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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직행으로 가는 기차가 있는 스위스의 수도, 베른으로 먼저 향했다. 밤이 다 되어서야 도착했는데, 유스호스텔 찾느라 많이 헤맸다. 분명 2인실을 예약했건만, 베른의 백팩커스는 6인실의 한 방인데 침대 네개와 침대 두 개 사이에 있다가 만 벽이 있는 방이었다. 화장실도 여러 방이 공유하는 형태여서 엄마에게 죄송스러웠다ㅠ 대충 짐을 던져주고 호스텔 1층 바에 가서 맥주 한 잔 씩 하고 잠을 청했고, 다음날은 호스텔 부엌에서 냄새 풀풀 풍기며 라면+소면을 김치와 함께 먹었다ㅎㅎ 아침이라 사람 없어서 맘 놓고 먹은 뒤 환기 제대로 하고 나왔다. 



그리고 기차역까지 이것저것 쇼핑하며 걸은 뒤 기차를 탔다. 인터라켄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완전히 잠에 들었다가 깨어나 보니 왼쪽 창 가득 툰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역에서 내리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유럽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산이 멀리 배경처럼 보이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을 분위기. Walters B&B라는 호스텔로 향했는데, 가보니 호스텔이라기 보다는 거의 산장? 느낌이었다. 2인실을 사용했는데, 화장실이 방 안에 없다는 것만 제외하면 완벽했다. 방도 크고 창문도 많고 쇼파 및 식탁이 내부에 다 구비되어 있었다. 심지어 테라스도 있어서 밤에 와인 마시면서 밖에 나가 밤하늘의 별을 보기도 했다.





융프라요흐로 가기 위해 다시 기차역으로 향하는데, 유명한 관광지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조용했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출발해서 융프라요흐에 도착하기까지 기차를 두 번 갈아타야 했다. 표를 구매할 때 갈아타는 역이 구체적으로 적혀있는 종이를 주기 때문에 그것을 참고하면 유용하다. 기차가 오른쪽에 절벽을 끼고 올라가다 보니 마을 등 시야가 넓게 트인 쪽은 왼쪽 좌석이었다.





정착역의 모습이다. 오른쪽은 호스텔예약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기계로, 여행하며 가끔 목격했다.





유리에 비친 디카는 무시하고ㅠ 올라가면서 본 풍경. 세 번째 기차에서는 엄마나 나나 완전히 잠에 골아떨어져서 중간중간 정차하는 역에는 내려볼 엄두도 하지 못했다. 마침내 융프라요흐에 도착해서 가게가 있는 구역으로 올라가는데, 높은 지대라서 그런지 금방 숨이 차올랐다. 게다가 엄마가 머리가 띵하고 몸이 안좋다고 하셔서 완전 당황했었다ㅠ 아무래도 고산증 같았는데, 쉬면 괜찮아질 것 같다며 카페테리아에 앉아 계시겠다고 해서 걱정을 하면서도 일단 밖으로 나가 보았다.





날씨가 정말 안 좋았다. 눈도 펑펑 내리고, 시야가 정말 안 좋았다ㅠ






한 치 앞이 안보인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한 표현이었다. 그저 융프라요흐의 만년설 위에 내 발자국을 하나 남기고 가는 구나, 라는 감상이 전부일 정도로 아무 감흥도 느끼질 못했다.





그래도 꾸역꾸역 인증샷을 남기던 사람들도 있긴 했다.





터널 같은 통로를 한참 걸어서 위로 솟구치는 엘레베이터를 타면 또다른 곳으로 나올 수 있다. 3,571미터의 고도!





영화에 등장할 법한 연구소 느낌의 건물에서 나오면 탁 트인 곳이 나오긴 하는데, 역시 5미터 앞도 보이지 않았다. 한국인 및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많아서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꽤 시끄러웠다.





그나마 후보정해서 이 정도의 밝은 느낌이 나왔다. 실제로는 뿌옇기만 했다ㅠ 이렇게 좋지 않은 날씨에 올라가서 후회를 많이 했지만, 이것도 운이라고 생각하며 체념했다. 실제 융프라요흐에서 날씨가 정말 좋은 날을 만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며 그것도 대부분 여름철이니까. 이렇게까지 안 좋은 날씨의 융프라요흐를 본 사람이 많을리 없다는 것도 그냥 하나의 위안으로 삼을란다. 기차를 타고 이동하며 본 광경들도 좋았고.






눈 속에 파묻혀 있는 융프라요흐. 매체를 통해 이곳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고 꼭 가봐야겠다 다짐하신 분들이 많을 거라 예상하지만,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 역시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비용이 장난이 아니라서ㅠ





막차를 타고 내려가는 길. 산 위쪽은 눈이 펑펑 내리는데, 기차가 아래로 내려갈수록 푸른 하늘이 듬성듬성 보이기 시작했다. 날씨가 정말 몇 백 미터 차이로 휙휙 바뀌는 게, 감히 예측조차 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이렇게 눈이 쌓였으니, 겨울스포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이겠지...!





