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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Plitvicka Jezera)는 정말로 아름다운 국립호수공원으로, 자연스럽게 계단식 돌이 생겨 만들어진 16개의 호수와 100여 개의 폭포로 이루어져있다. 호수는 선명한 에메랄드 빛인데, 물 하단의 석회성분 때문이라고 한다. 근처에 숙소가 있어서 1박을 하는 사람도 꽤 있고, 자그레브에서 버스로 금방이라 당일치기를 하는 나같은 경우도 있다. 아예 크로아티아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도 있고. 아쉽게도 유럽 여행에서 지중해 쪽은 제대로 가보지 못했다. 그리스도 못 가봤고, 광고로 유명해진 크로아티아 남부 도시들도 생략해야 했다.
아무튼 플리트비체는 여행하다 만난 한 분과 함께 다니며 인증샷도 많이 찍고 산책도 열심히 했다. 나이가 꽤 있어보이시는 중국인, 일본인 단체관광객이 많이 보였고, 가족 단위의 한국인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나도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찾고 싶다는 열망이 강하게 들 정도로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자연풍광이기 때문에 글보다는 사진 위주로 포스팅을 진행할 것이다... 지루함 예상ㅋㅋㅋㅋ
표 살 때 지도를 주는데 루트가 네 개 있었다. 거리도 각각 달라서, 일정에 맞춰 원하는 루트를 선택하면 된다. 표에 배를 한 번 타는 비용이 포함 되어 있었고. 원하는 루트를 설정했으면 표지판을 쭉 따라가면 된다.
쉽게 볼 수 없는 물의 색깔. 폭포가 수없이 많이 보였다.
특이한 잠자리. 여기는 곤충도 생소하더라. 어린이용 SF만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색감이 사방에 있어서 영화 속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녹음으로 가득한 6월말에 방문했기 때문에, 생명이 충만한 플리트비체를 경험하고 올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작년인가 어느 동유럽 여행책에서 플리트비체 수기를 읽었는데 그분은 겨울에 다녀 오셔서 내 경험과는 전혀 다른 감상을 적으셨기 때문이다. 언제, 어떤 날씨에 방문하느냐에 따라 그 도시(혹은 마을 및 동네)에 대한 인상이 전혀 달라진다. 그렇게 호감이 가는 도시가 생기고, 그게 인연이 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귀가 얼얼할 정도로 세찬 물줄기 소리를 뿜어내던 폭포. 카메라에 잔뜩 물이 튀어서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했다.
마셔도 괜찮을 것만 같은 깨끗한 물.
플리트비체를 걸으며 가장 많이 떠올린 것은 다름 아닌 지브리였다. 커다란 잎들과 이끼가 잔뜩 낀 돌멩이들, 그 사이로 빠르게 흐르는 작은 물줄기들. 곳곳에서 지브리의 캐릭터들이 툭툭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시선에 들어오는 장면들이 지브리만의 독특한 그림체로 치환되며 머릿속에 각인됐다. 미야자키 하야오 만나면 여기 들려본 적 있냐고 물어보고 싶었을 정도다.
따뜻한 초여름이니까 우와 신기하다~라고 찍었던 물 속의 나무. 겨울의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가득했더라면 분명 누워있는 사람 같아서 오싹해졌을 것 같은 장면이다. 자연 그대로를 내버려두는 것이다 보니 이렇게 썩어서, 혹은 부러져서 물에 잠겨버린 나무토막들도 고스란히 남겨 두었나 보다.
운치 있는 길을 걷다보면 잡념이 사라진다. 이른 오전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점심 무렵이 되자 사람이 많아져서 느긋한 산책이 조금 어려웠다.
산과 나무와 호수와 갈대.... 저렇게 밑이 완전히 물에 잠겨 있는데 뿌리가 썩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여기가 어디인지 알려주는 표지판.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작은 엘프들이 몰래 숨어서 뛰어다닐 것 같은 장면이다. 자연에 흠뻑 취하다보니 없던 상상력이 발휘되기 시작!
보고 깜짝 놀라서 한동안 시선을 뗄 수 없었던 작은 호수. 어떻게 물 색깔이 저렇지..?!
시원하게 쏟아지는 규모가 큰 폭포들. 지도 보면 일일이 저 폭포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지만, 나는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플리트비체에 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감탄만 하고 마저 길을 걸었다ㅎㅎ
소원을 빌며 물 속에 동전을 던지는 행위는 만국 공통이라지요?!
굳이 안 올려도 되는 작은 폭포들이지만, 그래도 아쉬워서 올려보는 사진들:)
여기서 배 타고 이동했다. 배타는 것도 나름 쏠쏠한 재미! 배 시간을 기다리며 근처 매점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위화감이 느겨지는 장면에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었다. 청둥오리들 아래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물고기 떼들이라니!!ㅋㅋㅋㅋ 물이 맑아서 이런 장면도 볼 수 있구나~
천 년 묵은 이무기가 이 구멍을 부수며 용으로 승천할 것만 같아서 찍은, 별 의미 없는 사진ㅋㅋㅋ
플리트비체, 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사진 구도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생경하고 이국적인 장면에 넋을 잃고 카메라 셔터만 열심히 누르게 된다. 하지만 직접 보지 않으면 저 탁 트인 시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ㅠ
하루종일 이 장대한 경관 속에 녹아들어 걸으니 잡다한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됐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2주 전이었기 때문에 돌아가면 뭘 해야할까 하는 고민도 잔뜩 하고 있었고, 다음 여행지들에 대한 기대와 걱정도 많았다. 근데 막상 여행을 다 끝나고보니, 내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난다ㅠㅠㅠㅠ 메모라도 해둘걸..ㅠ
겨울에 가면 또 그 나름대로의 고독한 매력을 가득 풍기겠지만, 그래도 플리트비체는 초여름~가을 즈음에 가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초록과 독특하고 다양한 파란색으로 가득한 곳을 산책한다는 건 많은 영감을 선사해줄 것이다. 정말로 함께 나누고 싶은 경험이었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꼭 부모님이랑 다시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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