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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in 광림bbch홀, 2016.07.06 8시 공연





마포우 막공주간. 마이클리 포우, 정상윤 그리스월드, 김지우 엘마이라, 오진영 버지니아, 최윤정 엘리자베스, 유승엽 레이놀즈. 포우 관극 6차. 마포우 4차, 토그리 3차, 마토로 2차. 마토로 페어막이자 마포우-지우엘마, 진영버지니아 페어막.   





눈치만 한참 보다가 회식 안할 것 같아서 예매가능시간 끝나기 3분 전에 가까스로 예매. 날아오를까 했지만 역시 표정을 보고 싶어서 A열 사블통에 앉는 도전을 감행했다. 덕분에 배우가 바닥에 드러누우면 사라지는 현상이 어떤 건지 생생하게 경험했다. 확실히 bbch홀은 가로로 넓었다. 충무대극장에서는 무대 가장자리 프레임이 사블 통로에서도 대여섯자리 들어온 자리였는데, 광림은 사블통로가 무대 끝이었다. 1막과 2막 초반에는 오른쪽 귀가 좀 아팠는데, 생각보다 음향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아직까지도 귀가 얼얼하다. 이래서 중블을 선호하는데ㅠㅠ 시야는 의외로 가깝다는 그낌이 들지 않았지만, 마이크 꺼진 상태의 배우분들 육성이 들려올 정도의 근거리였다. 여러모로 2층 A석보다도 더한 시제석인데도 불구하고 R석을 책정한 건 양심도 없는 행동이었다. 



매의날개에서 무척 깔끔하고 선명하게 음을 뽑아내기에 목 상태는 좋구나! 싶었는데, 피곤이 누적되어 순간순간 집중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대사도 멈칫거리는 실수를 2번 했고, 오케 박자보다 반박? 혹은 반의 반박? 정도 늦게 치고 들어갔다. 이런 변화로 인해 넘버 퀄리티가 떨어졌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렇게도 불러주는구나,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그렇게 부르는 원인이 '피곤해서' 라는 점이 눈에 보여서 내심 안타까웠다. 토그리도 종일반의 부담인지 널심판해 부르는데 눈가가 무척 피곤해보였다. 이렇게 배우들의 컨디션이 보이고, 사블이라 무대 하수에서 사람들 움직이는 것도 시야에 들어오고, 조명기기들이 움직이는 모습이나 소리가 잡힘에도 불구하고, '에드거 앨런 포' 라는 극 전반에 대해서 가장 흥미진진한 관극을 했다는 것이 신기하다. 



수 차례의 관극으로 익숙해졌다고 믿었던 조명 색감은, 가까이서 보니 더 거슬리는 혼돈의 뒷배경 색깔과 함께 또다시 불호를 만들어냈다. 사이드에서 기존과는 다른 시야각으로 보니까 움직임도 그렇고 각도도 그렇고 묘하게 촌스럽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조명' 이라는 건 기기를 다루는 조명팀과 극의 연출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극장의 조명이 나랑 더럽게 안 맞는 것 같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수많은 공연장 중 무려 블퀘가 조명만큼은 가장 완벽하게 아름다웠다. 당연히 개인 취향일 뿐인 혹평이므로, 걸러 들어주시길. 



스토리는 이제 말하기도 지치고 어디서부터 다듬어야 할 지 막막할 뿐이므로 생략한다. 회전문을 돌면서 작가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소설과 시를 찾아 읽고 이런 저런 뒷이야기를 접하고 있는 중이어서 나중에 기회 되면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수정과 보완을 넣은 나만의 시놉을 한 번 써볼까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이렇게 말해놓고 완벽하게 끝내 본 작업이 아직 없긴 하지만, 이 극을 포기하기엔 누누히 말해왔듯 음악이 너무 좋다. 게다가 재연이 온다는 게 기정 사실화 되었으니 놓으려 해도 놓을 수가 없다. 물론, 캐슷에 따라 회전문 횟수가 급격하게 달라지긴 하겠지만 말이다.  





