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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
in 백암아트홀, 2014.8.20 8시 공연
내가!!! 드디어!!! 뎅드윅을 본다!!!!!
2011년에 뎅드윅을 보러 갈 기회가 있었고 예매에 입금까지 했었건만, 사정이 생겨 눈물을 머금고 포기한 이후, 뎅드윅은 나에게 늘 숙제같은 존재였다. 죽기 전에 볼 수 있을까.......? 랄까. 그래서 헤드윅 10주년을 기념하는 뎅드윅의 컴백은 한 줄기 빛이자 은총이었다고 한다ㅠㅠㅠㅠㅠㅠ 첫 번째 티켓팅을 장렬하게 망하고 정 안되면 뒷자리라도 다녀와야지, 라는 마음을 누군가 불쌍히 여겼는지ㅋㅋ 상당히 오른쪽으로 치우친 자리이긴 하지만 무려 5번째 줄 좌석을 잡을 수 있었다. 무대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보통 왼쪽은 헤드윅, 오른쪽은 이츠학이지만, 슈가대디 봉춤추는 바는 오른쪽이어서 좋았다고 합니다^^ㅋㅋㅋ 하지만 E열까지는 단차없다....ㅠ 통로를 많이 왔다갔다 하는데, 카워시나 관객한테 드러눕는 장면 같은 건 잘 안보였다ㅠ 관객이 많아서 빈좌석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음. 전반적으로 시야는 전좌석이 좋다. 특히 2층이 실제 2층이라기보다 단차가 높은 정도라 무대 전반에 치중하고 싶으면 2층 중앙석도 훌륭할 듯.... 은 n차 뛸 거 같은 나에게 하는 소리인가..ㅠ
삼성역 8번 출구 나오자마자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있어서 읭? 했는데ㅋㅋㅋㅋ 백암아트홀 물어보심ㅋㅋㅋㅋㅋ 설명하려다가 그냥 나도 거기 가니까 같이 가자고 했다. 도착하니 티켓 현장수령은 공연 1시간 전부터 가능한 것 같아서 근처 이디야에 앉아있다가 7시반쯤 느긋하게 티켓 받고 쇼노트 가입하고 (이 시점에서 회전문 예약...ㅋ) 북적거리는 화장실에 들렸다가 공연장에 입장했다.
공연 시작 전까지는 촬영이 가능하다. 8월 20일의 캐스팅은 헤드윅 김동완, 이츠학 서문탁.
영화 헤드윅을 꽤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이번 공연을 보기 위해 영화를 받아 복습했는데, 처음 봤을 때와는 다른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첫 관람에서는 상당히 독특한 이야기와 비쥬얼에 약간의 거부감과 불편함을 분명히 느꼈었지만, 그게 익숙해지니 락 비트에 몸을 흔들면서도 그 캐릭터들의 내면에 더 집중하게 됐다. 영화 얘기를 주절댄 건, 뮤지컬 헤드윅 역시 마찬가지임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회상 장면을 통해 헤드윅의 과거를 보여주며 관객의 이해를 도와준 영화와는 다르게, 거의 1인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뮤지컬에서는 헤드윅의 대사들과 목소리 톤의 변화만으로 헤드윅의 과거를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그래서 관객에게도 "공부가 필요한" 극이고,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은 뮤지컬이다. 개성 넘치는 매력이 상당해서 진성덕후들을 휘어잡고 있기도 하지만.
드디어 뮤지컬 이야기로 넘어가자면, 20일 공연이 다른 날에 비해 분위기가 더 업되어 있었던 것 같다. 추정형인 이유는 다른 날짜는 아직 안 봤기 때문인데, 일단 관객도 많고 호응도 엄청났다. 헤드윅이라는 극 자체의 특성상 관객과 호흡하고 애드립이 넘쳐 흐르는 게 당연한데, 문제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뭐가 대본이고 뭐가 애드립인지 모르겠다ㅋㅋㅋㅋ 뎅드윅이 대사칠 때 앵그리인치 표정 보고 대충 저건 오빠얌 애드립이구나, 하고 짐작할 뿐. 서츠학 (팬들은 탁츠학이라고 부르는 거 같던데, 당사자들은 서츠학이라고 부르는 듯) 과 뎅드윅은 20일 공연이 처음 호흡을 맞춘 무대였는데, 그래서인지 뎅드윅이 지난주 후기에서 봤던 애드립을 똑같이 치는데 빵 터지시는 걸 목격할 수 있었다. 아무튼, 제대로 리뷰를 쓰려면 다른 날짜의 공연과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내 기준) 첫 공연의 리뷰는 아무래도 추측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설이 길었다. 이거 다 사설임ㅇㅇ
※이제 스포일러가 있을 예정임!!! 주의 요망!※
일단 뎅드윅은, 초반에는 평소답지 않은 오버스러운 목소리 톤과 말투가 생경해서 어색하게 다가왔지만, 중반을 넘어서자 '김동완'이라는 배우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김동완이 구축한 '헤드윅'이라는 사람만 남았을 뿐. 문제는 '김동완'을 보러 온 관객이 너무 많았다는 점이랄까. 관객의 적극적인 호응이 허용되는 '락 뮤지컬'이기 때문에 각오했던 것 보다는 관크를 당하지 않았지만, 중후반에 토미에게 던지는 수건을 손에 쥐고 관객석으로 다가오는 뎅드윅에게 '나에게 달라'며 신음 가득한 비명이 터져나오는 걸 들으며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하지만, "관객도 별로 없었다"던 극 중 공연에서, "특정인물인 토미"에게 던지는 소품을, 그렇게 내용 맥락을 망치는 수준으로 갈망했어야만 하는 걸까............. 내가 유난떠는 건 아닐거야. 응.
