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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in 샤롯데씨어터, 2015.08.18 8시 공연





지크슈 7차. 마저스 4차. 재유다 4차. 



※스포 주의※



마저스를 엄청 오랜만에 만났다. 0710 마곰 이후로 한 달을 훌쩍 넘겨 재회했다. 오랜만에 만난 그는, 너무나도 '인간적'이었다. 초반 마저스는 상당히 청년스러웠다. 다 해내리란 자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추종자들을 바라보고 보듬는다. 물론 자신의 뜻을 오롯이 알지 못하는 그 모습에 안타까워 하지만, 굳이 이해를 바라기보다는 그들을 이끌어 "누구든 갈 수 있는 그 곳"에 함께 가기를 소망하고 또 그게 가능하리라 믿는다. 공연을 보며 마저스에게 여러 번 놀랐는데, 호산나에서 방금 인용한 저 말을 가야바들에게 하기 직전 마치 함께 하자는 듯, 관객을 향해 허리를 숙이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2막에서 김빌 얼굴을 관객 쪽으로 돌린 것도 그렇고,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수동적인 관객을 무대 위의 세계 속으로 훅 들어오게 만들었다. 시몬질럿 초반까지는 자신을 찬양하고 존경하는 추종자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고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서있었는데, "당신의 힘을 보여줄 때" 라는 가사에 멈칫하고 표정이 굳었다. 광기에 가까운 군중의 열광에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건 지저스와 유다 뿐. 푸어 예루살렘. 은저스가 저음으로 내리까는 "내 죽음 뿐이리"를 마저스는 높여 부른다. 뭐가 원음인지는 모르겠다..... 템플에서 깔끔하게 GET OUT!!!!!! 을 외친 마저스가 흔들리는 목소리로 "지나간 삼년이 마치 영원처럼 느껴지네........" 라고 노래하는 그에게 병자들이 곳곳에서 애걸한다. 손을 뻗는 마저스. 하지만 닿지 않는다. 이리저리 밀쳐지다 무대 한가운데에 처음 둘러싸인 장면에서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더라. 나한테 왜 이러시냐는 듯이. 제발, 내가 어떻게, 숨이 턱턱 막혀온다. 무릎 꿇은 그에게 마리아가 다가온다. 비틀대며 일어섰지만 쉽사리 기대지 못하는 마저스. 잠시 마리아를 끌어안고, 무대 뒤편에 재등장해 쓰러질듯 벽에 기댄다. 내리쬐는 빛을 바라보다 무릎을 꿇는다. 그에게 다가오는 재유다. 휘청이며 뒷걸음질 치던 그의 배신. 유다를 올곧게 바라보는 마저스. 막이 내린다.


