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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in 샤롯데씨어터, 2015.07.10 8시 공연





4차......! 갈까말까 마지막까지 고민을 하긴 했는데, 이왕 회전문 도는 거 유다도 전캐를 찍어봐야하지 않겠냐는 쓸데없는 생각에 결국 발걸음을 샤롯데로 돌렸다. 온 김에 새로 나온 플북도 하나 샀다. 사진 퀄이 다 좋긴 한데, 커다란 사진 하나를 두페이지에 걸쳐 인쇄해놓으면 정가운데에 서있는 지저스가 안보이잖아요.....ㅠㅠ  





현장구매 남은 좌석 보는데 A석 오블이 텅텅 비었길래 잘됐다 싶어서 그냥 A석에 앉았다. 어째 회전문을 돌수록 자리가 멀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네....ㅠ 샤롯데 2층 중블 4열은 음향이 약간 뭉개지고 울리는 감이 있었는데, 오블 8열은 오히려 더 깔끔했다. 물론 볼륨이 더 작고, 아예 음원 느낌으로 깔끔한 음향이었기에 역시 아쉬웠다. 말 꺼낸 김에, 2차 관극 때 앉은 1층 중블 8열 오른쪽 끝 자리는 음향이 정말 별로였다. 오케의 음향이 지나치게 커서 고막을 찌르는 느낌. 그러니까 배우들 딕션이 묻혀서 잘 안들리더라. 샤롯데의 음향은 다른 공연장에 비해 나쁘지 않지만, 좌석 별로 극단적인 차이를 보인다. 막귀이지만 나름 음향을 중시하는 관객의 사견이다. 그리고 샤롯데 2층 8열에서도 배우들 표정 보인다. 2층 맨 뒷자리 앉아도 배우가 무대 앞쪽에 서면 얼굴 보일 것 같다. 





반쯤 충동으로 대여한 오페라글라스. 3d 영화도 제대로 못보면서 망원경을 제대로 쓸 수 있겠냐는 현명한(.....) 자아성찰 덕분에 오글을 구매할 생각 자체는 하지 않았지만, 워낙 다들 신세계라 평하기에 한 번 써보고 싶었다. 그리고 결과는ㅋㅋㅋ 역시 나는 나를 너무 잘 안다. 어차피 2층에 앉았으니 그냥 마저스 표정이나 자세히 보자는 생각으로 오늘은 오글을 안경에 붙이고 있었지만, 앞으로의 관극에서는 사용할 일이 없겠다. 무대 위 한 사람의 표정만을 자세히 보며 그 감정선을 따라 가는 것은 역시 내 관극 스타일이 아니다. 게다가 렌즈를 통해 걸러지는 장면들이 뮤지컬을 보고 있다는 생동감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그냥 딱 한 번이니까 이렇게 관람해봤다. 





오늘의 캐스트. 마저스, 곰유다, 영미마리아, 지빌라. 



※스포주의※



마저스는 상당히 지쳐보였다. 목소리는 엄청 짱짱한데, 연기 노선은 지쳐있고 흔들리는 '인간적인' 지저스라서 내 취향을 정확히 저격했다. Everything Alright 의 파트에서 음정 높이는 걸 듣고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전반적으로 넘버 소화는 완벽했지만, 딕션은 3차 때보다 좀 덜 좋아졌다. 흡. 그러나 가사를 다 알아서 그런지, 혹은 이미 마저스에 홀라당 넘어가서 그런지, 2차 때와 비교해서 거의 거슬리지 않아서 스스로도 당황스러웠다. 마저스의 연기와 노래가 그 단점을 커버하고도 남았다. 겟세마네도 더욱 강하게 요구하고 저항하고 이를 악물고 감정을 쏟아내며 분출해서 정말 좋았다. 이 라이브의 묘미는 도저히 음원으로 담아낼 수가 없다ㅠㅠ 



