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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in광림bbch아트홀, 2016.07.19 8시 공연





뎅토로 세미막을 못가게 되어 홧김에 구한 뎅곰 세미막 현매표. 



김동완 포우, 윤형렬 그리스월드, 김지우 엘마이라, 오진영 버지니아, 최윤정 엘리자베스, 최종선 레이놀즈. 커버 차정우 배우. 이하 원캐. 뎅곰 2차, 뎅포 3차, 곰그리 4차, 포우 8차이자 자막. 뎅곰 세미막.



뎅포우도 곰그리도 컨디션이 베스트가 아니라는 게 명확히 보이긴 했지만, 더 바랄 게 없을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공연해준 덕분에 무척 행복한 관극을 하고 왔다. 이날 뎅포 노선이 완전 취향저격이어서 이 극 자체의 발전가능성을 조금이나마 엿본 것 같았다. 이 한정된 컨텐츠 안에서 고민을 거듭하며 자기만의 색을 확립해준 오빠얌에게 그저 감탄하고 그저 감사할 뿐이다.  





초대를 뿌렸는지 사람이 많았지만 앞자리라서 나름 쾌적하게 관극했다. 너무나 익숙해진 개그포인트에서 웃음이 터져나와서 재미있었다. 하지만 음향은 정말 별로였다. 막힌 소리에다가 웅웅거리는 느낌이 났다. 2막 관객석 맆에서 엘마이라 마이크 소리 잡음 섞인 거 분명 사고였는데, 지우엘마가 잘 대처해서 무사히 넘어갔다. 오케는 좋았다. 부음감님을 처음 뵌 건데 정박, 칼박이라고 해서 내심 긴장했다가 심판맆 때 곰그리 클라이막스 다 기다리고 들어가주셔서 감사했다. 관객석 때 관 뚜껑이 보이도록 살짝 기울여놨는데, 십자가가 정방향인 걸 보아 머리가 무대 안쪽인데도 불구하고 국화는 거꾸로 다리 쪽에 꽃송이가 향하도록 두어서 괜히 현입이 됐다. 관 기울이느라 설치한 아랫부분 나무토막에 노래하던 뎅포 발이 툭 걸렸는데 그 순간 바로 앞으로 뛰쳐나오면서 완벽하게 참사를 방지했다. 그 노련함에 내적 감탄을 터뜨렸다. 근데 이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영원 처음에 부르면서 나올 때 묘하게 오른발이 불편해보였는데 어디 다친 건 아닌지 걱정된다. 발을 사선으로 비껴 디디며 살짝 다리를 교차시키며 걷는 우아한 마포우의 발걸음을 몇몇 부분에서 차용한 것 같았는데 그 걸음걸이를 쓰니까 발목이 불안하다는 게 보였다. 신발굽이 잘못된 건가 싶기도 하고. 잘못 봤을 확률이 높지만.



※스포있음, 매우 주관적임※ 



매의날개. 청량하고 시원하게 뽑아내는 넘버 속에서 연기 노선이 유난히 훅 치고 들어왔다. 막 뒤의 앙상블이 얼음땡 하듯 딴, 하고 움직이는 부분에 맞춰 우아하게 손짓을 탁, 해줘서 무대 위 모든 인물들이 자기가 만들어낸 창조물임을 주지시켰다. 그리고 포우를 중심으로 배우들이 큰 원을 그리며 움직이기 직전에 신기하다는 듯, 재미있다는 듯, 몇몇 앙상블에 시선을 두고 눈을 맞추며 입가에 미소를 건다. 순간 이야기 속 캐릭터가 현실로 튀어나와 작가의 주변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동감 넘치는 이미지가 연상됐다. 뒤쪽 배경에서 날아다니는 글자들이 '날개' 가 되어 포우의 등에 안착할 때 타이밍 맞게 손동작을 하며 그 세계의 창조주로서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자신의 세계에 푹 빠져 있다가 편집장의 요청에 신이 나서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을 집필한다. 포우에게 있어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눈부신 일인지 온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넘버였다. 끝나고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대충 툭툭 닦고는 책상 위로 신나게 내동댕이친다. 능력에 맞는 댓가를 주지 못하겠다는 말에 빈정이 상한 얼굴로 짜증스럽게 편집장이 들고있던 책을 뺏듯이 건네받는다. 그리스월드의 글에 아니꼽다는 표정으로 비평을 시작한다. 이 부분 이날 정말 좋았다. 저음이 안정감 있었다. 술에 취한 채 돌출무대로 나와 주저앉아 있는데 중간에 눈 뒤집어까는 표정을 지어서 깜짝 놀랐다. 완전히 술과 약에 찌든 모습. 까마귀 소리에 뭔가 번뜩이는 게 스쳐간 듯 황급히 자리를 뜬다. 함진. 책상 아래에서 올라온 손을 두려워하거나 신기해하기 보다는, 기피한다. 외면하고 침잠한다. 노래도 좋고 연기도 좋았다. 엄마, 를 부르며 웃음을 실실 흘리는 모습이 아주 리얼했다. 편집장의 등장으로 정신을 차리자마자 술병부터 찾아들고 벌컥벌컥 들이킨다. 잘렸다는 선고에 마포우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절박한 표정을 짓는데, 뎅포우는 다 의미 없다는 듯 비웃음이 살짝 어린 정신 없는 얼굴로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후임이 그리스월드라는 이야기에는 짜증과 분노가 섞인 표정을 짓는다. 이 즈음부터, 스스로의 잘남을 잘 아는 천재 예술가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혹은 불편해하는 타인들에 대해 비난하고 악에 받친 소리를 하고 다닌다는 인상이 확 들었다. 마치 실제 에드가 앨런 포가 그러했다는 것처럼. 비아냥거리고 신랄하게 비꼰다. 자신이 만든 세상은 완벽하여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자신감과 오만함이 담긴다.   