커브길이 많아서 능력만 좋으면 이런 사진을 더 운치 있게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일반 가정집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숙박시설이 대부분인 동네라고 한다.






이런 것들은 창고로 쓰이는 것 같았다. 사람이 사는 흔적보다는 통나무, 이런 것들이 쌓여 있어서. 창고가 아니라면 작은 별장 정도이려나?!





여기에도 어김없이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 간간히 기차에서 내리는 학생들도 더러 보였다.



원래 베른에서 1박을 한 뒤에 인터라켄 1박, 루체른 1박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융프라요흐에서 크게 데인 우리는 굳이 리기산을 갈 필요가 없다는 결정을 내리고 루체른은 일정에서 빼기로 했다. 대신 너무나 좋은 숙소를 1박 연장하기로 했고. 3월 말에서 4월초로 넘어가는 시기였기에 비수기어서 쉽게 연장이 가능했다. 느긋한 마음으로 coop에서 시장을 봐서 부엌에서 소세지를 구워 먹었다. 다음날 아침은 카레를 해서 그 안에 소면을 넣어 먹었고. 엄마와 여행을 하니 이것저것 만들어서 배부르게 한식스타일의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ㅠㅠb





뜻하지 않게 얻은 인터라켄 둘째날. 최대한 느긋하게 즐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작은 마당에 깨알같이 소품으로 장식해 놓은 아기자기함이 너무 포근했다.





만년설로 뒤덮인 산이 바로 보이는 베란다에서는 걸어놓은 바람개비가 바람에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형태의 창문. 어렸을 때 레고 만들다보면 저런 레고가 있는 게 이해가 안갔는데, 실제로 여기서는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형태였구나..!!





이 집은 고양이를 여러 마리 키웠다. 다들 창문에 느긋하게 퍼질러져서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성당(혹은 뭐 종교적인 건물) 그리고 넓은 정원의 건물. 이렇게 인터라켄 동역에서 서역까지 걸어가면서 평범한 스위스의 일상을 구경했다. 사람들은 정말 안 보이더라. 다들 어디 꼭꼭 숨어버렸는지. 





옷 구경, 악세서리 구경, 시계 구경은 눈으로만 실컷 하고, 정작 찍은 사진은 귀여운 소품 뿐ㅋㅋ





MIGROS라는 종합쇼핑몰에 들어가서 점심도 먹고 또 구경을 했다. 아이쇼핑하러 온 듯^^





원하는 거 담아서 무게로 잰 다음 돈을 지불하는 형식의 뷔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너무 까마득해ㅠ





호스텔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그런 기미가 없었는데, 점심을 먹을 때쯤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파리 몽마르뜨에서 산 우산을 두고 나왔기에 나는 후드 모자를 뒤집어쓰고 엄마는 스카프를 머리에 둘둘 두른채 서역 근처의 툰호수로 향했다. 비가 와서 사람이 별로 없었기에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산책을 할 수 있었다.






유럽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그림 같은 풍경'. 호수 아래 돌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물이 맑았다. 사진에는 비가 오는 느낌이 전혀 담기지 않았지만, 빗줄기는 점점 거세져만 가고....ㅠ





바로 앞에는 호수, 뒤에는 만년설이 덮인 알프스 산맥. 이게 바로 배산임수의 명당인가..!?ㅋㅋ





결국 마트에서 스위스 국기가 잔뜩 그려진 빨간 우산을 하나 사서 엄마와 함께 쓰고 호스텔로 돌아갔다. 스위스 프랑을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인출했기에 이 날 밤은 완전 포식!ㅋㅋ 유로보다도 비싼 스위스 프랑...ㅠ 이지만 이 때는 교환학생 3개월 차라 물가 개념이 1유로에 1500원이 아니라 1000원으로 인식되었다. 그리고 그 정도로 생각하면 대충 한국과 서유럽 쪽 국가들 물가가 들어 맞기도 하고.





포식의 흔적ㅋㅋㅋㅋㅋ 불고기를 해먹었는데, 불고기용 고기라고 하기에는 좀 단단한 고기였다. 와인 한 병 뚝딱마셔버리고, 맥주도 몇 캔 마시고ㅋㅋ 다음날 엄마가 숙취가 하나도 없다며 신기해하셨다. 확실히 좋은 공기에서  발효주를 마시니까 그런 것 같다며 납득하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이탈리아 베니치아로 넘어가며 찍은 마지막 스위스 사진.