오글 덕분에 마저스의 표정을 가장 제대로 볼 수 있는 관극이었다. 군중들에게 미소 짓다가 '우릴 위해 죽나요' 라는 그들의 목소리에 황망하게 굳어지는 표정. 템플에서 병자들에게 둘러싸여 어찌해보지도 못하고 애써 손을 뻗어보지만 그 혼란과 광기 속에서 속으로 끓는 비명을 내지르는 표정. 라스트서퍼에서 유다에게 지워야만 하는 무거운 짐을 함께 지는 듯 괴로워하는 표정. 체포당하는 순간 급변하는 군중들이 쏟아내는 삿대질과 비아냥에도 그저 숨 한 번만 들이켰을 뿐 차분히 가라앉는 표정. 흔들리지 않는 표정. 내팽겨쳐진 유다가 얻어 맞는 모습에 차마 못 보겠다는 듯 고개를 돌리며 고통스러워하던 표정. 십자가형을 요구하는 군중들의 소리에 '십자가'라는 단어에서만 두 번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아주 살짝 떨구던 표정. 채찍형을 받고 지빌에게 안겨있을 때의 표정. 유난히 얼굴에 많이 튄 물감이 눈에 들어갔는지 슬쩍 찡그리며 깜빡이기에 잠시 걱정을 하다가, 그 표정, 그 얼굴 때문에 머리가 새하얘졌다. 온통 피투성이가 된 얼굴. 육체적인 고통 때문에 희번뜩하게 뜬 두 눈이 형형한 빛을 뿜어내며 번뜩이고, 단호한 목소리로 '모든 것은 정해져 있는 뜻' 이라 단언한다. 그 얼굴, 한동안 못 잊는다. 



십자가 장면 역시 마저스의 표정에 집중했는데, 정말 생생하고 현실감 있는 연기에 숨이 턱턱 막혀왔다. 유난히 귀를 찢는 듯한 오케. 육체적 고통을 참아내는 신음소리. 숨소리. 절규.   





곰유다는 유다데쓰, 특히 뒷부분의 표정 연기가 정말 좋았다. 허탈해하다가 헛웃음이 났다가 현실 부정을 했다가 분노에 차서 '당신이 날 죽이는 거'라며 비명지르듯 소리지르고, 두려워하고 다시 헛웃음 치고 분노하고, 결국엔 그냥 툭 놓아버리는 모습. 그 모든 감정선이 아주 설득력있고 유려하게 전달되어 같이 울컥했다. 그 휘몰아치는 감정을 그렇게 표정으로 녹여내니까 정말 좋더라. 



다른 배우들도 컨디션은 괜찮았다. 다만 영미마리아도 그렇고 뭔가 가사를 두루뭉술하게 씹어 넘기는 부분들이 조금 있어서 중간중간 당황했다. 주말공연 남았는데 그러시면 어떡해요ㅠㅠ 지빌의 '넌센스'는 그냥 약하게 가는 노선으로 확정지었나보다ㅠ 그나저나 나한텐 왜 빌라도가 원캐야ㅋㅋㅋ 태빌(김빌?)은 언제 보지ㅠ 



내용적인 측면이나 그에 파생되는 두 지저스에 관련해서 좀 더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 일단 그건 시간을 두고 고민을 하며 다듬은 뒤에 글을 써봐야겠다. 아마 지크슈 올해 공연 끝날 무렵에야 엄두가 나지 않을까 싶다ㅎ 





회전문이란 걸 돌면서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고, 이번 관극을 통해 나름 결론을 내렸다. (((개취)))



1. 나는 내 취향을 아주아주 잘 안다. 취향과 관련된 내 느낌 내 판단은 언제나 옳다.


2. 뮤지컬 볼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전반적인 연출(특히 조명), 그 다음이 넘버다.  


3. 배우를 볼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의외로 연기력. 그 다음이 노래실력. 아, 목소리는 근본적인 요소.


4. 공연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음향이다. 그 다음이 단차. 


5. 회전문을 돌 거면 자첫 공연의 캐스팅을 고수하자. 나는 나를 아주 잘 안다니까?


6. 욕심부리지 말 것. 만족한 공연 회차가 있으면 관극텀을 좀 길게 두자. 



아주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은재, 마한이 2015 지크슈의 베스트조합으로 생각된다. 은한, 은곰은 앞으로도 관극 예정이 없다. 아마. 일단 8월 중후반에 마한을 한 번 더 보려고 생각 중이다. 그때까지는 팬텀과 라만차 관극으로 지크슈를 관람할 재정적, 시간적 여력이 되지 않을 것 같다...... 혹시 샤롯데 알바 안 뽑아요???....... 



오늘 공연은 같이 감정을 분출하지 못하고 방관자적 입장에서 관람을 해서 속을 텅 비워낸듯한 시원함은 없다. 하지만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현재의 상황이나 지크슈 공연 자체나 뭐 이것저것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유의미했다. 이 가격으로 이 정도의 효용을 끌어내다니....!! 즐거운 불금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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