2막. 라스트서퍼 때부터 흔들리기 시작한다. 절규하는 재유다의 모습에 마저스는 원망스런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다 입을 꾹 다문다. 무너진 재유다 앞에 무릎을 꿇는다. 왼손을 들어 그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는다. 그 손을 붙들고 잠시 오열하던 재유다는 천천히 밀어내듯 그의 손을 내린다. 무릎 꿇고 있는 마저스를 향해 양 팔을 벌린 재유다가 고개를 숙인다. 그런 유다를 바라보는 지저스의 표정은, 흔들린다. 그리고 겟세마네. 흔들리는 유약한 인간. 감정을 전혀 숨기지 않고 쏟아내는 절규. 마저스 정적공은 처음이다. 배신의 키스를 받은 마저스는 하늘을 쳐다봤던 것 같다. 당신의 뜻대로 이렇게 되었노라고. 돌변한 군중에게 이리저리 밀쳐지는데 그 와중에 한 앙의 얼굴을 쓰다듬던 마저스의 모습에 숨을 들이켰다. "연극은 모두 끝났어" 파트였던가, 뒤로 머리채를 붙들리는데 현실아픔으로 순간 '아!'하는 탄식이 들려서 또 숨을 멈췄다. 지독할 정도로 고작 하나의 인간이다. 가야바 추궁에 "저들이 날 신이라 불렀다" 라던 말도 그저 해야하는 말이라서 멍하니 중얼대듯 내뱉었다. 그동안 내가 만났었던 단단한 지저스는 티끌만큼도 없다. 자신쪽으로 내던져진 유다를 바라보는 표정도, 너나 나나 불쌍한 운명이구나, 라는 감정이 스치듯 담겼다. 얻어맞는 유다의 모습에 고개를 휙 돌리며 차마 보지 못하는 모습도 유난히 아팠다. 퉁퉁 부어버린 피투성이 얼굴로 빌라도에게 끌려와 무릎꿇린 마저스는 또다시 하늘을 쳐다봤다. 아픔과 고통이 가감없이 드러났다. 헤롯에게 보내라는 빌라도의 말에 고개 들고 그를 쳐다보는 마저스의 표정에는 '더한 고통을 겪어야 하겠구나...' 라는 절망과 탄식이 담겼다. 헤롯에게 모욕을 당할 때도 초탈한 듯 아무 감정 없는 표정으로 앉아있던 지난 관극들과는 다르게, 모욕을 감내하긴 하지만 휘둘리는 대로 휘둘리는 느낌이었다. 다시시작해요 넘버에서 뒤쪽으로 지나갈 때 엄청 많이 강하게 얻어 맞아서 또 가슴이 찢어졌고.... 유다데쓰 직후 하늘을 다시 올려다보는 마저스. 정말로 이걸 원하시던 거였냐 묻는 눈빛. 내적으로 고통받는 표정으로 한참을 무대 앞쪽에 서있었다. 그리고 빌라도 재판. 역시 군중들이 내던지는 '십자가'라는 단어에서 두 번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신성을 모독한" 이라는 말에 재차 눈을 감아버리는 마저스. 채찍씬 초반은 차마 볼 수가 없었다. 형틀에서 끌려 내려오고 빌라도의 절규같은 물음에 그를 붙들고 말한다. "모든 것은 정해진.. 하늘에 계신.. 당신은 이해 못해.." 그러나 그건 지저스 본인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정말 아무도, 주어진 운명에 대해 제대로 된 이유를 몰랐다. 그 뜻을 가장 적극적으로 행하는 지저스 마저도.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데 누구도 그 운명을 피해가지 못한다. 비극이다. '운명'이라, '사명'이라 포장된, 지독하게 잔인한 비극. 그래서 인간의 유약함이 더욱 부각되고, 그래서 온갖 감정에 휘둘리는 인물들의 눈빛과 표정에 개연성이 실린다. 


십자가를 지고 오는 병사에게 무거우니 내려놓으라는 듯 손짓한 마저스 때문에 또다시 먹먹해지는 가슴. 십자가 장면. "아...아.....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소서..." 하는데 여기서 웃듯이 울었던 것 같다. 멍한 정신을 추스리기도 전에 못박힌 양손을 번갈아 바라보며 신음하고 아파하는 마저스의 표정이 너무도 괴로웠다. "my god, my god, 왜 저를 버리셨나요!" 는 역대 최고로 깔끔한 딕션이었고, 이어지는 대사. "엄마.... 엄마.....아....아... 목,,마르다.... 목마르다.... 목말라!!!!!!!!!!....... 내 영혼을 당신 손에 맡깁니다..." 여기까지 너무나도 인간적인 지저스의 감정선이 완벽하게 이어졌다. 다만 마지막 "다 이루었다...."는 베네데이 때 은저스 감정처럼 '비로소 이 업무를 다 끝냈다' 라는, 고통의 종결에 대한 기쁨을 담았더라면 더 완벽했을 것 같다. 마저스는, 다 이루지 못했다. 자신을 배신하고 못박은 인간들은 용서했지만, 자신이 왜 죽어야 했고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재유다는 갈수록 목소리 연기가 완벽해진다. 넘버도 가지고 노는 듯한 느낌이고 목소리 긁는 것도 자유자재다. 목상태가 퍼펙트는 아니었는데, 갑자기 본공 슈퍼스타 때 말도 안되는 가창력으로 완벽하게 모든 음을 소화해서 정말 놀랐다. 목을 새로 풀고 나오셨어요...?? 감정선도 전반적으로 좋았는데, 배신도 그렇고 유다데쓰도 그렇고 마지막 마무리가 뭔가 묘하게 불만족스럽다. 절정으로 치달은 감정을 깔끔하게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그게 조금 아쉽다. 배신할 때, 한숨 내뱉고 헛웃음 치며 "겟세마네...." 를 속삭이듯 내던진다. 그런 그에게 쏟아지는 "잘했다 유다, 착하다 유다.." 하늘을 바라보는 재유다의 얼굴에는 허탈함과 허망함이 가득하다. 라섶에서 와인을 천천히 끝까지 들이키고, 지저스 감정의 급변에도 크게 놀라지 않고 가만히 바라본다. 이 감정은 유다데쓰까지 고스란히 이어진다. 다만 베네데이 때보다는 지저스에 대한 원망이 조금 섞였다. 영원히 저주받을 자신의 이름을, 지옥에 떨어져 고통받을 자신의 결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밧줄을 향해 걸어가는 재유다. 급격하게 빨라지는 오케. 마치 빨리 가서 죽으라고 종용하는 듯한 배경음에 절로 주먹이 쥐어진다. 손톱이 아프게 손바닥을 찌른다. 암전. 새하얀 옷을 입고 다시 등장한 유다가 슈퍼스타를 부르며 아주 차가운 표정으로 이유를 요구한다. 글쎄 지저스도 모른다니까? 퇴장할 때 마치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냉랭하게 십자가를 지나 퇴장하는 것도 좋지만, 그 아래에서 성호를 긋는다던지 해서 더 비아냥거리면 좋을 것 같다. 멘탈 너무 털리려나....?



