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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태리를 먼저 포스팅하려고 했는데, 오늘 점심 먹으면서 '꽃보다 누나'를 보는 바람에 자그레브를 다루지 않을 수가 없었다. 6월 말에 3박했는데, 그 중에 하루는 플리트비체에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보통은 1박 이상은 거의 하지 않는, 한 국가의 수도치고는 작은 도시다.





중앙역에서 자그레브의 가장 대표적인 광장인 반젤라치크 광장까지는 충분히 도보로 갈 수 있다. 다만 짐이 많을 경우에는 트램을 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자그레브가 수도치고 작다는 거지, 실제로 작은 건 아니기 때문에 역으로 이동한다거나 할 경우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탁 트여 있는 광장. 저 동상을 마주하고 오른쪽으로 가면 관광안내소가 있다. 거기 가서 지도를 받아 유용하게 잘 사용했다. 내 숙소는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야 했다. Nocturno라고,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호스텔이다. 직원들이 친절했고, 숙소도 아늑하고 좋아서 3박을 즐겁게 묵었다. 다만 아침식사 없고, 계단이라 캐리어를 직접 들고 올라가야 한다는 단점은 알고 가야 할듯. 유난히 생생한 숙소 중 하나다. 그리고 오늘 본 꽃보다 누나에서 바로 그 숙소가 위치한 골목을 지나가는 장면이 나왔다...ㅠ....... 으어 그리워 미치겠네ㅠㅠㅠㅠ 




낮에 찍은 사진이 없어서 밤에 술마시러 나왔다가 찍은 사진으로 대체.. 이 골목이 아마 맞을 거다ㅠ 





실은 숙소 찾는데 헤매다가 이 시장까지 캐리어 끌고 올라왔었다. 노천시장이 커서 캐리어 무거운 줄도 모르고 한참을 구경하며 헤맸다. 여기서 아이들 옷을 팔고 있는 노점이 유난히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렇게 헤매다가 결국 숙소에 무사히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바로 자그레브 대성당으로 향했다. 꽃보다 누나에 나온 그 거대한 성당 말이다. 건축사적으로 굉장히 가치 있는 건물로, 자그레브 어디에서나 보인다.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로 거대한 건물. 앞쪽의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성당이 얼마나 큰지 대충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2년 전에도 공사 중이던 오른쪽 첨탑은, 아직까지도 완공되지 않아 있었다..... 복원이 그렇게 오래 걸리나?! 저렇게 천막으로 공사현장 가려 놓는 게 얼마나 흉물스러운데ㅠ





대성당 앞의 마리아 상. 아주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입구가 너무 화려해서 선뜻 안으로 들어설 수가 없었다. 내부는 촬영금지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이런 성당 같은 종교적 장소를 방문할 때는 짧은 옷은 금물이다. 라고 쓰는 내가 이 날 아무 생각 없이 짧은 반바지를 입고 갔기 때문에 내부는 후다닥 보고 나왔다..ㅠㅋㅋ






뭐라 수식어를 감히 붙이기조차 어려운 섬세하고 아름다운 부조들. 건물 전체를 빙 둘러보며 저 장식물만 구경해도 한나절은 족히 보낼 수 있을 듯하다.





마리아상과 대성당을 한 프레임에:)






그리고 향한 곳은 미마라 박물관이다. 안티 토피치 미마르라는 분이 일생 동안 수집한 개인 소장품을 크로아티아 국민을 위해 기증하여 탄생하였다. 작품의 수가 어마어마해서, 쓱 둘러보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관람객은 별로 없었다. 특히 동양인은 잘 안오는지, 티켓을 구매하는데 아저씨가 신기하다는 듯 이것저것 물어봤다. 어떻게 알고 왔냐는 것부터 시작해서 어디서 왔냐, 얼마나 묵냐...ㅋㅋ 가이드북에 완전 조그맣게 나와 있는데 계속 눈에 들어와서 일부러 찾아가게 된 박물관이다. 결과는 만족스러웠음!







정말 특이한 성모마리아와 아기예수의 그림. 독특하고 개성 넘쳐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라파엘로, 렘브란트, 고흐, 고갱, 루벤스 등등의 거장 작품들을 알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유럽미술사를 시대 별로 감상할 수 있게 전시관을 만들어두었다고 하는데, 미술 쪽 공부하는 사람들은 여기 꼭 와봐야 할 것 같다.





