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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in 광림bbch홀, 2016.06.17 8시 공연





마이클리 에드거 앨런 포, 윤형렬 그리스월드, 장은아 버지니아, 김지우 엘마이라, 최윤정 엘리자베스, 최종선 레이놀즈. 마포우, 곰그리. 마곰. 포우 3차이자 마포우 자둘, 곰그리 자둘. 그리고 마곰장에 종선시몬까지 완벽한 지크슈 페어의 첫공:) 그러고보니 딱 1년 전 이날, 2015 JCS를 자첫했었네.  



세 번의 관극, 세 가지의 포우-그리스월드 페어를 만나보면서, 확실한 결론을 얻었다. 넘버가 너무나도 좋아서 회전문을 돌고 있지만, 극 자체가 지닌 설득력이 제로에 수렴하여 관극 중간중간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이 극은 두 주연의 갈등관계에 더욱 집중해야 했고, 주인공 포우의 캐릭터를 훨씬 명확하게 보여주어야 했다. 주변인물의 대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읊어주는 인생을 들으면서 관객이 억지로 흐름을 이해하고 나름의 살을 붙여야만 하는 극은, 절대 '좋은 극' 이 아니다. 여백의 미,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어쩐지 프랑켄을 이렇게 비판하면서 돌았던 것 같은데.... 휴우..... 





2층은 결코 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시크릿티켓 이라 쓰지만 발음은 도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날아오르게 됐다. 그래도 회전 도는 와중에 한 번 더 바닥 조명을 내려다보니까 새롭게 보이는 것이 많아서 재미있었다. 새삼 조명팀이 공연 내내 긴장 늦추지 못하고 빡세게 일해야 함을 깨닫기도 했다. 배우 움직임에 따라서 같이 움직여줘야 하는 건 당연지사고, 오케 박자에 맞춰 색깔 변화에 액자틀 조명까지 맞춰주는 것도 꽤나 고단한 일일듯 싶었다. 물론 시각과 청각이 완벽하게 딱 들어맞는 순간의 희열은 짜릿했지만 말이다. 색감은 여전히 불호지만, 확실히 형태나 움직임은 정말정말 예쁘다. 화룡점정은 역시 마지막 넘버에서 쏟아지는 그 새하얀 조명이고. 조명도 짘슈 팀이라더니, 정말 이래저래 지크슈 지뢰를 많이많이 밟게 되는 극이다. 인터 끝나고 2막 시작곡에서 빰빰빰빰빰 하며 시작되는 오케조차도 지크슈를 연상시키니 말 다한 거겠지ㅠㅠ... 내년에는 돌아와주려나..... 아, 음향 정말 날이 갈수록 좋아지긴 하더라. 프리뷰 때와는 전혀 다른 소리였다. 물론 대사 뭉개짐이 없진 않지만. 오케 역시 거의 완벽해지고 있어서 무척 행복하다. 2막에서 웅장하게 쿵 내리누르는 소리에 말그대로 극장 전체가 크게 울리며 온몸을 전율로 휩쌌다. 널심판해맆에서 곰그리가 발을 쾅 구르면서 "널!!" 할 때 오케도 같이 쾅 해주는데, 좋아서 울 뻔했다...ㅠㅠ 정말 이 극은 오케가 반드시 있어야 해..



