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이 게으른 사람은 집에 있으면 안 된다. 집 밖으로 나가서 카페라도 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의 나처럼 침대에 몸을 딱 붙이고 드라마 정주행이나 하고 있는단 말이다. 썩 마음에 들지도 않는데 일단 시작했으므로 끝까지 보려드는 이 집착도 내려놓아야 하는데. 책은 안 읽고 남이 만든 영상만 주야장천 보고 있으니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쪼그라들고 있다. 알면서도 개선하지 못하는 이 어리석은 인간이여. 회사 생활 시작한 이래로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니 이게 실화인가. 출퇴근 환승 횟수가 많아서 대중교통에서는 책을 펼쳐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루에 최소 8시간을 일한 노동자가 퇴근 이후 여가를 즐기기도 쉽지 않다. 텅텅 비어버린 플앱과 블로그와 운동 기록을 보고 있으면 헛헛해서 왓챠라도 채..
열렬히 좋아하던 무언가를 향한 마음이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음을 깨닫는 건, 겪을수록 씁쓸하다. 하지만 그 열렬한 사랑을 공유했던 이들과 과거를 곱씹는 건 언제나 즐겁다. 원래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것이 추억팔이 아니겠는가. 오랜만에 만나도 바로 어제 만났던 것처럼 익숙하고 반가운 얼굴이 바로 덕친들이 아닐까 싶다. 여전히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되,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는 대상들이 달라져버린, 그런 사이. 인생의 한 페이지를 함께 채워본 관계라는 건 여러모로 특별하다. 충무 대극장 객석에 앉았던 것이 무려 2년 전 웨사도리였음을 깨닫고 새삼 충격. 한창 다작하던 연뮤덕 시절에는 공연장 로비 한편에 놓인 팜플렛 매대의 존재의의를 몰랐다. 하지만 관극에 마음이 식은 오늘의 우리가 근래 진행되는 공연이 뭐..
시즌 잘 끝낸 기념으로 쉬는 날! 서울촌사람은 해방촌에 처음 가보았습니다.. 핫플이더군요.. 좁은 골목길 감성을 잘 살려서 걷는 재미가 있었다. 남산타워도 가까이 잘 보이고. 물론 자릿세는 꽤 비쌌지만. 그래도 특유의 분위기 덕분에 오랜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간만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좁은 골목길 바로 옆의 노상 테이블에 앉아 와인 한 병을 까고 있는 기분이란! 낮술이 유별나게 맛있는 이유는, 그 찰나만큼은 일상에서 한 발자국 빗겨서 있다는 괴리감 때문이 아닐까. 둘이서 와인 두 병. 뭐 왜 뭐. 힘들고 지루하고 괴로운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나이를 먹어갈수록 스스로를 챙기지 못하는 우리 여성들에게, 이런 교류와 나눔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우리의 미래..
어제는 무겁게 징징댔으니 오늘은 가볍게! 미니어처를 워낙 사랑하는지라, DIY 미니어처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특히 책장에 끼워 넣을 수 있는 북엔드 스타일이 늘 부러웠다. 책과 책 사이에 숨겨진 또 다른 세상이라니, 너무 낭만적이지 않은가.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제품은 대부분 일제더라. 가격도 가격이지만 언어 같은 실질적인 부분이 부담스럽고 불편했기에, 동경은 늘 장바구니 안에만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텀블벅에서 무려 "한옥" 시리즈를 발견했다! 이건 사야 해! 결제 후 한참을 잊고 살다가, 해외출장지에서 배송이 완료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잔뜩 지친 채로 돌아오니 상자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고. 그렇게 책상 위에서 굴러다니던 박스는, 저것 좀 치우라는 창조주의 잔소리 덕분에 비로소 열리게 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