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노트르담 드 파리
in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2016.08.14 7시 공연
홍광호 콰지모도, 전나영 에스메랄다, 마이클리 그랭구와르, 최민철 프롤로, 오종혁 페뷔스, 박송권 클로팽, 김금나 플뢰르 드 리스. 홍콰지, 전스메, 마그랭, 미남롤로, 쫑뷔스, 송로팽, 금나플뢰르. 홍전마미남. 마그랭 자셋. 이번 시즌 노담 아마도 자막.
이렇게 콰지모드 트리플 3명, 에스메랄다 트리플 3명을 전부 만나봤다. 문로팽을 만나보지 못한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일단 서울 공연은 이걸로 자막하려고 한다. 12월까지 전국유랑 수준의 지방공연이 있던데 캐슷 보고 한 번쯤 따라갈 의향이 있다. 류배우님 지방공도 안 따라다닌 나인데!!... 어차피 노담은 서울공도 MR이라서 거의 항상 오케가 없는 지방공을 가는 게 부담이 덜 된다고 하면 합리적인 핑계사유가 될까 모르겠다. 게다가 블퀘에서 공연을 봤는데 지방 공연장의 음향이 크게 거슬릴 리도 없고...ㅎ...
※스포있음※
마그랭의 잔망은 여전히 사랑스러웠다. 세상에, 4연공 째인 분 맞으신가요. 목소리도 짱짱하고, 감정선도 짙었다. 2막 초반 마이크 음향이 유난히 작아서 좀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자리가 자리인지라 딕션이 가장 명확하게 들리긴 했다. 마그랭 특유의 우아한 제스쳐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눈을 도무지 뗄 수가 없다. 때로는 장난스럽게, 때로는 우울하고 아픈 표정으로 무대 곳곳을 누비며 이야기를 해설하는 시인의 발걸음을 쫓으며 한층 더 몰입했다. 프롤로에게는 비아냥에 가까운 표정으로 능청스럽게 대꾸한다면 클로팽이나 콰지모도에게는 보다 조심스럽고 애틋한 얼굴과 말투로 말을 건넨다. 넘버 '달' 은 항상 반짝이고 아름다운 곡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날은 정말 가슴을 저며오는 애처롭고 안타까운 감정이어서 펑펑 울었다. 콰지모도가 얻어맞을 때, 클로팽이 페뷔스의 손에 가격을 당할 때, 마치 자신에게 충격이 전해지는 양 몸을 크게 움찔하고 고개를 돌려 외면하던 마그랭. 누구에게나 평등한 '숙명' 을 읊는 절규 같은 절절한 목소리. 따뜻하기에 아프고, 부드럽기에 애통하다. 찌르듯이 날카롭고 선명한 음을 쏟아내는 고음이 가슴을 강하게 치고 들어온다. 휙휙 바뀌는 색이 다채로와서 보는 관객도 순식간에 감정을 옮기며 같이 공감할 수 있다.
홍콰지는 너무나도 잘생긴 목소리와 공간을 사로잡는 힘있는 성량, 그리고 가사 하나하나를 허투로 넘기지 않는 연기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매일 같이 이런 저런 일들에 종을 쳐야 한다면서 손가락을 꼽는 연기나, 불공평에서 가사에 맞게 표정을 짓고 에스메랄다를 바라보는 타이밍이 딱딱 들어맞아서 훨씬 이야기가 풍부해졌다. 고통스러운 절규와 절망이 아주 짙고 무거웠다. 개인적으로 사지가 불편한 콰지모도의 몸연기는 케콰지가 가장 괜찮았다. 문콰지는 몸연기가 불호 쪽에 가까웠고, 홍콰지는 너무 폴짝폴짝 뛰어다녀서 내가 생각하는 콰지모도의 캐릭터랑 살짝 괴리감이 느껴졌다. 무척 이상하게도, 홍광호 배우가 지닌 실력을 비롯한 거의 모든 것들이 완벽에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나랑 주파수가 좀 안맞는 것 같다. 너무 잘해서 그런가, 대단하다 멋지다 이런 감상에서 그칠 뿐 영혼을 깊게 치고 들어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데놋 때도 그랬었고, 극찬을 받는 홍콰지까지 이런 면에서 미묘한 괴리감이 느껴져서 아쉬움이 짙다. 계속 만나다 보면 어느 순간 훅 맞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겠지.
