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헤드윅
in 백암아트홀, 2014.8.31 6시30분 공연
회전문의 시작을 알리는 뎅드윅 2차를 뛰고 왔다. 이번 시즌은 뎅드윅으로 점철되겠지만, 2016년에 새로 열리면 본격적인 회전문 예약이요^_ㅠ 내가 이렇게 쇼노트의 노예가 되어 가는구나.....ㅎ......
일단 시작은 끊었으니, 이제 전반적인 무대를 봐야한다고 생각하고 2층의 정중앙을 예매했다. 함정이 있었다면 무려 주말공연이었다는 점과 데이트하러 오는 커플들이 무려 헤드윅을 보러 오기도 한다는 걸 몰랐다는 점이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혹시나 관크에 시달릴까 걱정이 한가득이었지만, 결론부터 말한다면 의외로 신선했다. 남성 관객들이 어떤 포인트에서 호응하고 재미있어 하는지를 바로 옆에서 알게 되었달까. 공연장이 작기 때문에 무대 위의 헤드윅 얼굴이 잘 보이긴 하는데, 확실히 '디테일한' 표정은 놓치기 쉽다는 게 아쉬웠다. 대신 조명의 활용 같은 무대 연출을 아주 확실히 즐길 수 있었다. 오우 조명 완전 맘에 들어. 그러나 음향이....ㅠ... 뒤쪽에는 스피커가 없어서 2층은 음향이 조금 울린다. 노래 도입부 가사 전달이 잘 안 됨.
관객과의 소통과 소소하고 재미있는 '꺼리'들이 많았던 회차였다. 무대 아래로 꽤나 자주 내려오는 뎅드윅 덕에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질 못했을 정도.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깨알같던 애드립들을 기억나는 대로 쭉 적었는데 리뷰에 다 쓰자니 ㅋㅋㅋ의 남발이 될 것 같아서 자체적으로 자제를 좀 해야겠다.
서츠학(탁츠학)은 지난번에도 그랬듯 정말 멋졌다. 회차를 거듭하니 확실히 뎅드윅과의 호흡이 좋아졌다는 것이 반론의 여지 없이 보여서 감탄이 나왔다. 게다가 오늘은 이츠학의 애드립이 어마어마했다! 헤드윅이 런칭한 향수 '집착'을 설명하던 뎅드윅이 칙칙- 뿌리자 엄청 귀여운 애교로 "집.착!!!!!!" 이러니까 엄청 당황한 뎅드윅ㅋㅋㅋㅋ I will always love you에서도 뎅드윅 대사치는데 끼어들고, 모피코트 입혀줄 때도 섬세하게 가발 정리해주니까, 뎅드윅이 "얘 오늘 왜 이래, 뭐 기분 좋은 일 있니, 미쳤나봐, 오늘 이츠학 이상해ㅠㅠ"를 연발했다. 절정은 역시 슈가대디였지만. 노래 중간의 능글맞은 대사 파트에서 뎅드윅 가슴 툭툭 치면서 갑빠 드립을 치다가, 아까부터 얘기하고 싶었다며 "드러머 쟤는 슈크슈프가 아니라 슐.라.트.코.야! 슈크슈프는 쟤고!!" 라며 이름 정정을ㅋㅋㅋ 나도 극 초반에 뎅드윅이 두 번이나 드러머 분을 슈크슈프라 부르셔서 읭? 하고 있었기 때문에ㅋㅋㅋ 이츠학의 지적에 제대로 빵 터져서 열띤 박수를 보내드렸다ㅋㅋㅋㅋ 언니 역시 짱이에요ㅋㅋㅋ 그러고 또 갑빠 운운하며 가슴을 치는 이츠학의 팔을 쳐낸 뎅드윅이 신고한다며 새침하게 짜증을 냈다고 합니다ㅋㅋㅋㅋ 이츠학이 너무 능글맞은 거 아닌가요ㅋㅋㅋ 뎅드윅+탁츠학 조합은 사랑이라는 결론을 내려봅니다^^b
넘버는 모든 곡을 통틀어 저번보다 좋아졌다. 두 번째 곡 The origin of love에서 뎅드윅 노래가 상당히 남성적인 느낌이었던 게 의아하다. 코드가 달라진 건 아닌 거 같은데 톤을 다르게 한 건가. wig in a box도 지난 회차보다 더 정확한 감정으로 다가왔다. 지난번에 극찬했던 토미 버젼의 wicked little town의 2절에서 살짝 쳐지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지만, 활짝 열려 환호가 쏟아져 들어오는 철문을 향해 손을 흔든 헤드윅이 천천히 가발을 집어들고 부르기 시작한 Midnight Radio가 정말 훌륭했다. 지난번에는 아름답고 화려하게 등장한 이츠학에 눈을 빼앗겨 보지 못했던, 이츠학의 등장에 노래를 멈추고 빤히 그녀를 바라보던 헤드윅의 표정. 그 표정에 또 울어버렸다.
물론 토미의 wicked little town은 정말 좋았다. 스크린의 "Gnosis"라는 이름 앞에서 오롯이 홀로 조명을 받으며 노래하는 토미의 모습이, 스냅사진 한 컷처럼 선명하게 뇌리에 박혔다. 그 순간 느끼는 황홀함은, 바로 이 장면이 멋지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는 순간에 곧바로 순수함을 잃는다. 그래서 내가 2절에 살짝 집중을 못한 것 같다. 정중앙에서 관람하니 조명의 임팩트가 엄청났는데, angry inch 시작 직전의 증명사진 부분이나, 헤비락 넘버의 강렬하고 눈부신 중앙 조명, 양쪽에서 핀조명으로 헤드윅을 비추며 양쪽 벽에 헤드윅의 실루엣이 비치도록 하는 연출 등등이 전부 좋았다. 롱런하는 무대는 역시 연출이 훌륭하다. 끊임없는 수정을 통해 보다 완벽에 가깝도록 발전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딱 하나만 지적하자면, 뎅드윅이 오빠얌답게 파닥파닥 이쪽저쪽으로 이동할 때 조명 좀 빨리빨리 켜주셨으면....... 헤드윅이 자꾸 암흑 속으로 들어가잖아요.....
