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in 샤롯데씨어터, 2015.07.02 8시 공연






3차 관극. 또 현장구매. 지난 번엔 묻지 않았던 이름을 물어봐서 살짝 당황했다. 재관람 할인을 받아서 그런가. 기존 티켓 뒤에 클립서비스 도장을 찍는다. 헤드윅 적립 때처럼 지크슈만의 도장을 기대했는데, 조금 아쉬웠다.



자리는 샤롯데 2층 4열 정중앙에서 한칸 왼쪽 옆의 S석. 아주 정중앙보다는 이게 낫다.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와 기대보다 깨끗한 음질에 놀랐고, 생각보다 더 많이 이층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배우들 덕에 즐거웠다. 가격 대비 꽤나 만족스러운 자리였다. 회전문 돌면 A열도 앉아볼까 했었는데, 일단 더 뒤로 가는 건 보류해야 할 듯.





인터미션 때 찍은 좌석 시야다. 단차 높아서 좋다. 1층은 단차가 너무 없었어ㅠ 1막 끝에서는 울퉁불퉁한 벽 같은 무대장치가 무대 한가운데로 와서 JESUS CHRIST SUPER STAR라는 글자가 난반사로 비친다. 2차 관극 때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무슨 의미가 있을 것도 같은데,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했음... 물론 아무 의미 없을 지도.





0702 지크슈 캐스트. 마저스, 한유다, 장마리아, 지빌.



※스포있음※ (곡 순서 및 내용은 참고 및 비루한 기억력을 바탕으로 하기에, 오류 있을 수 있음)



01. Overture


오버츄어 연출 참 좋다. 긴장감 있고. 이날의 공연은 '떳떳하게' 펑펑 울기 위해 간 목적도 있어서, 오히려 그런 불순한 의도 때문에 극에 몰입을 못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오버츄어 초장부터 그냥 미친듯 눈물이 흘러넘쳤다. 아프다. 



02. Heaven On Their Minds


유다의 넘버. 프레스콜과 음원, 후기 등등 사전에 접할 수 있는 정보를 얻으며 내린 결론은, 한유다는 내 취향이 절대 아니겠구나...! 그리고 역시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노래하는 창법이나 발음, 건들거리는 분위기가 별로다. 그러나!!!!!!!!! 연기 노선이나 소화능력은 정말 훌륭했다. 음을 적절히 늘이고 줄이는 것이나, 키를 맞춰 부르는 것, 감정선이 전부 좋다. 인터벌 때 지저스-라고 속삭이듯 절규하는 디테일도 좋다. 재유다가 "나사렛의 목수인~" 이 부분을 기대서 불렀는데, 한유다는 쭈그려 앉길래 당황했다. 나중에 지저스를 바라볼 때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꾸 쭈그려 앉아서, 멍뭉이(...)같다는 느낌이 뭔지 확실히 이해했다. 



03. What's The Buzz?


마저스와 그의 추종자들 등장. 지저스의 이 첫넘버에서 마저스의 모두를 휘어잡는 부드럽고 강렬한 카리스마는 내 심장까지 두근거리게 만든다. 2차 때 제대로 반했던 부분. 마저스는 지난번보다 단단해진 느낌이다.



04. Strange Thing, Mystifying


지저스와 유다의 대립. 마한 대립하는 합이 참 좋다. 마재는 지켜보면서 불안한 느낌이 있었는데, 그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한유다와 그런 그를 밀어내는 마저스가 균형이 잘 맞는다. "너희들 중에 죄 없는 자만이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며 비명지르듯 단호하게 노래하는 마저스. 그런 그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한유다. 손짓으로 '그만-'을 표시하고 "아무도..." 하는데 왼쪽 뒤편에서 가느다라게 들려오는 카톡 소리. 타이밍 절묘하시네요ㅗ