초반에 뎅드윅은 "이 다음 순서가 뭐였더라?" 하며 음악감독 슈크슈프에게 묻질 않나, 스스로 "오늘은 왜이렇게 집중이 안되니" 하며 자폭을 하질 않나, 대사칠 때 거슬릴 정도는 아닌 가벼운 삑사리를 여러번 내기도 하면서, 우중충한 날씨 때문인지 이틀 간의 공백 때문인지 '완전한 집중'을 하지는 못했다. 내가 이래서 초반의 뎅드윅에 살짝 몰입하지 못했던 듯. 하지만 가벼움과 진지함을 넘나드는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점차 온전히 헤드윅 자신이 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정도쯤 되니까, 사랑해 마지 않는 "김동완"이라는 사람이 나에겐 보이질 않았다. 가발과 옷을 벗어던지고 가슴 속 토마토를 꺼내 짓이기며 바닥을 뒹구는 헤드윅이, 일생동안 상처입고 또 입은 헤드윅이자 한셀이었던 인간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겹겹이 뒤집어썼던 화려한 외면을 찢어버리고 아무것도 숨기지 않은 본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내보이는 사람이, 너무도 절절하게 다가왔다. 다 벗고 있는 맨 몸의 곡선을 따라 그가 지닌 슬픔과 본질적 외로움, 고독이 흘러내렸다. 보는 사람이 다 슬퍼질 정도로.
절정의 "Exquisite Corpse"를 부르며 내면의 감정을 터뜨린 헤드윅이 바닥에 쓰러져 암전이 된 와중에 오른쪽의 철문이 천천히 열리고 토미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녀'에게 바치는 노래라며 이마에 은색 십자가를 그린 토미가 부르는 노래는 헤드윅의 멜로디에 진심을 담은 가사를 얹은 "Wicked Little Town"............. 여기서 울어버렸다. 너무도 특별하기에 '평범함'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서 유난히 반짝거리는 헤드윅, 그에게 바치는 노래. 토미가 건네는 그 마지막 노래를 들으면서 헤드윅이 느꼈을, 순간적으로 휘몰아치는 감정들과 결국 모든 것이 잔잔하게 가라앉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 '무'의 마음이, 가슴을 강하게 후려쳤다. 토미의 노래가 끝나고 다시 암전된 무대. 비틀거리며 일어난 헤드윅은 마이크를 잡는다. "Midnight Radio"를 부르면서 헤드윅은 자신 옆에 억지로 붙들고 있었던 이츠학을 향해 "날아가라" 말한다. 잠시 망설이는 이츠학에게 어서 가라 손짓하며 노래는 절정을 향하고, 모든 사람들이 손을 들고 있는 가운데 관객석에서 아름다운 가발을 쓴 이츠학이 화려하게 등장한다. 폭발적으로 노래하며 이츠학은 무대에 서고, 그런 이츠학에게 마이크를 넘긴 헤드윅은 축 늘어뜨린 어깨로 천천히 이츠학이 등장한 길을 그대로 따라 무대 뒤로 사라진다. 귀를 찢을 듯한 강렬한 노래를 끝으로 극은 마무리 된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녹음된 토미 목소리 마음에 안 들어........... 오빠얌 목소리인데, 너무 연기톤이라서 '토미' 같지가 않다. 초반에는 개그 느낌이 강해서 그닥 상관 없었는데, 절정 부분마저도 똑같은 톤이라서 그 감정선이 약간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새로 녹음했음 하지만, 그래주지 않겠지ㅠ '토미'로서 Wicked Little Town을 부르는 오빠얌의 감정선은 정말 훌륭했는데. 아쉽다.
