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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에서 로마 다음 가는 여행지로 손 꼽히는 베니치아. 너무나 독특하고 아름다워서 단 하루만 방문하더라도 평생 기억하며 떠올릴 수 있는 곳이다. 여기서 3박4일 동안 묵어서, 본섬 이외 세 개의 섬을 다 가봤다.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기차를 타고 베네치아를 넘어가는데 이태리 기차 파업이 있어서 시간이 조금 지연되었다. 산타루치아 역에 도착해서 '수상버스'인 바포레토를 기다리는데도 꽤 오래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파업은 노동자의 권리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조금 불편하고 잠시 지연되더라도 불만은 전혀 없었다. (누구들처럼) 억압하고 때려부시고 강압적으로 집회를 해산하려는 몰상식한 비민주적인 국가가 아니라면, 이러한 생각으로 파업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베니치아는 자동차가 전혀 없다. 이동수단은 오로지 도보 혹은 바포레토 뿐이다. 개인보트나 수상택시, 곤돌라 등도 물론 있지만, 평범한 여행자로서는 바포레토가 가장 빠른 수단이다. 특히 이틀 이상 머물 예정이라면 필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장면들이 바포레토를 타고 가는 내내 양 옆으로 펼쳐졌다. 있어야 할 땅 대신 물만 가득한 도시라니....! 만화 <원피스>에 나오는 워터세븐의 모델이 바로 이 도시겠구나!!





성당으로 추정되는 하얀 건물. 정체는 정확히 모르겠다ㅋㅋ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대기실도 있는 바포레토 정류장.






베네치아 여행 가이드북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고풍스러운 곤돌라. 이리저리 흔들리며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지만, 배멀미가 예상되어 타지 않았다.





여기는 수상택시 정류장. 정 급할 때나, 보트를 타고 싶으면 괜찮을 거 같기도..?! (아니면 돈이 많거나..ㅋ)





바포레토가 다니는 곳은 사진에서 쭉 봤던, 폭이 넓은 큰운하 (Canal Grande) 뿐이다. 원래 골목골목까지 전부 물이 차 있었다는데 편의를 위해 물을 다 빼고 도보로 만들었다고 한다. 바로 집 앞까지 물이 흘렀다니, 걷는 생활이 거의 없었을 듯. 





내가 좋아하는 리본 파스타가 이태리 국기 색으로 물들여져 가게에 전시되어 있었다.





묵었던 민박집 부엌에 붙어있던 지도. 대충 베니치아 섬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첫날은 도보로 리알토다리 등을 구경하며 돌아다녔고, 둘째날부터 제대로 관광을 시작했다. 산타루치아 역까지 걸어가서 바포레토를 타고 리도(Lido)섬으로 향했다. 베니치아 영화제와 휴양지로 유명한 리도섬은 해변이 아름답다고 해서 도착하자마자 해변으로 직행했다.






조금 쌀쌀한 5월 초였는데 바다에 들어가서 노는 사람이나 비키니만 입고 태닝을 하는 사람들이 꽤 보였다. 물론 그 이외에는 가볍게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바포레토를 기다리는 동안 찍은 리도의 해안. 가로로 길쭉한 특이한 섬이다. 







날씨가 더 좋으면 정말 모든 사진들이 엽서처럼 나왔을 것 같다. 눈으로 보고 가슴에 담아온 풍경들을 사진으로 고스란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게 아쉬울 뿐...ㅠ





리도섬을 떠나 부라노(Burano)섬으로 향했다. 직항이 없어 한 번 갈아타야 했는데, 그냥 다른 사람 따라 갈아타면 될 걸 괜히 어영부영하다가 놓쳐서 30분을 기다려야 했다..ㅠ 모든 건물들이 화려한 원색으로 칠해져 있어서 여행자들이 멋진 사진을 남기려 많이 찾는 곳이 바로 부라노섬이다.





평번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건물들인데도, 색 몇 개 칠한 것으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일상적인 빨래들이 주렁주렁 걸려있는 건물 앞으로 지나가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이 의외로 조화롭다.