음향 얘기하자면, 마지막 '손을 들어' 하는 서츠학의 목소리에 귀가 찢어지는 줄ㅠ 물론 롹이 그럴 수 있다는 건 아주 잘 압니다만, 그래도 귀가 많이 아팠다는 건 얘기하고 싶어서ㅋㅋ 그리고 같은 노래에서 헤드윅 파트 중에 에코 녹음한 부분이 몇 개 있는데, 1층에서 들을 때는 많이 따로 놀아서 당황스러웠는데 2층에서 들을 때는 곡의 느낌을 제대로 살려서 깜짝 놀랐다. 2층 음향 중 유일하게 좋았던 부분임ㅋ 위에서 언급했듯 1층보다 전반적으로 음향이 별로였다. 오빠얌이 두어번 대사 첫음절을 씹고 다시 말하곤 했는데, 크게 거슬리진 않았지만 꾸준하게 지적되는 사항이니 주의 좀 해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애드립이 넘치는 극에서는 굳이 대사를 순서 그대로 읊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사 헤매는 건 상관없다. 아, 과거 얘기 시작할 때 "내 이름이 원래 한셀이었어" 라는 대사를 지난번에는 못 들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해줘서 좋았다. 극 이해를 돕는 중요한 대사라고 생각한다.
뮤지컬이라서 그런지, '헤드윅'이라는 독보적인 개성을 지닌 캐릭터를 연기해서 그런지, 오빠얌이 너무도 연기를 잘 해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두 번이나 관람했는데도 '김동완'은 정말 안 보인다. 토미의 목소리만 김동완 같다. 그래서 극의 내용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내 아이돌이 눈 앞에서 짧은 바지 하나 말고는 아무것도 안 걸치고 있는데도 그 모습에 허덕일 수가 없다. 그저 그 맨 몸 구석구석에서 쏟아져내리는 '헤드윅'의 감정만이 다가온다. 옷과 가발이라는 가식을 벗어던진 그 본연의 모습이 뿜어내는 오오라는,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상대를 압도한다. 토미의 wicked little town을 들은 헤드윅이 바닥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장면에서는 정말 숨도 못 쉴 정도다. 그 강렬한 클라이막스를 겪고 공연장을 나서면, 애드립 넘치던 극 초반의 헤드윅의 모습은 정말 머언 과거같다.
깨알처럼 많은 소소한 애드립과 그로 인한 웃음포인트보다는, 헤드윅의 뚜렷하고 분명한 감정분출이 훨씬 좋다. 헤드윅 회전문에 들어선 이유가 오로지 클라이막스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랄까. 그래서인지 첫 관람 때는 통로석이 엄청 부러웠는데, 오늘 공연을 보고 나니까 그렇게 계 타는 게 전혀 부럽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 물론 리앵콜 하고 티셔츠 던져주는 건 부럽다. 그건 오빠얌이 던져주는 거니까. 그러나 극 중 헤드윅이 관객에게 하는 카워시나 터치 등을 받는 것은, 뭐 당하면 기쁘겠지만 굳이 부러운 마음은 들지 않는달까ㅋㅋ 물론 1층으로 내려가면 이 마음이 변할 확률이 높긴 합니다ㅋㅋㅋ 이 점은 3차 후기를 써봐야 정확히 알겠네요.
오빠얌이 비틀거리는 스탭을 꽤나 잘 살려서 약에 취한 헤드윅은 제대로 표현했지만, 덕분에 넘어질 것만 같은 아슬아슬함을 여러번 보여줘서 가슴을 졸였다. 오빠 조심 좀 해요ㅠㅠ 마지막에 옷 다 벗은 뎅드윅의 몸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겨우 열흘만에 다시 본 건데 벌써 복근이랑 가슴근육이 엄청 생겼더라. 나도 운동해야겠드아...ㅠ 역시 나의 다이어트 자극제는 오빠들이다. 등신대 다리 근육 좀 봐....ㅠㅠ
오빠얌의 사진이 듬뿍 담긴 프로그램북을 겨우 8,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팔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실루엣 사진만으로도 제값을 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오빠 진짜 '완드윅'이라고 불리고 싶은 거......??
일단 내일 6차 티켓팅 선예매를 해보고 나서 올해의 뎅드윅을 몇 번이나 더 볼지 결정할 생각이다. 돈도 못 버는 백수가 취준보다 티켓팅 생각을 먼저 하고 있다니ㅠ 벌써 개강이라면서요....? 건조하고 삭막한 취준생에게 빛이 되어주시는 오빠얌에게 감사를 보내며, 내일 선예매 성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자소서를 쓰게 되길 빌어 봅니당.
'얌전하고 박수 헤픈 관객들' 중 하나였던 저는, 8월 20일의 우중충한 날씨에도, 31일의 맑고 화창한 날씨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지하 공연장까지 내려가 힘을 얻고 왔습니다^^ 오늘도 훌륭한 공연, 감사했어요♡
'공연예술 > Hedwig'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헤드윅 (2016.04.28 8시) (0) | 2016.05.01 |
---|---|
헤드윅 (2016.03.25 8시) (1) | 2016.03.26 |
헤드윅 (2014.09.16 8시) (0) | 2014.09.17 |
헤드윅 (2014.09.10 6시반) (2) | 2014.09.11 |
헤드윅 (2014.08.20 8시) (0) | 2014.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