※스포있음※



일주일만에 다시 만난 마포우는, 왜 억양이 더 퇴보한 걸까.... 심지어 수목금 연속 3일 째 공연이었는데! 아마도 노담 연습을 제대로 시작한 거겠지....ㅠㅠ 겹치기 하는 걸 좋아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역시 노래와 감정선은 무척 훌륭했다. 노래 애드립은 거의 없었고, 중간중간 탄식이나 한숨 등을 섞어 감정의 깊이를 보여줬다. 처음 편집장 만나러 갔을 때부터 환청 들리는 듯한 제스쳐를 시작해서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예술가의 느낌을 물씬 풍겼다. 환청 들리는 디테일이 상당히 좋은데, 순간적으로 어깨를 움츠리며 무의식적으로 손을 귀로 가져다댄 뒤에 누가 낸 소리인지 두리번거린다. 때로는 쨍-하는 소리가 머릿속을 날카롭게 찌르는 것마냥 양 어깨를 동시에 안으로 모으기도 한다. 술마시고 기침하는 것도 연기 같지 않다. 갈가마귀에서 마지막 음 끝내고 찰나의 정적에서 환청이 들려 귀를 확 막고는, 쏟아지는 찬사도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듯 코트자락 확 휘날리며 퇴장하는데 정말 좋았다. 이 넘버 중간에 곰그리랑 눈 마주쳐주는 부분이 두 개 있었는데 덕분에 팽팽한 긴장감이 확 살아났다. 이날 가장 좋았던 넘버가 의외로 함정과 진자였는데, 이 같은 섬세한 연기도 일품이었지만 마이클리 특유의 날카롭지만 맑고 선명한 목소리가 정말 잘 어울렸기 때문이었다. 관객석 그 어딘가 넘버 감정선도 무척 아프고 따뜻했다. 버지니아의 관에 손을 뻗다가 차마 만지지도 못하고 다시 손을 가슴께로 모으며 몸을 돌리고, 넘버 끝내면서 관 위쪽 모퉁이에 천천히 양 손가락을 조심스레 가져다 대고 고개를 푹 숙이며 오열한다. "저는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라고 화를 내고 버지니아의 말에 쳐다도 보지 않고 대충 어어 하면서 글에만 집중하는 '작가' 였는데, 버지니아의 죽음에 비로소 '혼자' 임을 깨닫고 모두에게 버림 받는 기분을 오롯이 느낀다. 그렇게 바닥까지 무너져있을 때, 자신의 '글' 을 들고 찾아와 자신이 필요하다 말해주는 엘마이라와 재회하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두서 없는 스토리라인에서 배우가 만들어낸 개연성이 바로 이런 거지. 달님맆이 끝나고 뒤로 퇴장할 때 관객석을 향해 몸을 살짝 돌리고 '잘 쉬다 간다' 라는 느낌의 미소를 얼굴 가득 거는 모습이, 영원 넘버와 이어지며 "날 위해 울지 말아주오" 라는 첫 가사에 힘을 불어넣었다. 예민한 작가 포우의 모습을 더 다양하게 보고 싶은데, 배우 디테일로 간신히 찾아내야 하는 게 솔직히 좀 지친다..ㅠㅠ 2막, 특히 초반에 너무 지루했다. 노래는 좋은데 자꾸 내용에 대해 물음표가 띄워지니 집중도 떨어지고 피곤해졌다. 



곰그리는 플뷰 뎅곰으로 보고 자둘이었는데, 보다 인간적이고 비열하게 변해있었다. 상당히 신뢰감을 주는 말투와 목소리 덕분에 그리스월드가 대중들에게 인정받는 이유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었고, 포우를 대할 때의 태도 역시 몸에 배인 배려와 친절이 뚝뚝 묻어났다. 하지만 극혐하며 비난에 가까운 독설을 퍼붓고 퇴장한 마포우의 뒷모습을 보고 답답하다는 듯 무척 깊고 짙은 한숨을 뱉어내는 순간 "아직 철이 덜 들었군" 하는 대사에 생동감이 묻어나며 널 심판해 넘버를 더욱 매력적으로 살려냈다. 함진맆도 그렇고 널 심판해 맆도 그렇고, 적절한 무게감을 싣고 완급조절을 잘 해줘서 너무 좋다. 갈가마귀에서 종선레이놀즈는 거의 초반부터 마포우를 향해 몸을 돌리고 집중하는데, 곰그리는 훅 치고 들어오는 부분마다 조금씩 몸을 틀고는, "문을 열어본다" 부분인가 다음 파트인가 아무튼 그 즈음부터 완전히 몸을 돌려 마포우를 똑바로 응시한다. 그 순간 마포우도 곰그리에게 시선을 잠시 두고는 다시 몰입하고,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 절규하듯 "Lenore Lenore Nevermore Nevermore" 를 쏟아내며 앞쪽으로 걸어 나오면서 다시 한 번 곰그리와 눈을 마주친다. 눈빛에 담긴 의미는 보이지 않아서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그 팽팽한 대립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포우랑 그리스월드 듀엣곡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ㅠ.... 