※스포있음※



간단하게 배우 노선만 정리해보자면, 마포우는 예민한 작가이지만 동시에 타인을 인식하고 '각인' 되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진 인간이기도 했다. 갈가마귀 초반부터 그리스월드를 노려보듯 똑바로 바라보고, 관중들에게 한 명씩 시선을 던지며 구절 하나하나를 읊조리듯 섬세하게 전달했다. 후반 절정에서도 자,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똑바로 봐라! 하면서 토그리를 날카롭게 쳐다보는데 지난 공연들에서 보지 못했던 무게와 질감이었다. 넘버 속 고음이나 박자가 미세하게 아쉽긴 했지만 완벽하게 노선과 맞아 떨어지는 기쁨을 선사했다. 버지니아를 아끼고 좋아했지만 그가 원하는 사랑을 주지는 못했다. 마포우는 '자신을 인정해주던 거의 유일한 존재' 를 잃어버린 상실감 때문에 버지니아의 죽음 앞에서 더 고독하게 무너져내렸다. 그래서 절절하고 처절한 느낌은 덜했지만, 죄책감과 공허함, 무력감이 뒤엉킨 감정선이 고통스럽게 뿜어져 나왔다. 같은 곡인데 왜 매번 이미지가 다른 걸까..ㅠㅠ... 진심으로 사랑하여 채워지지 않던 '갈증' 을 사라지게 만든 엘마이라와 재회한 마포우는 다시 한 번 의지를 세울 수 있게 된다. 자신의 글 덕분에 무너지지 않고 버텨낼 수 있었다는 말이 얼마나 강렬하게 다가왔을까. 항상 글을 쓰고 싶어했고 그 무엇보다도 자신의 글을 무척 사랑하던 작가 포우는, 덕분에 힘과 용기를 얻어내어 약과 알콜 중독으로 부들거리는 손을 애써 붙잡고 '다시 보이기 시작한' 자신만의 세상을 재차 꿈꾼다. 아주 짧지만 눈부신, 찰나이기에 비극적이고 비장미 넘치는, 매날맆. 마지막으로 돌아보며 활짝 웃는 마포우의 표정에서 매번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 떠오른다. 동시에 Immortal, 넘버 영원의 처음 몇 소절에서 늘 괜찮을 리 없지 않냐며 속으로 반박하곤 한다. 무척 아름다운 피날레이지만, 에드거 앨런 포라는 사람은 그리 희망차고 눈부시게 떠나지 않았을 것 같아서 괴리감이 느껴진다. 사후 수십년 후에야 인정 받고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 그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목적임을 알지만, 극 전체를 아우르며 마무리해주는 일관성은 전혀 없어서 극적인 몰입도가 떨어진다. 넘버 자체는 너무 좋은데 공감이 안된다. 이 넘버에서 그 감정선을 따라간 눈물을 제대로 흘려본 적이 아직까지도 없다. 

   


이날 공연에서 가장 좋았던 넘버는 매날이랑 함진, 갈가마귀 정도이려나. 함정과진자는 연출이나 안무 등 전반적인 부분이 취향이 아니지만, 다 떠나서 노래가 너무나도 훌륭하다. 이 넘버에서 마포우 표정이 정말 다채롭고 감각적이어서 심장이 바싹바싹 조여드는 느낌을 받는다. 눈물은 미처 인식도 하기 전에 주륵주륵 흘러내리고 있고. 공감각적 영향을 온몸으로 고스란히 받아내며 그 분위기에 한껏 파묻히게 되는 신기한 넘버다. 함진이나 함진맆에서 바바바밤 하는 박자에 액자틀 조명이 완벽하게 맞을 때 기분이 참 짜릿한데, 이 곡 박자가 워낙 자비가 없어서 말이지. 



위선적이고 위악을 떠는 캐릭터를 잘 살려내는 토그리의 완급조절이 무척 능숙하지만, 지나치게 가벼운 감이 있다. 차라리 극 자체를 시대상을 뛰어넘는 마니악함으로 구축했더라면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무대가 완성될 수 있었을텐데. 앙상블 메이크업이나 의상만 봐도 그런 방향으로 진행할 의지가 충분히 있었을 것 같은데 하다 만 느낌이라서 오히려 작품성에 악영향만 미친 인상이다. 과장되어 더욱 생기넘치기도, 음산하기도 한 앙상블들의 표정 연기나 현대무용을 담뿍 담아낸 팔다리 동작 큰 안무들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극 밖에서 바라보고 있는 관객 입장에서는 그 모든 불협화음을 어떻게 수용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라센 초연이면서 거의 창작 수준의 극을 올리다보니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아야만 했겠지만, 크게 의미 없었던 '대중성' 을 추구하기보다는 약간의 도박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애초부터 이 극은 회전문 장사였다. 프리뷰만 보고도 배우마다 페어마다 노선이 다르리란 것을 짐작할 수 있었고, 쇼케 영상의 넘버를 듣고는 덕들을 정확히 겨냥할 수밖에 없는 극이었음을 명확히 단언할 수 있었다. 내 수준에서 보고 들으며 판단할 수 있었던 것들을 전문가들이 몰랐을 리는 없으니 그저 아쉽고 답답할 따름이다. 전페어 전캐가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양산된 수많은 덕후들이 서로 부둥부둥하며 아끼고 애정을 퍼붓고 있지만, 이 분위기는 딱 초연까지일 것이다. 재연은, 수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달렸다. 배우도 배우지만, 연출과 스토리가 고쳐지지 않는 이상 이 정도의 사랑을 결코 받을 수 없을 거다. 넘버 들으러 최소 한 번 쯤은 가겠지만 그 뿐이다. 





이렇게 말하면서 벌써 여러 번 관극한 스스로가 참, 덕후답다. 대단하게 회전을 돌지 않겠다고 했으면서 주1회 수준으로 관극을 하고 있다니. 이 공연 보기 전에 표 정리를 마쳤다. 마포 1회, 재포 1회, 뎅포 1회, 로 자체자막 하려고 한다. 마막공, 재곰 세미막, 뎅토로 세미막. 휴우. 각각의 공연을 오롯이 즐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전부 괜찮은 자리로 어느 정도 텀을 두고 결정한 관극일이다. 이제 포우는 더 이상 표 증식을 하지 않을테다!!.. 으으. 오빠얌 브이앱 덕분에 행복한데 고통스러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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