05. Everything's Alright


비싼 향유를 부으며 마저스를 위로하는 장마리아. 여기서 뒤쪽의 군중들과 악수를 하고 그들의 어깨를 토닥이는 한유다의 디테일에 감탄했다. 재유다는, 고독한 혁명가이자 투사다. 지저스와 함께 걷는 길이 옳다 굳게 믿으며 열정적으로 그 미래를 위해 몸을 던지는 사람. 재유다는 '배신'으로 정해진 자신의 운명에 한껏 매몰되어 오롯이 혼자 괴로워하고 혼자 고뇌한다. 반면 한유다는, 지도자의 오른팔 혹은 2인자의 역할을 한다. 군중들을 바라보는 행동이 애틋하고 다정하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로 함께 한다. '불쌍한 자들을 구원해야 한다'는 대의를 추구하는 재유다. '저들은 나의 동포이자 내가 지켜야 할 사람들'이라는 관점을 고수하는 한유다. 취향대로 고르세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부분. "저들의 고통을 그 따위 돈으로 구원한다 믿는가. 영원히 계속될 인간의 고통 구할 방법 하나뿐. 넌 알고 있으니 날 이용하거라." 유다에게 다가가 그의 가슴에 자연스럽게 왼손 손등을 가져다대는 마저스. 1차 2차 때 본 재유다는 이 부분을 십분 활용하여 극 내내 고민하며 자신의 가슴을 자주 만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노래. "니가 할 일, 후회하게 될 선택. 원한다면." 마저스가 '선택'이라는 단어를 쓰는 게 좋았다. 


여기까지 리뷰를 쓰면서 아끼고 아끼던 말인데, 지금부터 주구장창 쓰겠다. 마저스의 딕션, 완벽에 가까워졌다. 나의 가장 확고한 기준 중의 하나가 분명한 발음, 선명한 딕션이다. 마이클리를 고민했던 유일한 이유였고, 이제 적어도 '마저스'로서는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2차 관극 이후로 고작 2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 2주 동안 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외국인이 한국어를 말할 때 자주 발생하는 새는 바람소리가 거의 없어졌다. 딕션이 뭉개지지 않는다. 극의 몰입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지저스가 되었다. 온전하게.



06. This Jesus Must Die   


이날 제사장 분들 고음도 짱짱했다. 이 곡까지는. 죽여, 죽여, 예수를 죽여.



07. Hosanna

08. Simon Zealotes


마저스가 만면으로 웃음 짓는 유일한 두 곡. 추종자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보내는 그 온화함이 참 '지저스' 답다. 또 말하지만, 마저스는 단단해졌다. 시몬 넘버도 아주 좋았다. 거의 완벽하게 깔끔한 노래. 



09. Poor Jerusalem


자신의 뜻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상황에 가슴 아파하는 마저스. 모두 뿔뿔이 퇴장하고 오로지 그만 남겨진다. 양손으로 흙을 쓸어모으는 모션이 비수 날아오듯 꽂힌다. "지나온 3년이 마치, 영원처럼 느껴지네...." 그 감정이 날 것으로 다가온다. 아프다.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10. Pilate's Dream


빌라도의 꿈. 가장 연출에 신경을 많이 쓴 캐릭터가 빌라도인 것 같다. 기둥 내려오고 의상과 동작으로 실루엣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멋지다. 다만 사흘 연속 무대에 선 지빌 컨디션은 별로였다. 지빌을 바라보는 혹은 노려보는 마저스의 온 몸에서 기품과 단호함이 흘러넘친다. 압도당한다. 나도, 빌라도도.  



11. The Temple


신성한 기도장소가 돈과 향략의 냄새로 타락하고 변질된다. 나가!!!!! Get OUT!!!!!!!! 그의 절규가 비명처럼 들린다. 아니, 비명이다. 마저스의 동작과 걸음걸이에 힘이 있다. 단단하다. 결심이, 보이기 시작한다.



12. I Don't Know How To Love Him


장마리아의 넘버가 훨씬 좋아졌다. 2차 때는 감정이 과해서 전혀 몰입이 되지 않았는데, 편하게 들린다. 하지만 시선은 기도하는 마저스에게서 떠나지 않는다. 기도를 위해 꽉 마주잡은 두 손이, 두 팔이, 두 어깨가, 단단하다. 이날의 마저스는 지쳐있다거나 괴롭다거나 흔들리고 있지 않다. 그는, 고독하지만 단호하다. 굳건하다. 