신작발표회. 뎅포는 자신 이외의 타인은 낮게 보고 있다. 아예 안중에도 없다는 표현이 어울릴 법도 하다. 자신을 향한 찬사에도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자신의 세계에 몰두하고 있다. 그리스월드의 말 하나하나에 전부 비아냥이 실린다. 참 어렵고 힘든 길만 골라가는 예민한 작자다. 갈가마귀. 읊조리듯 시작하여 폭발하는 감정. 후반부에 완전히 편곡해서 불렀다. 넘버를 이렇게도 변주해서 부를 수 있구나. 살짝 목을 오른편으로 꺾고 어깨를 미세하게 움츠려 앞으로 쏠린 듯한 자세를 취하고 절규하듯 읊는 시. 각인될 수밖에 없는 까마귀라는 존재에 대한 미세한 공포도 엿보인다. 짙고 일렁이는 어둠이 포우 주변만을 감싸고 있다. 버지니아를 전혀 사랑하지 않지만, 애틋함과 동정심으로 차마 제 손에서 떠나보낼 수 없기에 결혼을 결심한다.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는 결혼식. 친구로 보이는 남앙들과 포옹하고 대화를 나누지만, 고립되고 외로워보인다. 스스로를 사회와 배척시키고 선을 긋는다. 예민함이 더해지고 신경질적인 모습이 강조된다. 위태로운 모습. 결국 유혹에 오롯이 무너져내린다. 확고한 자기정체성을 지닌 작가 포우는 두 다리를 단단하게 땅에 붙이고 있지만, 쏟아지는 빛과 어둠과 이명 속에서 통나무가 쓰러지듯 옆으로 묵직하게 넘어진다. 짙은 암전이 내린 후에도 잔상처럼 남는 종소리.



2막. 비틀거리고 광기에 찬 연기가 일품이지만, 오빠얌 얼굴이 너무 단정하다. 눈이 너무나 반짝거린다. 이모의 비난에도 오로지 글에만 열중하다가 닐슨이라는 이름에 화를 내듯 애원하듯 그러지 말라고 빈다. 버지니아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는다. 이 세상에 살아있는 사람 중에 자기 자신이 가장 중하고 제일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알콜과 약물 중독에 쩔어 비참한 모습일지언정, 글을 쓰는 한 존재할 수 있다. 버지니아가 글의 영감은 아니지만, '새로운 삶'을 꿈꾸며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나가는 현실 속 구심점이다. 그렇기에 버지니아의 죽음 앞에서 포우는 무력하게 흩날린다. 바닥까지 가라앉는다. 엘마이라가 읊는 자신의 시에도 별다른 감흥 없는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있던 그의 입술에서 단어가, 문장이 흘러나온다. 마치 아무 의미 없다는 양 메마른 톤의 이야기. 저 상태에서 어떻게 살아날까 집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글자에 색이 입혀지기 시작한다. 엘마이라는 그저 마중물이었을 뿐, 스스로 천천히 '자신의 글' 을 똑바로 마주한다. 엘마이라와의 키스는, 온기를 찾는 아이처럼 다급하다. 매날맆. 점층적으로 깨어나는 표정이 아주 섬세하다. 극 내내 손가락 움직임을 다양하게 사용한 점이 캐릭터성을 한층 부각시킨다. 하지만 절망. 나락. 두동강나며 뜯기는 코트. 엄마의 달님맆을 듣고 내키지 않은 발걸음을 뗀다. 멈칫, 뒤를 돌아보는 입가에 옅은 미소가 피어나지만 눈가는 서글프고 애처롭다. 이제껏 부정해온 자신의 운명을 마침내 수용하는 듯한 눈. 영원. 너무나도 맑고 청아한 목소리. 모든 걸 뛰어넘은 투명한 영혼. 압도적인 아름다움이라기보다는 심장을 적시는 따뜻함이다. 순간을 공유하며, 벅찬 행복이 차오른다.