독특한 동양식 예술품도 여럿 있었다. 장르 불문, 본인이 원한 작품은 다 쓸어모았다! 라는 느낌이었음ㅋㅋ





그리고 다시 대성당 쪽으로 와서 야외 테라스 위에 살짝 천막을 쳐 놓은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대부분 단체손님이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리조또 시켜서 배불리 먹었다. 밥이 좀 질었지만, 배가 많이 고팠기에 완전 맛있게 먹었다. 느긋하게 여유부리면서 식사하던 분위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자그레브의 또다른 명물, 성 마르코 성당이다. 독특한 지붕으로 관광객의 시선을 한껏 사로잡는 이 성당을 밤에도 방문해봤는데, 딱히 야경을 위해 조명을 설치해두고 있진 않았었다.





테트리스라기 보다는 레고 쪽에 한 표!ㅋㅋ 저런 타일로 문장을 새길 생각은 대체 누가 한 거야.





마르코 성당 뒤편에는 아마 정치와 관련된 것으로 여겨지는 건물이 있었다. EU와 크로아티아 국기가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 여기 구멍가게, 랄까 조금 큰 규모의 가게가 있었는데 밖에서 구경만 해도 재미있었다.





돌의 문, 스톤 게이트. 많은 사람들이 와서 기도를 하고 가는 곳이라 그런지 바닥도 맨들맨들하고 분위기도 조용했다. 안쪽에는 성모마리아 그림이 있다.





뒤쪽에는 초에 불을 붙이며 기도하는 곳도 따로 있었다.





그냥 노란 벽에 창문 하나가 달랑 있는데, 왜 자꾸 눈이 갔는지 모르겠는 장면.





오래된 유럽 도시 답게 높은 건물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주황색 지붕이 인상적인 도시, 자그레브.






자그레브의 시인, 안툰 구스타브 마토시. 옆에 앉아서 기념사진을 찍으면 딱 좋다. 시인이 자그레브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설명을 가이드북에서 읽었는데, 저렇게 나무가 우거지고 가로등과 성벽이 있는데 보이긴 뭐가 보여!!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다ㅋㅋ





자그레브 두번째 날은 플리트비체였다. 이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하도록 하고, 우연히 만난 한국인 한 분과 동행했는데 그 날 플리트비체에서 이상하게도 자주 만났던 한국인 남자 두 분과 숙소가 같았다는 것을 알게 되서 함께 맥주나 한 잔 하러 어둑해진 밤에 밖으로 나왔다.





맥주는 유럽이죠..ㅠㅠ 찐한 흑맥주를 마시면서 화기애애하게 이야기 꽃을 피웠다.





다음 날은 케밥! 유럽으로 터키 쪽 노동자들이 많이 넘어와서일까, 케밥이 완전 대중적인 식사가 되어 있다.






마지막날 오전에 반젤라치크 광장을 가보니, 노점상이 여럿 열려있었고, 여러 방면의 전문가로 추정되는 분들이 온 정신을 집중하며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집중하고 있는 눈빛이 자꾸 눈에 밟힌다.






진짜 특이했던 행위예술가들. 북치고 노래하고 시끌시끌했던 데다가, 언론으로 추정되는 카메라들도 꽤 많이 나와있어서 잠시 구경했는데, 저 분수대에 풍덩 빠질 줄이야!!!! 더러울텐데.....;;;;;





중앙역으로 가면서 찍은 사진. 상당히 넓은 잔디밭으로 이루어진 광장이었다.



자그레브는 뭐 엄청나게 대단한 여행지는 분명 아니다. 그런데, 자주 생각난다. 두 발로 걸었던 거리와, 스쳐지나갔던 건물들이 유난히 생생하게 기억나는 도시다. "정말 다시 가고 싶다"는 곳이라기보다, 경험했던 그 순간들의 감정과 분위기와 감촉들이 이상할 정도로 생생하게 떠올라 마치 바로 어제 거기 있다 돌아온 것만 같은 곳이다. 포스팅을 하면서도 기록 같은 것에 전혀 의존하지 않았음에도 내가 어떤 동선으로 어떤 길을 걸으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가 또렷하게 기억난다. 이런 독특한 기억을 남겨준 도시이기에, 유난히 친근감이 느껴진다.



날씨까지 도와줘서 더 좋았던 여행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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