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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in 샤롯데씨어터, 2015.08.06 8시 공연





퇴근 직전까지 눈치를 보다가, 야근 안해도 될 것 같아서 샤롯데로 직행했다. 마저스를 보고싶었으나, 은재페어 역시 참으로 오랜만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현장구매를 했다. 이제 2층은 어지간하면 앉지 말자고 지난 4차 관극 이후로 다짐했지만, 돈이 없으니 날아오를 수밖에.   






하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초고음 부분에서 살짝 귀아픈 부분이 몇 군데 있었지만, 그거 감안하더라도 지금껏 앉았던 세 군데의 2층 좌석 중 제일 음향이 나았다. 오른쪽 언덕이 가려서 안보이긴 하지만 시야도 괜찮고.





은저스. 재유다. 장마리아. 김빌라도.



한 달을 훌쩍 넘기고 다시 만난 재유다였는데, 정말 내가 왜 그랬었나 싶었다ㅠㅠ 재유다로 고정하고 은마은마 돌았어야 했어ㅠㅠ 내 기준에서 완벽하게 이상적인, '뮤지컬' 노래를 부르는 배우다. 연속 공연을 하면 고음에서 쓰릴함을 선보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좋다. 오늘은 유다에게 온전히 몰입해서 관극했다.



※스포주의※

 


재유다는 가장 '똑똑한' 유다다. 배신 장면에서 "사람들이 그의 목을 조여와" 라는 가사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그가 지저스를 배신하는 이유였다. 당신의 뜻을 말해달라며, 나의 고통을 해결해달라며, 우리를 위해 죽냐며, 지저스의 뜻은 헤아리려 들지도 않고 요구만 해대는 군중들을 재유다는 멀리 떨어져서 지켜본다. 그런 어리석은 군중들을 품으려하는 은저스가 이해되지 않는다. 그의 마음을 돌리려 한다. 하지만 설득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재유다는 "현명하신 가야바" 에게 조언까지 구하려 든다. 라스트서퍼에서 대립하는 장면에서 "이 방법 뿐인가" 부근이었던가, 고개를 막 저으면서 아이처럼 울먹이며 이러지 말라는 표정을 짓는데 가슴이 무너지는 듯했다. 라섶 초반에서 "생각해주길/부질없는 소망 확신없는 기대" 라 노래하면서 급변하는 지저스의 감정을 눈치 채는 것도 12제자 중 재유다 단 한 명 뿐이다. 얼마나 재유다가 지저스를 신뢰하는지, 존경과 우러러봄으로 뭉쳐진 사랑으로 그를 어떻게든 설득해보려는 재유다의 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유다데쓰 때, "이 맘 어찌 하나" 라며 그 마음을 노래하는 것도 존경하는 그를 결국 죽음으로 내보낸 것이 자신이라는 자괴감이 묻어있었다. 사랑하는 당신이 나를 이용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라는 현실이 지독하게 잔인한거지. 자신의 배신이 그의 고통을 야기했다는 것이 아프고, 그래서 내 죽음이 비록 그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일지라도 그를 '원망'하지 않는다. 세 번이나 반복한 "당신이, 나를 죽이는 거야."도 악에 받쳐 난 죽고 싶지 않아!!!!! 라는 감정을 앞세우기보다는, 그래 나는 당신의 뜻대로 죽는 거야, 당신도 잘 알고 있었듯이. 라고 허탈한듯 살짝 헛웃음까지 치면서 나름대로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여기 대사 많이 안하는 거 좋았다. 게다가 "모든게 분명해" 라고 헤븐 노래 파트를 부르고 "당신이 나를 선택한 이유" 라고 대사를 치는데, 정말 속이 쓰리더라. 이 감정이 고스란히 이어져 슈퍼스타 역시 '유다'로서 불렀는데, 오늘 재유다 본공 슈퍼스타 누가 좀 박제해줘ㅠㅠㅠㅠㅠ 그저 완벽했다. 유다의 감정선도, 노래를 부르며 슬쩍 비꼬는 말투도, 무엇보다 십자가에 못박히는 지저스를 바라보며 "말해줘" 라고 대사를 치는 그 목소리가, 극 전체를 관통하는 유다의 감정을 오롯이 담고 있었다.