배우들 디테일도 좋았다. 매의 날개에서 특유의 손동작, 책 '미국의 시인들' 을 팡 덮으며 분노하는 모습, "그래서 얼마나 주실 건지 여쭸습니다" 라며 긋는 성호, 버지니아 기침할 때 등 쓸어주면서 쉬이이- 소리 내주는 거, 자신의 작품을 읊어주는 엘마이라와의 재회 씬에서 '애너벨 리' 라는 단어에 흠칫 몸을 떨며 점차 정신을 차리고 함께 노래하며 허공에 손으로 글을 쓰는 제스쳐, 작품 되찾으러 왔을 때 코트 앞섬을 꽉 붙들고 있다가 탁 놓치면서 덜덜덜 떨려오는 두 손, 죽음 장면에서 신음소리 끄으으 내면서 곰그리 코트자락 붙잡다가 누군지 확인하고 훅 굳어버리는 몸, 넓은 무대를 노래 하나로 꽉꽉 채우며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마지막 넘버, 영원까지. 지난 리뷰에서 약 주사할 때 옷 위로 하는 거 거슬린다고 했는데, 함진 시작 전에 아예 양 팔을 걷고 나와서 아주 자연스럽게 주사를 한 건 좋았다. 그러니까 함진 끝나고 찾아온 곰그리를 보고 황급히 조끼 단추를 잠그고 걷었던 소매를 쓸어내리며 주삿자국을 가리는 듯한 행동이 더욱 현실감 있었다. 하지만 2막에서 타인이 강제로 주사하는 장면 2개에서는 여전히 옷 위로 주사를 놓더라. 나를믿어1 직전 소파에 늘어져 등장할 때 미리 걷고 나오면 안 되나. 소파에 마포우를 훅 밀치고 대사에 텀을 주며 "당신이... 천재이기 때문이죠." 하는 곰그리 말투 좋았다. 토그리는 목을 조르는 제스쳐를 취하는 부분에서, 곰그리는 어깨를 조물조물 주물러준다. 마토로 때는 완고하게 거부하려다가 토그리의 압도적인 기세에 짓눌려 얼결에 휩쓸려버린 마포우가, 마곰 때는 희미하게 고개까지 살짝 끄덕이며 곰그리에게 휘리릭 설득당하고는 자포자기한 느낌으로 제안을 받아들였다. 마토로는 진심으로 서로를 혐오했다면, 마곰은 그나마 상대에 대한 옅은 존중을 기저에 깔고 있었다. 나를믿어2 에서 실컷 모욕과 비난의 단어들을 늘어놓고서는, "쉿!" 하며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대는 곰그리 디텔 좋다. 저음과 고음을 넘나드는데, 대사칠 때 저음으로 확 까는 목소리는 섹시하고, 노래할 때 웅장하고 풍부하게 담아내는 목소리는 강렬하다. 이 배우로 만나본 세 번째 캐릭터인데, 개취로는 단연 곰그리가 최고다. 



지우엘마이라는 자첫이었는데, 노래가 기대보다 깔끔해서 놀랐다. 음색은 명은엘마이라가 더 취향이긴 한데, 지우엘마이라가 치는 대사가 더 안정감 있어서 설득력이 높았다. 마지막 풀네임 부를 때 스타카토로 끊어부르는 거 안해서 좋았다. 장버지니아는 의도치 않게 3차까지 원캐. 윤정엘리자베스는 2차 때보다 목상태가 훨씬 좋아서 달님의시간 넘버가 황홀할 정도였다. 그리고 드디어 앙들이 더 많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극 분위기에 맞게 목소리를 다듬어서 대사치고 노래하는 목소리도 매력적이고, 적절하게 과장된 연기와 생목 애드립을 넣어가며 극의 생명력을 끌어올리는 거 좋다. 플뷰 자첫 때 모르그가 넘버가 솔직히 좀 별로였는데, 갈수록 훨씬 나아지고 있다. 음향문제 때문에 가끔씩 눌러붙는 가사가 있는 게 안타깝지만, 회전 돌면서 결국 익숙해지고 있다. 화음도 쌓고 가사도 돌림노래처럼 쌓아가는 넘버들이 너무너무 취향이다. 종이나 나를믿어2 같은 곡들. 앙들 노래 비중 많은 넘버 박제 좀 해주지..ㅠㅠ.... 무대 전체 틀까지 앵글에 다 넣은 풀샷으로 영상 하나 찍고 싶었다.   





광림 2층 A석 중블 시야. 아예 뒤로 오니까 돌출에서 얼굴은 거진 다 보이더라. 하지만 함진 전에 마포우 바닥에 주저 앉으니까 쏙 사라짐ㅋ 이건 시제석입니다...... 그래도 음감님 잘 보이는 건 좋더라. 막이 내려간 후에도 음감님 오케 지휘 보느라 자리를 뜨지 못하는 관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마지막에 왼쪽 아래로 양손을 확 내리 꽂는 동작 너무 멋지다ㅠㅠ   



그나저나 카즈키 또 한국 왔었어?! 아니, 뉴시즈야 예전에 본 거니까 어쩔 수 없다해도, 수요일에 마포우 공연을 봤다니. 이틀만 늦게 오지^_ㅠ..... 작년 짘슈랑 엘리도 그렇고, 나랑 같은 극을 보긴 하는데 매번 날짜가 다르네. 내년에 프랑켄 보러 일본에 정말로 갈 예정인데ㅋ 한국 몇 번 더 와요. 박은태 배우 좋아하는 거 같던데 가을에 도리언 보러 오세요ㅋㅋ 이 배우 썰 풀면 포스팅 하나 금방 채울텐데, 언젠가 마음 동하면 써봐야겠다. 



아무튼 마포우, 아마 다음주도 갑니다. 금요일의 남자!!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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