13. Damned For All Time

14. Blood Money


유다의 배신. "제발 당신의 뜻이라고 저들에게 말해줘요!!!!!!!" 간절히 빈다. "저주받은 내 이름, 유다" 절규한다. 가야바에게 돈주머니를 받고 흔들기 직전 얕게 토해내는 한숨. 그 숨소리에 '알았어, 할게 ㅅㅂ' 이라는 대사를 씹어 삼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여봐란듯 흔드는 돈주머니. 무표정의 마저스. 한유다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 분이 홀로 기도하는 곳.....게..ㅅ...." 정적. 같이 이를 악문다. "겟세마네." 뱉어버린 그 단어. 전율. 강렬하게 흐르는 오케. 마저스 발밑으로 무너지는 한유다. 바라보지 않는 마저스. 암전. 막이 내려간다. 



15. The Last Supper


마지막 식사. 내 붉은 피, 나의 몸, 가사 딕션. 안 뭉개진다. 온전하다. "하나는 날 배신하고 하나는 날 부인한다" 격해지는 마저스의 감정. 마지막으로 반발하는 유다. "가라---!!! 행하라---!!! 주어진 일을 하라--!!!" 잔혹할만큼 냉정하다. 이보다 더 단호할 수는 없다. 내지르는 고음이 깨끗할수록 그 냉정한 뿌리침이 더욱 고통스럽다.



16. Gethsemane


이보다 더 훌륭한 겟세마네는 들어본 적이 없다. 찬양하며 들었던 음원이 더 아쉽게 느껴질 정도다. 이를 악문다. "이 고통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되나요" 쏟아진다. 하늘을 향한 삿대질이 독하다. 저항한다. 반발한다. 매끄럽다. 아프다. 무너져내린다. 중간박수가 쏟아진다. 인터벌이 조금 더 길어진다. 가사처럼 목소리가 파르르 흔들린다. 지쳐버렸다. 죽게 하소서. 내 마음 변하기 전. 들이쉬었던 숨이 내뱉어지질 않는다. 오롯이 새하얀 그만 보인다. 숨이 막힌다. 박수와 환호가 쏟아진다. 그제야 숨을 쉬어야함을 깨닫고 조용히 뱉어낸다. 길게. 가늘게. 



17. The Arrest


체포당하는 그. 뺨에 키스하는 유다. 급변하는 군중. 너무도 의연한 마저스. 반발하는 제자들. 제지하는 마저스. 그 속에서 혼란스러운 한유다. 그의 배신이 만천하에 폭로된다. 마저스 옆으로 내던져진다. 온몸으로 나뒹군다. 마저스는 잠시 그에게 시선을 던진다. 찰나의 순간 두 시선이 곧장 부딪힌다. 천천히 정면을 향해 돌아가는 얼굴. 부들거리며 뻗는 한유다의 손은 그에게 닿지 않는다. 끌려가는 마저스. 그 뒤를 바닥을 기며 쫓는 한유다. 



18. Peter's Denial


베드로의 부인. 장마리아의 위로.



19. Pilate And Christ


지빌 오늘 정말 별로ㅠㅠ 가장 좋아했던 부분이 "넌센스!!!"라 강하게 부인하는 거였는데, 매우 약했다. 목소리의 강약조절에 실패하니, '감정과잉'이 지나쳤다. 아쉽다. 



20. King Herod's Song


헤롯의 등장. 웃음이 터져나오는 관객석. 그 속에서 넋나간 듯 펑펑 눈물을 쏟는 나. 단단해진 마저스는 불안한 휘청거림이 덜해졌다. 좋다. 더 우당탕 넘어지는데 리얼하다. 이 상황이 더 아프게 다가온다. 조롱에도 안색 하나 변하지 않는 표정. 그래서 지켜보는 내가 괴롭다. 죽을 것 같이.



21. Could We Start Again, Please


커다란 달. 제자들과 마리아의 노래.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인가, 싶다. 오른편에서 등장한 유다, 그들을 바라본다. 괴로워한다. 그 고통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22. Judas' Death


영원히 배신자로 낙인 찍힐 내 이름, 유다. 날 똑바로 봐!!! 사랑을 갈구한다. 죽어서는 그 사랑을 나에게도 조금 나누어달라 절규하며 애원한다. 날 바라봐!!! 날 봐요!!! 날!!!!! 둥근 밧줄을 양손으로 붙든다. 사자후를 내뱉는다. 끝까지 자신을 봐달라 발악한다. 결국 그가 속에서 끓어올려 내뱉는 마지막 말. 지저스, 지저스!!!!! 툭 쳐지는 몸. 그 위로 내려앉는 목소리. 사람들에 의해 십자가 모양으로 들어올려지는 그의 몸. 무대 앞에서 번뜩 켜지는 조명. 눈물로 흐릿한 시야 속에, 새하얗게 비치는 얼굴이 담긴다. 마저스. 아아.



