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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in 샤롯데씨어터, 2015.08.25 8시 공연




 

올 것 같지 않았던 마저스 막공주가 시작됐다. 그래도 마한은 한 번 더 봐야하지 않나, 싶은 마음으로 예매창을 들락날락하다가 중블 9열이 있길래 낼름 예매하면서 활기찬 월요일 출근길을 장식했다. 화요일이라서 그런지, 덕들이 적어서 그런지, 환절기라서 그런지, 그냥 관크가 유난히 많았던 날인건지, 몰입이 되지 않는 듯하면서도 묘하게 '극'을 관람하는데 있어 이런저런 즐거움과 짜릿함을 느낄 수 있던 공연이었다. 





마저스, 한유다, 영미마랴, 지빌라도    



※스포주의



헤븐. 중간에 "제발" 넣어서 감정을 끌어올렸다. 한유다는 무대를 좌우로 왔다갔다하면서 마치 관객이 군중이고 그들을 설득하려 드는 듯했다. 전반적으로 넘버를 편곡(....)해서 불렀다. 한지상 배우는 감정 설득력이 유난히도 좋아서, 분명 취향이 아님에도 공감을 이끌어내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마저스는 지난주보다는 전반적 컨디션이 좋아보였지만, 고난주간이라 페이스 조절 하는 것 같았다. 에브리띵에서 마저스는 첫 문장은 앉아서 부르고, "넌 알고 있으니" 하며 한유다 쪽으로 빠르게 걸어가서 그의 가슴에 손을 얹었는데 그 때 표정이 묘했다. 그 입술에 옅은 미소가 걸린 듯했는데, 넌 그리 하게 되리라는 확신이 담겨있었다. 한유다는 그의 손이 닿았던 가슴에 손을 얹고 그 손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떨군다. 한참 무대 앞쪽에 서서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주 늦게 퇴장한다. 제사장과 눈을 마주치는 디테일 좋다. 안나스 컨디션 완전 짱짱. 고음을 내지르는 노하우가 생긴 건지 노련하게 넘버를 소화한다. 호산나. 환하게 웃는 마저스. 한유다는 유난히 본인 감정에 매몰되어 있다. 지저스를 사랑하는 자신의 감정을 갈수록 주체하지 못한다. 겟아웃!!!!! 놀라울 정도로 클린한 그 비명 끝에서 마저스는 거칠게 숨을 내쉰다. 아주 지쳐있다. 템플. 병자들이 애원하기 시작할 때 깜짝 놀라지 않고 얼핏 한숨을 내뱉는 마저스. 체념과 지침이 가득한 모습이다. 병자들에게 둘러싸였을 때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들 속에 파묻혀 제발, 그만, 절박하게 속에서 끓는 비명을 내지른다. 그만!!!!!! 지친 그를 보듬는 마리아. 유다의 배신. 한유다 여기 넘버 좋았다. 감정도 확 와닿아서 눈물이 글썽거리고 있는데, 가야바 손의 돈주머니를 향해 걸어오다가 급하게 선회해서 멍뭉이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에 입가에 미소를 짓고 말았다. "ㄱ..ㅔ...." 떨리는 목소리. "겟세마네...." 마저스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붙들고 처절하게 무너져 내린다. 천천히 걸어나오는 마저스. 막이 내린다.      



라섶. 제자들의 인사에 살풋 웃으며 고개를 숙여줬었는데, 이날 공연은 고개를 숙여주지 않았다. 자신의 고뇌로 가득 차있는 느낌이라 정말 좋았다. 시작부터 표정에 고통과 두려움이 가득하다. 유다의 뒷목을 붙들고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며 가라고 하는데, 그렇게 아픈 표정을 지으면 어떻게 해... 그런 얼굴인데 유다가 어찌 배신하나. 마저스는 무대 뒤쪽을, 한유다는 관객석을 바라보며 서로 등지고 서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안쓰러운지 몰랐다. 서로 마주보며 원 그리며 걷는 것도, 대치나 대립이라기보다는 마지막으로 서로를 자신의 뜻으로 이끌어보려는 발악 같은 느낌이었다. 한유다의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고 귓속말하듯이 "넌 배신자 유다" 하는 마저스의 목소리. 한참 마저스의 뒷목을 붙들고 이마를 대고 있던 한유다를 천천히 밀어내듯 떨어뜨리며 입모양으로 말한다. 가, 제발, 가. 유다의 아픔을 잘 알고 같이 아파하는 마저스. 발 앞에 무너져내리는 한유다. 그가 퇴장한다. 