(+) 그리고 이건 그 후의 이야기



학기가 끝나고 3주 정도 더 여행을 했다. 일단 영국 맨체스터로 갔다가 스위스 제네바로 비행기로 이동한 뒤, 거기서부터 유레일패스를 개시하기로 했다. 응, 일단 일정은 그랬다. 그래서 제네바의 호스텔에 1박을 예약해두고 밤 늦게 제네바 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일 발생! 기차로 한 역만 가면 되는 걸, 내리는 역을 놓친 것이다ㅠㅠㅠㅠ 그래서 멘붕의 정신줄을 붙들고 다음 역을 기다리는데... 다음역이 20분 뒤에 나타났다....ㅋ.... 그래서 하염없이 기차 타고 가다가 루젠?에 내려서 일단 묵을 곳을 새로 찾기로 했다. 하지만 6월 말은 성수기의 시작인 시기였기에 여러 군데를 들렸음에도 빈방은 나오질 않았고...... 한 안내데스크에서 여기보다는 몽트뢰에 숙박시설이 많으니 그곳으로 가보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결국 다시 기차를 타고 몽트뢰에 도착. 



바보 같은 실수에 헛웃음도 나고, 이렇게 호텔을 찾으면 돈도 많이 깨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진지하게 기차역에서 노숙하는 것을 고려했다.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이었고 벤치도 꽤 있었기에, 뭐 얼마나 위험하겠어 고작 하룻밤인데..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하지만, 역시 부모님이 굉장히 걱정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돈 때문에 딸을 위험한 곳에서 자게 만들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신용카드 찬스를 쓰기로 했다..ㅋ.....



그렇게 다짐을 해도 빈방이 있는 호텔을 찾기가 힘들었다. 가까스로 한 군데 찾아서 방있냐고 물으니까 2인실 뿐이라고...ㅠ..... 어쩌겠나, 선택지가 그거밖에 없는걸. 들어가자마자 깔끔한 방에 감탄할 새도 없이 그냥 두 개의 침대 중 하나에 몸을 던져 잠을 청했다. 아침을 기필코 챙겨먹으리라는 다짐으로 새벽같이 일어나 1층 식당으로 내려갔다. 뽕을 뽑아주겠다는 생각으로 마구 먹다가, 배가 차니 밖의 경관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호수가 제대로 내려다 보이는 뷰. 그래 비싼 이유가 있구나..ㅠ





기차 시간부터 확인하고 즐기는 호숫가 산책. 푸르름만 가득해서 기묘한 기분마저 들었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휴양지로서 이 곳을 찾는지 5분 만에 깨닫게 되었다.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곳에 너무 뜬금없이 찾아왔기에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 게 아쉬울 뿐.





유레일패스를 개시하고 인터라켄까지 골든패스 파노라마를 타기로 했다. 창이 탁 트여서 굳굳b






한동안 창 한쪽 면으로 호수라고는 믿을 수 없는 넓은 풍경이 보였다.





포도밭도 있네. 포도밭은 독일 뤼데스하임에서 실컷 봤으니 그 포스팅에서 이야기하겠다.





창 밖에 걸리는 그림같은 풍경. 그것을 바라보는 부부.








양들이 뛰놀아야 할 것 같은 녹색빛 가득한 전경에 눈이 저절로 치유되는 느낌이었다ㅋㅋ 계속 이 풍경이라 나중에는 좀 졸았음...ㅋ 





하지만 호수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잠이 확 깼다! 드디어 3개월 만에 인터라켄을 다시 가보는구나! 기찻길이 바로 호수 옆을 지난다. 이런 풍경, 다른 곳에서는 만나기 어렵지.





겨우 3개월 만에 드라마틱하게 변한 인터라켄 동역. 3월에는 사진을 제대로 안 찍어서 사진으로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실제 눈으로 봤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 아, 인터라켄에 이런 초록색이 가능하구나...!





그리고 솔직히 좀 외로웠다. 엄마랑 한 번 왔던 곳이기 때문에, 혼자서 다시 방문한 것은 정말 크나큰 외로움을 동반했다. 성수기라 관광객들이 무지 많았던 것도 그 외로움을 자극하는데 한 몫 했다.



   


그리고 슬로베니아 류블라냐로 넘어가기 위해 취리히 역으로 향했다. 야간열차도 한 번 경험해보고 싶어서 예매까지 해놓고 또 한참을 기다렸다. 이 날은 정말 길바닥에서 모든 시간을 다 보냈다. 그닥 한 것도 없이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한 기억. 지루했지만, 그만큼 또 여러생각을 하게 됐고.



돌이켜보니 스위스의 많은 도시들을 들렸네. 베른, 인터라켄, 제네바, (루젠), 몽트뢰, 그리고 취리히까지. 근데 인터라켄을 제외하고는 별로 남는 게 없었다는 것이 함정ㅠㅠ 스위스는 여러모로 내 여행 실력의 부족을 뼈져리게 경험하게 해준 냉정한 국가였다. 언젠가는 해치워야 할 숙제처럼 유럽 대륙에 남겨두고 온 기분이다.



다음에 가족과 함께 꼭 다시 들려 평온함을 제대로 즐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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