김빌은 '말장난 하시네'에서 삑이 살짝 나서 동공지진이 왔지만, 빌라도 재판 때는 아주 깔끔했다. 시몬도 왓츠더버즈에서 음정 불안하길래 걱정했는데 시몬질럿은 아주 괜찮았다. 안나스는 지금까지 중 제일 완벽했던 것 같다. 안나스 음역대가 카운터테너라면서요...??.... 끝까지 힘내주세요ㅠㅠ!! 다시시작해요 넘버 초반에 키보드 음 하나 삐끗했던 것 같은데 확실하진 않다. 다들 베스트는 아니었는데, 공연 자체는 너무나도 훌륭해서 놀라웠다.



오늘 제일 좋았던 부분. "영원히 계속될 인간의 고통 구할 방법 하나뿐" 이라는 말에 달려오는 재유다. 그 가슴을 시원하게 한손으로 턱 막고, 자신 있는 듯한 얼굴에 웃음까지 살짝 띄우며 "넌 알고 있으니 날 이용하거라" 라고 말하는 마저스. 동선도 위치도 상황도 완벽했다. 계속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고 손을 바라보는 재유다 디테일도 여전히 좋았고. 라스트서퍼보다 두 사람의 강한 자기주장에 긴장감이 팽팽히 유지되는 이 넘버가 더 취향이다.





고난과 고통이 넘치는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지만, '유약하기 때문에' 인간을 사랑한다. 그래서 지독히도 인간다운 지저스의 노선이 아주 와닿는다. 주변을 보듬고 사랑하는 모습에 감동하면서도, 그런 그 역시 인간일 뿐이라는 해석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초반에는 분명 은저스가 여기 해당했고, 마저스는 신에 가까웠다. 그렇지만 공연을 할 수록 두 지저스의 노선이 이리저리 변주되고 디테일이 추가되며 더욱 다양한 노선을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지금은 마저스가 인간적인 감정을 여실히 드러내며 끝까지 인간답고, 은저스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되 체념과 포기로 모든 것을 수용하며 신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놀랍다. 그리고 감사하다.



남은 마저스 티켓이 하나 뿐이다. 다음주 마재. 중간에 마한을 고민 중인데 잘 모르겠다. 회전문을 돌고 있지만, 같은 극을 너무 짧은 텀을 두고 돌면 효용이 떨어지더라. 그리고 1층이 역시 표정도 더 잘보이고 집중이 잘된다. 아무튼, 많이 울고 같이 아파할 수 있게 해준 훌륭한 공연 덕분에 충만감 가득한 시간이었다! 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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