전스메는 장단점이 극명했는데, 일단 그 정도 수준의 저음을 낼 수 있는 여자배우라는 점에서는 메리트가 크다. 하지만 매력적이고 풍성한 저음에 비해 고음이 임팩트가 많이 부족하다. 비슷한 표정이 많고 농염한 에스메랄다의 움직임을 표현해내지 못해서 아쉽다. 대극장을 꽉 채우는 카리스마가 아직은 부족한데, 고음을 다듬고 여러 감정을 내보이는 표정을 구축한다면 충분히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 같다. 전스메도 제스쳐가 크고 풍부한데, 살짝 과하달까 연극적인 느낌이 강한 것도 아쉽다. 레미에서 판틴 했을 때는 정확하게 장점만 보여서 괜찮았는데, 여러 캐릭터를 소화하려면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듯 싶다. 그래도 무척 사랑스럽고 어리고 풋풋한 에스메랄다라서 매력적이었다. 살리라 초중반 감정선과 목소리가 정말 좋았다. 노선 일관성이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기적궁에서 그랭구와르를 남편으로 받아들이고 만면에 미소를 지은 채 그와 함께 춤추는 모습이 엄청 반짝거렸다. 덕분에 마그랭 춤도 구경하고 너무 좋았다ㅋㅋ 처음 맛보는 감정에 한껏 들뜬 소녀의 풋사랑이 어여뻤다.
그리고 이날 미남롤로가 정말 최고였다. 노담을 보면 볼 수록 가장 다양한 노선을 내보일 수 있는 입체적인 캐릭터가 프롤로임을 깨닫게 되는데, 이날 미남롤로는 무척 처절하고 비참해서 그 추악한 욕망마저 불쌍하고 절절했다. 생전 처음 마주한 '아름다움' 에 순간 숨이 멎고 현실을 잊고 시간을 지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에 사회적 위치도 지식도 권위도 전부 부질없어진 길 잃은 아이 같은 모습으로 고통스러워 한다. 전혀 공감해줄 수 없는 추잡하고 역겨운 욕심을 아주 설득력 있게 구축해내는 미남롤로의 감정선이 단단하고 안정감 있는 가창력과 만나 어마어마한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한 인간의 바닥을 목도하며 그 절박함에 심장이 저릿했다. 그 억압된 시대가 생생하게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한 느낌에 극에 확 몰입할 수 있었다.
송료팽은 갈수록 득음을 하는 듯, 고음 애드립도 안정적이고 매끈했다. 인간적인 집시들의 대장. 쫑페뷔는 1막 마지막 에스메랄다를 향한 그 욕정의 눈빛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새카맣고 추악한 욕망. 전반적으로 이 배우도 표정이 다 똑같은 게 아쉽다. 금나플뢰르는 요즘 시대에 태어났어야 했다. 가장 주체적이고 단호하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요구하는 캐릭터라서 매력적이다. 페뷔스를 밀치는 손짓이 아주 강하다. 붉은 톤의 바지를 입은 댄서가 처음 보는 앙상블 같았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남진현 배우 표정 많이 좋아졌고, 좀 어린 축에 속하는 여자 댄서도 자첫 때 봤던 것보다 훨씬 좋아져서 신기했다. 늘 시선을 강탈하는 노해영 배우도 전혀 지친 모습 없이 너무나 멋진 춤을 보여줬다. 종 흔드는 모습이 정말 완벽에 가까웠다. 댄서들 너무 사랑스럽고 고맙고 멋지다. 가끔 마그랭 보느라 군무를 못봤지만 그래도 애정합니다ㅠㅠb 인간의 몸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보여주는 분들.
내한, 라센 포함하여 이 극, 노트르담 드 파리를 5번 정도 봤다.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일깨워준 최초의 극이고 웅장하고 아름다운 음악에 압도당하는 고전이다. 반복해서 볼수록 다른 생각,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많은 이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극, 나 역시 너무나 아끼고 애정하게 됐다. 총막 때 내 자리가 없다는 게 그저 아쉽고 안타깝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꼭 다시 만날 수 있길. 마그랭의 잔망과 아름다운 에스메랄다의 성스러운 아베마리아와 콰지모도의 절절한 불공평과 당스몽이 한동안 그리울 것 같다. 언젠가 괜찮은 데시레도 들을 수 있겠지.... 하아, 갑자기 파리에 가고 싶네.
'공연예술 > Music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위니토드 (2016.08.24 8시) (0) | 2016.08.26 |
---|---|
페스트 (2016.08.19 8시) (0) | 2016.08.20 |
노트르담 드 파리 (2016.07.24 3시) (0) | 2016.07.24 |
에드거 앨런 포 (2016.07.19 8시) (0) | 2016.07.20 |
노트르담 드 파리 (2016.07.17 3시) (0) | 2016.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