프리뷰로 처음 만난 뎅곰 공연에서 곰그리는 질투심 강한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부각시켰는데, 공연을 거듭하면서 점점 더 얄미워지고 가증스러워졌다. 갈가마귀를 듣고 뺨에 흘러내린 눈물을 닦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외면하는 군중들의 뒷모습에 절망하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넘버 시작하기 직전 눈물 범벅의 얼굴로 씨익,씨익, 하는 고르지 못한 거친 숨소리를 내는데, 오케의 비장한 분위기와 어우러지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함진맆에서의 절규는 무너진 자신의 세계에 대한 고통과 함께 현혹된 포우의 재능에 대한 질투와 갈망이 분노로 승화되는 전개를 유려하게 그려낸다. 2막 종맆. 곰그리가 돌출에 나와서 클라이막스 고음을 락으로 확 질러주는데 그 뒤에 본무대에서는 뎅포가 절규를 하고 있는, 그 장면. 시각과 청각이 모두 절정에 달하는 씬. 날믿어맆은 어찌나 애새끼(....) 같던지 웃음을 제대로 숨기지도 못하더라. 1막에서 풋, 하고 터져나오는 웃음소리를 듣기도 했고. 쉿! 하며 윙크하는 건 봐도 봐도 좋다♡ㅎㅎ 이런 위선적인 모습이 후반부로 치달을 수록 가벼워져서 심판맆이 지난 번보다 묵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 배우도 얼굴이 무척 선하게 생겨서 얄밉긴 한데 미워할 수가 없다. 얼빠라서 그런 거 아님. 복면가왕 때문에 페스트 보여달라는 동생이랑 엄마가 얼빠임^^........ㅋ.... 곰유다의 억울함만 가득한 모습에는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곰그리의 위선적인 가증에는 푹 빠져서 혹하는 걸 보면 이 배우의 연기가 많이 풍성해진 것 같다. 노래야 뭐 믿고 들으니, 앞으로도 더 다양한 색의 연기를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차그리, 가 아니고 마포우 막공에 같이 막공을 했던 원캐 최병광 배우의 빈자리를 대신한 차아빠는 일주일 정도의 공연으로 무대에 익숙해진 듯 했다. 아빠 역을 하기에는 위화감이 있었지만 목사는 잘 어울렸다. 함진 중간에 오케 반주만 흐르는 부분에서 앙들 안무가 조금 바뀐 것 같은데 착각인가. 종선레이놀즈는 긴 몸을 최대한 숙여 구기는 모습에서 알랑거리며 비위 맞추는 캐릭터가 잘 잡혔다. 첫대면 때 뎅포가 "뇌물이죠, 뇌물... 일종의.." 라고 뇌물을 두 번 말하는 디텔을 하는데 곰그리가 오랜만에 합을 맞춰보는 거라 잠깐 잊었는지 치고 들어와서 대사가 맞물렸다. 그러니까 '감히 내 말을 자르다니' 하면서 더 부들대며 그리스월드를 극혐하던 뎅포의 센스가 좋았다. 뎅옵 코트자락 휘두르는 거 좀 능숙해졌더라. 코트를 잘 다루는 곰그리랑 비슷한 위치에 손을 대는 걸 보니 사람들 말대로 윤형렬 배우한테 배운 건가 싶기도 하고ㅋㅋ 오버츄어나 종맆 등에서 몸 사용하는 건 아직도 좀 아쉬운 면이 있다. 이건 마임 배워서 되는 게 아니라 합 맞추는 게 중요한 거라서.... 특히 오버츄어에서 오케가 차려주는 밥상과 타이밍이 딱 맞으면 더 짜릿할텐데 박자 뜨는 게 보여서 몸에 긴장을 하게 됐다.





포토카드 이벤트. 뎅포우가 안나와서 슬프지만, 마포우 돌출 포카만으로도 기쁘다ㅠㅠ 저기서 까마귀 소리를 듣고 짓던 표정이 매번 인상적이었지. 아니 근데 줄거면 6개 사진으로 3포우 3그리 다 주지 이게 뭐하는 거야ㅋㅋㅋㅋ 판매용이면 재수 없지만 마케팅이겠거니, 하는데 이건 레알 이벤트잖아. 참 여러모로 하는 일이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 기획사다. 일처리 짜증나.  





재연에 이 배우들이 돌아올지 전혀 모르겠다. 애증의 마음을 가지고 5월말부터 쭈욱 함께 달리고 있다. 오빠얌에게는 또다른 전환점이 된 작품인만큼, 좋은 기억만 많이 남겨갔으면 좋겠다. 비록 내일 뎅토로를 비롯하여 남은 공연을 가지 못하지만, 모든 배우들과 스탭들이 끝까지 무사히 잘 마무리하길 빈다. 체력적으로 힘든 게 눈에 밟혀서 속상하지만,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자막! 앞자리에서 뎅포우의 얼굴과 목소리를 생생히 목격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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