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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

in 백암아트홀 (2014.9.10 6시30분 공연)



※주의※

이날의 공연이 정말 좋고 즐거우셨던 관객분들은 이 리뷰를 피해가시길 바랍니다. 저는 별로였거든요. 괜히 읽으셨다 기분만 망칠 수 있으니, 다시 한 번 강조드리니, 읽지 마세요.






세 번째 헤드윅이자 뎅드윅. 생각 전혀 없었는데, 그래24에서 무려 20%나 할인해준다는 말에 혹해서 예매했다. 그리고 결과는 (개인적으로) 폭망. 지금까지 겨우 세 번밖에 안 보긴 했지만, 그 중에서 최악이었다.



관크가 유난히 심했던 것은 아니다. 웃어야 할 타이밍 아닌데 웃거나, 박수칠 타이밍 아닌데 박수를 치거나, 가끔 핸드폰 들여다보거나, 하는 수준의 관크는 이제 초탈했달까, 짜증은 나지만 그냥 넘겨줄 수 있다. 물론, 타이밍을 모르겠으면 가만히나 있으라고 소리치고 싶긴 하지만. 근데 카메라, 하아 진짜 욕을 들어 쳐먹어도 쌈. 뎅드윅도 아주 감정 듬뿍 담아 병신이라 부름. 뭐, 그 사진 몇 장 잘 찍어가지고 갠소하면서 국 끓여드시려구요? 정말 수준 떨어져서 같은 팬이라 불러주기도 역겹다. 니네 때문에 니네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격이 자꾸만 떨어지는 거야. 나는 김동완이라는 사람을 뮤지컬 무대에서 더 많이, 더 다양하게 보고 싶거든? 그 같잖은 것들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애드립도 마구 뛰어 넘기는, 무엇보다도 '그냥 이 무대를 무사히 끝내고 싶다'는 분위기를 풀풀 풍기며 진행에만 몰두하는 뎅드윅을 마주해야만 했다는 게 너무 짜증난다. 



이건 누구나 공감할 관크였고, 나 자신의 취향이랄까 헤드윅을 관람하는 주된 목적의 차이로 인한 분노도 있다. 나는 "헤드윅"을 보러 뮤지컬 헤드윅을 관람한다. 참으로 순탄치 않은 인생을 살아온 헤드윅이라는 인물이 어떤 감정을 품고 어떠한 태도를 보여주며 그 끓어오르는 뭔가를 분출하고 내뿜고 발산하다가 결국 나름대로의 연소를 거치는 그 "과정"을 보기 위해 헤드윅을 본다. 그러나 많은 분들은 앵콜을 위해 헤드윅 보러 오시는 듯. 앵콜은 극을 무사히 마친 뒤에, 몇 곡을 부르며 스트레스 발산 및 여운을 남기며 즐겁게 안녕이라 인사하는 거다. 그냥 헤어지기 아쉬우니까 같이 잠깐 뛰어 노는 거라고. 근데 왜 이게 주된 목적이 되는 거야!!!!!!!! 노래에 미쳐서 즐기고 싶으면 콘서트를 가라고. 왜 주객전도가 되는거야, 왜ㅠㅠㅠㅠㅠ 하아....... 작년 크리스마스 엠콘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 마주했던 기억이 있는데, 잔잔한 발라드곡인 '나의 여백'을 부르고 있는 이민우를 앞에 두고 벽에 기대서 수다를 떨더라. 지루하다는 듯이, 왜 이런 조용한 노래를 부르냐고 투덜대면서. 그 인간들, 심지어 나보다도 오래된 팬이었음. 진짜 내가 쌍욕을 하려다가, 그래도 오빠 공연하는데 예의가 아니지 싶어 관뒀었다. 나, 너무 예민한 건가? 그런 거야? 내가 무대 위 아티스트의 감정을 너무 존중하는 거야? 





사실 뎅드윅 본인도 그렇게 컨디션이 좋진 않았다. 분위기라는 게 관객의 호응도에 영향을 많이 받음을 잘 알고, 오늘의 관객은 초반에 얌전한 편이었기 때문에 뭔가 축 늘어지는 느낌이 이상할 건 없었다. 하지만 그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탁월함을 보였던 뎅드윅 특유의 발랄함이 나오질 않았다. 칙칙 집!!착!!이나 몸무게가 늘었다면서 어디 잘라냈게? 하고 묻는 애드립 등등이 없었고, 발음 정말 많이도 씹어댐. 지저스크라이스트슈퍼스타 외에도 대사에서만 네다섯번 씹은 듯. 노래에서도 뭉개지는 부분이 있었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뭉개지는 부분 말고는 노래가사가 지금까지 관람한 공연 중 가장 정확하게 잘 들렸다. 