겟세마네. 꾹꾹 눌러왔던 두려움과 분노가 터져나온다. Die--- 끝까지 부르는 걸 들어서 좋았다. 끝까지 부르고 왼쪽으로 쓰러지듯 주저앉는 모습에 심장이 내려앉았다. 중간박수 없고. 뒤쪽은 내려 불렀지만 감정은 완벽했다. 배신의 키스를 받고 한유다를 바라보는 마저스의 표정은, 아직 감정 마무리가 채 되지 않아 복잡했다. 군중에게 밀쳐지다가 남자 앙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지만 그 앙에게 던져져서 상처 받은 얼굴로 그를 올려다본다. 둘러싸여 질타와 비난을 받는 표정. 그 표정이 정말 처음보는 표정이었는데, 잘 기억이 안난다ㅠㅠ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버려진 소년 같은 분위기의 표정이었던 것 같다. 막막한 세상에 혼자 던져진 것 같은 모습. 지빌의 실루엣 정말 너무 좋다.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듯 관자놀이를 짚는 제스쳐를 몇 번 했는데 잘 어울렸다. 헤롯을 정말 이상한 사람 보듯 쳐다보는 마저스. 다리를 벌릴 때 모욕당했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보기 싫다는 듯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인격적인 모욕을 받는다는 느낌의 연기가 아니라 평소보다 덜 슬펐다. 다시 시작해요. 영미마랴 목소리 좋다. 뒤쪽에서 병사들에게 실감나게 얻어맞는 마저스. 유다데쓰. 가야바들 퇴장하고 주저앉는 한유다의 모습이 겟세마네 중간에 마저스가 쓰러진 것과 똑같은 포즈라서 가슴이 내려앉았다. 절망하며 울다가 뒤돌아서 내려온 밧줄을 발견한 그가 미친듯이 웃는다. "내가 죽으면 예언대로 메시아가 되는 겁니까!" 절규하는 한유다. 그의 죽음. 잘했다 유다, 착하다 유다, 불쌍한 유다. 



군중들의 비난에 눈을 질끈 감지는 않고 그저 덧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마저스. 너무도 지쳐보인다. 빌라도와 시선을 맞출 때 그 지친 표정에서 서서히 싸늘한 표정으로 바뀌는 것이 소름 돋았다. 채찍씬. 처음으로 채찍씬을 보면서 가학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극을 보고 멘탈이 탈탈탈 털린다는 느낌도 처음 받았고. 핏물을 또 얼굴로 다 받아내서 피투성이 얼굴에다가,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차마 아파하지도 못한다. 지빌이 그의 손을 꾹 붙든 채로 마저스를 천천히 내려놓는다. 그 모습 그대로 마치 시체처럼 왼쪽 팔을 바닥에 깔고 누워서 피투성이 얼굴을 관객석 쪽으로 두는데, 하아........ 꾸역꾸역 일어나 꾸역꾸역 십자가를 지고 올라가는데 엄청 휘청거리고 발걸음도 무거웠다. 이어지는 슈퍼스타. 본공의 슈퍼스타는 전혀 신나지 않는다. 십자가. 못박힌 손을 바라보며 아파하고 엄마, 엄마... 크게 소리도 내지 못하고 중얼대듯 말한다. 마이크 사고. 제 영혼을 당신께 바칩니다, 부터 물먹은 소리가 났다. 긴장한 채 양손을 꼭 붙들고 있는데 들려오는 마지막 말. 다, 이루었, 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듯한 소리가 몽롱한 긴장감을 유지했다.





보길 잘 했다. 완벽한 공연은 아니었지만, 캐릭터의 감정선이 분명해서 돌이켜 생각할수록 여운이 깊이 남았다. 너무 지쳐버린 지저스와 지저스를 너무 사랑하는 감정이 넘쳐흐르던 유다.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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