23. Trial Before Pilate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는 빌라도. 미친자일 뿐이라 절규한다. 채찍형에 처해지는 마저스. 쏟아져내리는 붉은 피. 웅웅거리는 군중들의 발악. 조명. 형틀이 돌아갈 때마다 보이는 이 악문 그의 얼굴. 그 얼굴에는 오로지 인간의 육체이기 때문에 느낄 수밖에 없는 신체적 고통만이 담겨있다. 그는 이미, 인간을 넘어섰다. 우리의 왕은 시저, 미쳐날뛰는 군중. 내뱉는 소리. 서른 아홉!!!!!!!!!!! 마저스를 형틀에서 끌어내리는 빌라도. 제발 살려달라 말하라, 당신이 죽는 이유를 알려달라!!!!! 괴롭게 절규를 쏟아내는 그의 옷깃을 잡는다. 당신은 결코 알 수 없는 그의 뜻, 그 말을 힘겹게 뱉어내는 마저스는 희미하게 웃는 듯도 하다. 절망이 내려앉는다. 벌떡 일어나는 지빌의 옷깃을 얼마나 세게 붙들었는지 매달리듯 놓치지 않는다. 강하게 떨쳐내는 빌라도. 순간 바닥에 닿아버린 등의 아픔에 끔찍하게 고통스러워하는 마저스. 지금 내가 숨을 내뱉었던가? 인간의 몸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인간이 아니다.



24. Superstar


불편하라고 만든 장면이 괴로울만치 불편하다. 새하얀 모자를 쓴 새하얀 한유다가 나온다. 이 넘버는 한유다의 노래다. 완벽하다. 하지만 역시 시선은, 장막 너머 십자가에 줄곧 고정되어 있다. 그 주위에서 비웃는 병사들의 모습이 지나치게 잘 보인다. 명치가 답답해진다. 고통스럽다.



25. Crucifixion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소서."

"My God, my God, 왜 날 버리시나요."

"목 마르다... 목 마르다... 목말라!!!!!!!!!!!!!!!!!"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2차 관극 때는 이 장면에서 발음 때문에 몰입이 와장창 깨졌는데, 이 날은 전혀 아니었다. 딕션 나아진 마저스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완벽한 지저스다. 대사 하나하나가 가슴을 후벼파듯 아프다. 


"다....."


쥐어짜내듯 가느다랗게 이어지는 말. 


"이루었다...."


조용히, 온 진심을 선명하게 담아, 마지막으로 내뱉는 말. 



한참동안 오케가 울린다. 장마리아가 그의 아래에서 가만히 손을 모아쥔다. 천천히 걸어나간다. 오케는 여전히 흐르고 있다. 멍하다. 아무런 생각도 잡념도 기분도 들지 않는다. 그저 텅 비었다. 시간이 멈추었다. 홀로 남겨진 십자가의 마저스에게 조명 한 줄기가 비친다. 비명 같은 마지막 한 음이 울린다. 암전.   





완벽했다. '지나칠 정도로' 완벽했다. 그만 온전하게 만족해버렸다. 아직 한참 남았는데. 같이 더 달려야 하는데. 그저 후련하고 그저 다 비워냈다. 다음 관극이 필요할까 싶다. 정말 많이 울었다. 지친다. 개운하다. 숨이 막힌다. 시원하다. 숨통이 트인다. 나는 여기 살아있다.   



후우. 이번 주말에 나온다는 새 프로그램북을 사야 하는데. 이렇게 만족한다 말해놓고, 다음주에 또다시 잠실에 가서 현장구매를 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마저스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긴 하다. 제대로 표정을 본 적이 없다. 3차 티켓팅을 말아먹어서 망했다. 하아. 이 기분을 대체 어찌해야 할까. 

 


공지사항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