 압니다. 관객1 일 뿐이란 거ㅋㅋ





자, 이제 다른 캐스트. 케콰지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평소에 케이윌 노래를 즐겨 듣지 않는다는 이유가 컸겠지만, 1막 초반에 콰지모도에게서 '케이윌' 이라는 배우 본인이 보이지 않아서 좋았다. 하지만 1막 후반부로 갈 수록 노래 보이스가 점점 맑아져서 아쉬웠다. 그리고나서 2막에서는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허스키함을 섞은 노래를 해줘서 캐릭터의 일관성이 떨어졌다. 이런 소소한 점을 빼면 노래 자체는 전혀 뮤지컬 데뷔작 같지 않았다. 그리고 딕션도 엄청 정확하게 들려서 자첫하는 관객들은 송스루의 이 진입장벽 높은 극에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노래 안에 담아내는 감정이 무척 옅고 가벼웠다. '불공평한 이 세상'이나 '춤을춰요 에스메랄다' 같은 격한 넘버에서도 클라이막스를 향해 치닫는 절규에도 불구하고 전혀 감정이 동요되지 않았다. 이 극은 노틀담 성당에 숨어 사는 곱추의 이야기인데, 연기적인 면에서 묵직하게 중심이 잡히지 않는다는 점은 꽤 심각한 문제라고 평할 수도 있겠다. 오히려 신부 범롤로의 존재감이 가장 강렬하게 드러났다. 서범석 배우를 처음 만나는 관극이었는데, 노래 정말 잘하시더라. 쓰릴한 부분 전혀 없이 중저음의 음역대 노래를 매력적으로 불러주시는데다가, 유혹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연기까지 완벽했다. "쥬뗌-" 부분을 "사랑-" 이라고 번역해서 뭔가 어색했다. '신부가 되어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 이라는 넘버에서 조여드는 기둥 사이에 서 있는 부분이 2번 있는데, 처음에는 단호하고 강한 태도로 밀어냈지만, 두 번째는 속절없이 다가오는 기둥 사이에 서 있다가 힘겹게 힘겹게 밀어내는 그 디테일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안정감 있는 배우다. 





공주에스메는 정말 너무너무 예쁘더라. 순수하고 맑은 얼굴, 아름다운 선. 넘버야 뭐 말할 필요 있나. 이날 관극하면서 딱 한 번 울컥했는데, 1막 후반의 '이방인의 아베마리아' 에서 그 떨리는 목소리와 투명한 눈망울이 무척 아름다웠다. 클로팽의 죽음 앞에서 이 악물고 분노를 담아 부르는 부분도 좋았고. 송로팽은 엄청 따뜻한 클로팽이었다. 에스메랄다를 구하고 난 뒤 콰지모도를 바라보는 따스한 눈빛에 괜히 미소가 피어올랐다. 격하고 허스키하게 내지르는 부분은 딕션이 잘 들렸는데, 앙들 목소리와 함께 나오는 부분은 묻히는 게 조금 아쉬웠다. 쫑페뷔는 워낙 혹평이 많아서 그냥 기대를 내려놓고 갔는데, 1막 초반에는 괜찮아서 당황했다. 하지만 솔로곡 데시레, '괴로워' 넘버부터 아쉬운 부분이 속속 드러났다. 미안해요, 내한 공연 본 뒤로 페뷔스 평가하는 기준이 무려 존페뷔라서..... 허허.... 반투명 막 뒤에서 조명을 받으며 격렬하게 춤추는 남앙들의 춤선에 더 집중했다. 그리고 Belle 는 확실히 삼중창으로 들리진 않았다. 아예 묻히는 건 아닌데 그냥 코러스 넣어주는 수준 정도로만 넘버에 섞여들어가서 아쉬웠다. 금나플뢰르도 생각보다 노래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는데, '말 탄 그대 모습' 에서 연기가 진짜 좋았다. 여기도 비교군이 미리암플뢰르라서..ㅠㅠ.... 아무튼 노선이 정확하고 존재감도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앙상블. 첫 군중 씬 '거리의 방랑자들' 에서 정확하게 남진현 배우가 보여서 신기했다. 유난히 발레 안무가 많아서 길쭉길쭉하고 시원시원한 동작들이 돋보였다. 표정 연기는 좀 아쉽더라. 2막 '성당의 종들' 에서 콰지모토가 특별히 사랑하는 세 개의 종, 마리아 중에서 가장 큰 종을 움직이는 배우가 노해영 앙이어서 계속 시선이 갔다. 프랑켄 이후 오랜만이에요. 집시 쪽이 아니라 검은 옷을 입은 군사 앙을 주로 연기하더라. 아무튼 종에 매달려서 안무하는 이 넘버는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중간에 와이어 고리 거는 것도 보이고 이런저런 안전장치가 눈에 띄였음에도 불구하고, 무척 위험해보인다. 그 덕분에 극이 더욱 풍성해지고 단단해지긴 하지만 말이다. 이 외에 여앙 몇 명이 눈에 들어왔는데 아직 이름 매치가 잘 안된다. 카바레 후반부에서 무대 오른쪽에 서서 마그랭이랑 춤춘 여앙이 극 내내 시강이었다.





작년 노담 내한 때는 자리가 세종 2층과 블퀘 3층이었기 때문에 무대 전체를 관망하는 관극을 했었지만, 이번 라센은 아마 전부 앞자리에서 배우 개개인을 쫓으며 관극할 것 같다. 특히 그랭. 워낙 고전이기 때문에 연출 자체가 버젼마다 크게 다르지 않아서 전반적으로 공연이 익숙했다. 배우마다 또 다른 느낌이 들 것 같아서 기대가 되는데, 예정해뒀던 포우 재곰 세미막을 현업 때문에 못 보게 되어 홧김에 노담 다음주 주말공을 예매했다...... 허허..... 겸사겸사 세 명의 콰지를 다 보게 되는 거니, 좋은 게 좋은 거지. 노선 해석 같은 것도 적고 싶은데, 마그랭 노래와 표정과 손동작에 홀려서 막상 기억 나는 게 별로 없다. 으앙. 마그랭 왜이렇게 취향인 거야..ㅠㅠ 라만차 때 류배우님을 보면서 느꼈던 거지만, 무대 위에서 진심으로 행복해 보이는 배우를 만나는 건 상당히 즐겁고 자극이 되는 일이다. 그 열정과 행복이 전염되는 기분이다. 포우 끝나고 합류한 마이클리 배우를 따라오다 보니 막공까지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네. 무척 매력적인 극이지만 관객이라는 개인의 입장에서는 썩 취향이 아닌 극이기도 해서 많이는 못 볼 것 같지만 이러면서 할인만 있으면 바로 잡아채서 보러 가겠지. 극 전반에 대한 생각은 추후 리뷰에서 하기로 하고, 오늘은 사랑스럽던 커튼콜의 마그랭을 돌이키며 2013 오슷을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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