그리고 이날의 뎅드윅은 상당히 신경질적이었다. 카메라 관크도 있는데다가 본인 역시 자꾸 대사 씹고 분위기도 마음대로 안되니까 답답함에 짜증이 나는 듯했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신경질을 극 초반에 고스란히 보여냈달까. The origin of love 와 Angry Inch는, 영화든 두 번의 뎅드윅이든 단 한 번도 깊게 와닿은 적이 없는 넘버들인데 오늘은 완전히 감정선을 건드려서 울컥했다. 오히려 항상 울컥하던 후반부의 넘버들이 그저 그랬다. 개인적으로 헤드윅이라는 인물은, 평범한 사람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성격파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드라마틱하게 힘겹고 외롭고 고난했던 인생을 살아오면서, 화려하게 겉을 치장하여 유일한 희망과도 같은, '혼자만 잘났다'는 자신감인지 자기위안인지 모를 도도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바라는 건 고작 사랑뿐임에도 누구에게도 진정으로 사랑받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본질적인 자괴감을 견디지 못하고 주변 사람을 깔아뭉개 버려야 그나마 약간의 위안을 얻는, 그런 복잡미묘한 모순적인 감정들을 품고서 마이크를 붙들고 술에, 약에 취해 절규하듯 노래한다. 그게 헤드윅이다. 이전의 두 공연에서는 보지 못했던, 어디로 튈지 모르겠는 짜증스럽고 신경질적인 뎅드윅은, 그래서 색달랐고, 그래서 위태위태한 넘버들의 감정선이 좋았다. 그래서 Wicked Little Town은 토미ver.보다도, 아슬아슬 흔들리는 헤드윅ver.이 더욱 와닿았다. 오늘의 토미는 너무 굵었다. 나는 소년스러운 토미가 좋은데. 소년과 남자의 경계에 서있는, 부서질듯한 예민함. 불안하게 흔들리는 헤드윅의 감정선이 더 강하게 다가왔다. Midnight Radio는 도입이 좀 엉망이었다. 하지만 감정을 끌어올려 한방에 분출하는 터뜨림이 이어져 괜찮았다.





전츠학은 노래는 잘 하는데 정말 내 취향이 아니었다...... 탁츠학과 뎅드윅의 합이 좋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근거들만 잔뜩 느끼고 왔다. 전츠학은 정말 들러리에 머문다. 그냥 전개에 핵심적인 연기만 하며 옆에 앉아있다. 그런데 헤드윅을 약간 찍어누르는 '강한' 이츠학 옆에서 뎅드윅 특유의 똥꼬발랄함이 더 잘 부각된다. 뎅드윅이 막 취해서 헛소리하고 애드립 찍찍 날리고 신나서 방방 뜨는 와중에 한 번씩 꾹꾹 눌러주며 완급을 조절한달까. 물론 째지는 고음을 지르는 탁츠학에 비해 전츠학은 더 안정적으로 뎅드윅과의 호흡을 맞추기 때문에 넘버들이 더 듣기 편하긴 했다. 무엇보다 마지막 곡 Midnight Radio에서 탁츠학과 전츠학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는데, 폭발적인 성량으로 "손을 들어!"하고 외치듯 노래하며 화려한 조명 아래 탁츠학의 등장에 뎅드윅은 놀랐다는 듯 노래를 멈추며 천천히 마이크를 떨구고 무대위로 올라오는 이츠학을 복합적인 감정을 담아 바라보며 맞이한다. 그런데 전츠학은 그러한 극적인 등장이 아니라 뎅드윅과 함께 노래하며 무대 위로 올라와 '동반자'의 분위기를 풍기며 뎅드윅을 떠나보낸다. 그래서 천천히 퇴장하는 뎅드윅의 쓸쓸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헤드윅이 이츠학에게 무대를 넘겨줬다는 느낌?....... 아, 마음에 안들어ㅠㅠ



앵콜 때 뎅드윅이 슈크슈프 음악감독님께 치대며 "기타는 좋았는데 내가 오늘 엉망이었어ㅠㅠ" 라고 칭얼댔다. 웬만하면 아녜요 오빠 잘 했어요, 해줄텐데, 진짜 오늘 오빠얌 컨디션 난조였다. 두 번째 의상 갈아입고 이츠학 노래 끝나기 전에 나와야 하는데 노래 다 끝나고 가까스로 나와 대사를 쳤다. 지난번 공연에서는 세 번째 의상을 갈아입고 이츠학 노래에 코러스를 넣어줬었는데 이번에는 그것도 못했는지 안했는지 암튼 없었다. 집착 향수도 원래 더 앞부분 아니었나? 어쨌든 뎅드윅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다만 그 이유들 중에 '관객'도 있었다는 것이 많이 미안하다. 초반에 그렇게 집중이 안 되는데도, 어떻게든 극을 질질 끌어서 무사히 공연을 마무리해준 것 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는 절대 못할 거 같아. 처음으로 리리앵콜까지 있었지만, 박수만 열심히 치고 노래만 따라부를 뿐 전혀 즐기지 못했다. 나 혼자만 붕 떠서 소외되는 기분이 들어 속상했다. 몰라, 나만의 추측이라도, 그저 이런 관객 중 하나였어서 죄송스럽다는 이 기분만 전하고 싶을 뿐이다. 진심으로.



비록 이런 즐겁지 않은 리뷰를 주절거렸지만, 다음주 화요일의 뎅드윅&탁츠학 공연은 반드시 즐거우리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보러갑니다. 오늘 공연을 보기 전에 목요일 공연도 무통장으로 예매는 걸어놨는데,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네요....ㅠㅠ 마지막 뎅탁 조합이니 보러가야 하나 싶긴한데. 아무튼 무조건 다음주가 자체막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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