은저스는 전반적으로 7월 29일 공연과 노선이 비슷했다. 특히 겟세마네가. 오른쪽 무릎만 세운 앉아마네였고, 아이워너노우에서 기도하듯 손바닥 모으며 빌듯이 노래하더니 "얼마나 더 대단한 걸 이루시나요" 역시 이악물고 불렀다. 삿대질하고 정말 모르겠다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고 마지막 제발! 도 단호히 외쳤다. 시작부터 은저스는 이미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템플에서 그만!!!! 하는 은저스에게 다가온 마리아가 위로를 건네는데, "지친 꿈속에 날 맡기리" 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하면서도 한참을 감정에 휩싸여 그를 향해 돌아보지 못했다. 허공을 헤매는 마리아의 손이 지독하게 외로운 지저스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해 마음이 더 아팠다. 너무 지쳐 기댈 생각조차 못하는 은저스를 꽉 끌어안아 주는 마리아였지만, 위로받은 것 같지 않았다. 기도하는 장면에서도 천천히 무릎꿇고서 한참을 빛을 바라보다가 손을 맞잡지 않고, 양손을 가볍게 무릎 위에 올려놓고 고개만 숙였다. 원망과 체념. 빌라도의 꿈에서 "고통과 절망을 구원할 방법(가사 부정확)" 하고 한참을 가만히 있는데 앞에서 음감님이 지휘봉 들고 가만히 기다리는 모습까지 겹쳐지며 온몸이 긴장됐다. 그리고 엄청 낮은 저음으로 "내 죽음 뿐이리........" 라고 내려누르는 목소리가 정말 좋았다. 29일 때도 여기서 엄청 두근댔는데. 그나저나 순서가 엉망이라 쓰는 나도 헷갈리네ㅠ 2막 헤롯신에서 또 울었다. 체념이 온몸을 감싸는 은저스에게 행해지는, 한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참 잔혹한 모욕이 지독하게 아프다. 채찍씬도 29일보다 다리 풀리는 연기가 자연스러워서 좋았다. 빌라도가 절규하며 "너 스스로-"하는데 폴짝! 하는 느낌으로 뒤돌아서 순간 당황했지만, 십자가 메고 가는 건 또 좋았고. 십자가 장면에서 몸 너무 흔들어서 내 취향은 아니지만, "다....이루었...다.." 하며 서글픈 미소를 짓는 그 얼굴을 보며 머리가 새하얘졌다.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드디어 마쳤다는 안도와 허망함을 담은 미소 때문에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겟세도 그렇고 엔딩도 그렇고 그래서인지 정적공이었다.



장마리아는 확실히 음색이 좋다. 감정과잉은 여전하지만, 지독하게 지저스를 사랑하는 연기가 깔끔하다. 김빌은 지난번보다 더 좋았다. 중간 대사가 "귀찮게 말고 꺼져" 구나. 채찍 숫자 셀 때 분명 냉철한 목소리로 시작했는데 스물을 셀 즈음부터 미친듯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서른여섯은 차마 뱉지 못하고 삼킨다. 근데 지저스 형틀에서 끌어내리고 왜 그 형틀 붙잡는지 잘 모르겠다ㅠㅠ 불안해보이기만 하는데. 혹시 의상에 피 묻히려고 그러나...? 절규하는 빌라도에게, 너는 주어진 일을 해야하지만 그 뜻은 결코 알 수 없어, 하는 지저스가 너무 권위적이다.. 회전문을 돌면 돌수록 이번 시즌의 지크슈는 '성극' 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고 있는데, 이것도 나중에 지크슈 정산할 때 다뤄야겠다. 가야바는 저음 정말 좋았다. 시몬은 초반에 목소리 별로길래 걱정했는데, 시몬질럿 음이 확실히 낮아졌고 목소리를 굵게 내서 아주 훌륭하게 소화했다. 음역대가 지나치게 높지 않으면 다들 무난하게 넘버를 소화하는구나. 벌써 두달 넘게 달려온 배우들이 지쳐보여서 걱정이다. 특히 은저스. 정말 보양식이라도 공수해드리고 싶을 정도다. 날도 더운데 다들 힘을 내시길ㅠㅠㅠ   



인상 깊었던 장면 하나. 1막 마지막에서 배신한 뒤 지저스에게 다가가 차마 그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빗겨선 재유다의 어깨를 은저스가 토닥인다. 그리고 무대 앞 쪽으로 걸어나온다. 그 때 조명을 받아 생기는 두 사람의 그림자가 제대로 보였다. 점점 커지는 은저스의 그림자. 상대적으로 작아보이는 재유다의 그림자. 그 그림자가 삼켜짐과 동시에 무너져 오열하는 재유다. 관계성이 선명하게 보이는 그 장면이 뇌리에 선명히 남았다. 





커튼콜하고 베네데이 이벤트. 2층!!! (와아~) C구역!! (와아앜!!!!) n열!!! (에이......) ㅋㅋㅋㅋㅋ 여기에 2층은 안보이냐며 오츠카로 보라는 재유다 때문에 완전 빵터졌닼ㅋㅋㅋㅋㅋㅋ 어디서 관극 좀 해보셨나봐여ㅋㅋㅋㅋ 본공 슈퍼스타가 너무 좋아서 커튼콜 영상 촬영을 시작했는데, 재유다의 재치에 웃음 참느라 혼났다.





정말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은재 페어 한 번 더 볼 기회가 있으리라 굳게 믿으며!!! 산책이나 하러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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