헤드윅을 연기하는 배우는 많다. 그들은 저마다의 헤드윅을 연기하며 무대를 채운다. 일단은 뎅드윅을 몇 번 더 만나보고 싶다. 사이드 자리라서 토마토를 터뜨리며 감정을 분출하는 뎅드윅을 제대로 보지 못한 아쉬움도 있고, 이번 공연에서 느꼈던 절절함을 다시 한 번 경험해보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나서 다른 헤드윅들도 만나고 싶다. 내가 이럴까봐 2011년 뎅드윅에 실패한 이후, 뮤지컬 헤드윅을 결코 관람하지 않았었는데. 본투비 덕후라서^_ㅠ 영화에서 존 캐머런 밋첼이 연기한 헤드윅을, 다른 배우들은 어떻게 보여줄지 정말로 궁금하다. 다만 공연장인 백암아트홀이 집에서 너무 멀어서, 재정이 부족해서, 회전문 돌기는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일단 뎅드윅은 확실히 한 번 더 보는 걸로. 8시는 너무 늦으니 앵콜을 포기해서라도 2시 공연을 가야 하나ㅠㅠ
관크가 없지 않았지만 분위기 자체는 완전히 락페라서, 리앵콜까지 즐길 수 있었다. 뎅드윅이 리앵콜한 적 있나? 앵콜에서 준비된 3곡으로 미친 듯이 놀았고, 리앵콜이 슈가대디였다. 서츠학 언니가 섹시하고 아름다운 자태로 바로 코앞에서 춤을 추고 물을 뿌려대서 같이 미쳐서 열광했다ㅋㅋㅋㅋ 정말 노래도 엄청 잘 부르시고 분위기도 잘 띄우셔서 반해버렸다. 어우 막 온몸에 물을 끼얹더니 뒤로 몸을 젖히며 사방으로 긴 머리에 묻은 물을 튀기던 모습이 너무도 섹시했다. 헤드윅 봉춤도 추시고. 꺄아 언니 멋져요ㅠㅠb 뎅드윅은 계속 왼쪽 가서 놀았음 흥 쳇. 리앵콜 끝나고 퇴장하면서 헤드윅 적힌 나시 웃옷을 벗더니 던지는 포즈를 취하길래, 에이 오빠 안 던질 거면서, 했는데 진짜 던졌어ㅠㅠㅠ 깜짝 놀랐다ㅋㅋㅋㅋ 아, 던져도 되는 소품이었구나ㅋㅋㅋ
지난주 뎅드윅이 애드립을 자꾸 해서 앵그리인치가 오늘을 벼르고 있었는지, 드럼 슐라트코 분이 극중 뎅드윅의 인터뷰 요청에 갑자기 외국어를ㅋㅋㅋ 해서ㅋㅋㅋㅋ 뎅드윅 당황함ㅋㅋㅋ "언제 이런 애드립을 준비했대?" 하는 뎅드윅의 표정이 상당했음ㅋㅋㅋ 그리고 기타 크리츠토프 분은 한국인 밴드 역할할 때 뎅드윅 멘트 치는데 계속 기타음으로 끼어드니까 살짝 빡친 헤드윅이 갑자기 의자 끌고 바로 옆에 가서 앉더니 "그래, 제대로 한 번 해봐, 들어봐줄게." 라는 애드립을ㅋㅋㅋㅋㅋ 크리츠토프가 진짜 잘 치니까 "잘하네" 이러고 새침하게 무대 중앙으로 돌아가려는데 신난 크리츠토프가 피크를 자꾸 무대 중앙으로 던짐ㅋㅋㅋㅋㅋㅋ "너 이런 거 어디서 배웠니??!" 이러는 뎅드윅이 너무 웃겨서ㅋㅋㅋㅋ 한참을 웃었다. 게다가 마지막까지, 앵콜에서 밴드 소개하는데 오빠얌이 이분 이름 까먹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귓속말하길래 기타로 뭐 치라고 하는 건가? 했는뎈ㅋㅋㅋㅋㅋ 이름을 까먹은 거였엌ㅋㅋㅋ 원래 친하다면서 변명하는 건 완전 오빠얌이라서 또 빵 터졌다ㅋㅋㅋㅋ 이외에도 애드립이 꽤 많았는데, 일단은 첫 관람이라 정확하지 않아서 패스. 뮤지컬의 전반적 연출도 마음에 드는 점들이 많았는데, 역시 다음 관람 리뷰에서 하기로 하자.
하필 8월 20일 공연에 이런 트윗을 남겨주신 송한샘 님, 감사드립니다. 배우분들, 공연 정말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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