어디에 렌즈를 가져다대든 형형색색의 건물들과 작은 운하들이 엽서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좁은 운하에 가득 들어차있는 보트들. 타고 싶어도 주차되어 있는 다른 보트들 때문에 꺼내오지도 못할 듯ㅋㅋ








유난히 많은 화분 덕에 시선을 뗄 수 없었던 집.





부라노섬은 섬세한 레이스 공예품으로도 유명하다. 가게들마다 구비되어 있던 하얀 장식품들.






굳이 피사까지 가지 않아도 아슬아슬할 정도로 기울어져 있는 탑을 바로 이 부라노섬에서 볼 수 있었다. 





가면의 도시 베니치아 답게, 관광지에서 늘상 볼 수 있었던 독특한 가면들. 어두울 때 보면 섬뜩하기도 하다.





베네치아 본섬과는 또다른 앙증맞은 매력을 품고 있는 부라노섬은, 시간을 내서라도 꼭 가볼만 하다:)



섬 두 개를 느긋하게 보니까 하루가 금세 다 가버렸고, 세 번째이자 마지막 섬은 다음날 오후에 갔다.





무라노(Murano)섬은 베니치아 특산물인 유리공예가 발달한 곳이다. 유리공장이나 박물관들도 있다지만, 그냥 섬을 둘러보며 기념품가게의 상품들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섬 안쪽에 화려한 자태로 눈길을 사로잡는 탑과 유리 예술품.






재정과 짐의 여유만 허락한다면 지르고 싶은 물건이 한가득이었다. 베니치아 및 이태리에서 이런 유리공예 기념품을 사고 싶다면, 반드시 "Murano"에서 만들어졌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게 진짜임!





무라노 섬에 가기 전 오전에는 산마르코 광장에 갔었다. 배 안에서 스치며 찍은 산마르코 성당의 모습.





산마르코 광장(Piazza di San Marco)와 종루(Campanile)의 모습이다. 일요일 오전이라서 그런지 관광객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산마르코 성당(Bacilica San Marco)은 12사도 중 한 명인 산마르코의 유해를 모시기 위해 세워졌다. 원래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있던 그의 유해를, 9세기에 베니치아 상인 한 명이 고기 밑에 몰래 숨겨서 옮겨왔다고 한다. 그 때부터 산마르코는 날개 달린 사자로 상징되는 도시의 수호성인이 되었다.





입구의 화려한 부조들. 내부 입장은 가능하지만, 배낭은 매고 들어갈 수 없다. 일요일이라 예배하는 소리가 내내 들려와서 분위기있고 좋았다. 찬송가가 성당 가득 울려퍼지면서 건물을 더 풍성하고 색깔있게 만들어줬다. 로마네스크 양식과 비잔틴 양식 두 가지가 혼합되어 있어서인지, 독특하고 화려했다. 내부는 촬영금지라 못 찍었으니 직접 가서 확인해보시길! 






일요일이라 현지인들은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았다. 아주 한적한 주택가를 평화롭게 산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엔날레가 열렸다는 본섬의 공원에는 일광욕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햇살 따뜻한 주말에는 가족끼리 밖으로 나와 피크닉하는 문화, 부럽다.






섬 반대편에 보이는 거대한 성...처럼 보이는 무언가. 아무리봐도 사유지 같던데, 정체는 오리무중.





본섬 한중간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영화 <시>의 포스터. 한국영화가 '예술성'으로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영화감독들도 유명해지고 있다는 게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베니치아는 밀라노 일정이 어긋나서 예상치 못하게 하루 더 묵는 바람에, 너무나 여유있게 돌아다녔다. 베니치아의 기본 분위기는 다 보고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래서 포스팅이 재미가 없다는 게 함정ㅠㅠㅠ 지난 스위스 인터레켄의 연장선으로, 매일매일 휴양지에 온 것처럼 여유있게 식사하고 구경하고 술마시고ㅋㅋ 그렇게 여행했다. 아주 가끔, 정말 뜬금없는 타이밍에, 사방에 물이 가득하고 온 골목이 미로처럼 복잡하던 도시가 불쑥 떠오른다. 워낙 이미지와 인상이 강렬했기에, 앞으로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베니치아와 비슷한 곳은 만날 수 없을 것임을 알기에, 때때로 무의식 중에 이 곳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여러 의미로 가슴에 깊이 남은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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