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베스 레퀴엠 in 정동극장, 2022.12.15 7시반 류정한 맥베스, 안유진 올리비아, 정원조 뱅쿠오, 김도완 맥더프, 박동욱 로스, 이상홍 던컨, 이찬렬 맬컴, 정다예 애너벨, 홍철희 캘런, 김수종 경호원. 류맥베스 자넷. 실황 박제 회차. 거듭할수록 깊어지는 이 극을 처음으로 온전히 보고 온 기분이 든다.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을 내딛기 직전의 류맥베스 표정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먼 훗날 혹여라도 내가 명예나 권력에 대한 탐욕에 사로잡히게 된다면, 맥베스가, 바로 이 순간의 고통과 번뇌가 떠오를 것 같다고. 어리석은 선택을 하기 직전에 예정된 파멸을 짐작하고 스스로에게 제동을 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라는 고전에 담긴 텍스트의 힘을, 비로소 오롯이 마주하고 영혼 깊이 새겼다. 그만큼..

맥베스 레퀴엠 in 정동극장, 2022.12.10 2시 류정한 맥베스, 안유진 올리비아, 정원조 뱅쿠오, 김도완 맥더프, 박동욱 로스, 이상홍 던컨, 이찬렬 맬컴, 정다예 애너벨, 홍철희 캘런, 김수종 경호원. 류맥베스 자셋. 위멮데이. 류정한 배우님 공연 150번째 관극! 위메프 덕분에 무대인사에 커튼콜 촬영까지 가능했다. 오랜만에 듣는 류배우님의 육성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가 문득 지난 2월에 잃어버린 지앤하 막공주 공연 3개가 떠올라 울컥했다. 당연한 일상을 위협하는 시국이 이 찰나의 행복을 어찌나 애달프게 만드는지. 우리의 모든 어제는 죽음으로 이르는 길이지만, 그 길 위의 걸음 하나하나는 더없이 찬란하고 소중하다. 저녁까지 혼자 있고 싶다며 "괜찮겠죠 왕비님?" 하고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눈으로..

맥베스 레퀴엠 in 정동극장, 2022.12.03 6시 류정한 맥베스, 안유진 올리비아, 정원조 뱅쿠오, 김도완 맥더프, 박동욱 로스, 이상홍 던컨, 이찬렬 맬컴, 정다예 애너벨, 홍철희 캘런, 김수종 경호원. 류맥베스 자둘. 류배우님 첫 종일반. 자첫 관극이 다소 아쉬웠기에 종일반 밤공 자둘이 현명할 선택일까 걱정하며 객석에 앉았다. 하지만 쓸데없는 염려 따위 말라는 듯 낮공보다 더 좋아진 무대 위의 류배우님 덕분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첫공주부터 노선이 달라지다뇨. 회전문을 돌 수밖에 없는 연기를 펼치던 지난날의 류배우님 필모들이 아련히 떠올라 행복했다. 낮공은 세 번째 공연임에도 약간 긴장한 티가 났는데, 밤공은 몸과 마음을 다 풀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무대를 휘어잡았다. 이래서 언제나 믿고 봅니다, ..

맥베스 레퀴엠 in 정동극장, 2022.12.03 2시 류정한 맥베스, 안유진 올리비아, 정원조 뱅쿠오, 김도완 맥더프, 박동욱 로스, 이상홍 던컨, 이찬렬 맬컴, 정다예 애너벨, 홍철희 캘런, 김수종 경호원. 류맥베스 자첫. 류배우님 첫 종일반. 연극 무대의 류배우님이라니. 그것도 본인이 직접 선택한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라니. 무려 느와르에 레퀴엠이라니.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조금씩 풀리는 사진과 극에 대한 인터뷰 문구 하나하나를 부여잡고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인물을 연기하는 류배우님을 18년 지바고 이후 4년 만에 처음 만난다는 점도 마음을 설레게 했다. 대극장 뮤지컬 주연배우로 살던 배우가 중소극장 연극에 도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맙고 자랑스..

지킬앤하이드 in 샤롯데씨어터, 2022.01.30 7시 류정한 지킬/하이드, 선민 루시, 조정은 엠마. 류지킬/류하이드 자열일곱. 류선조 자셋.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완벽한 공연이었다. 17번의 관극 중 손에 꼽히게 좋은 날들이 있었지만, 그중 단 한 회차만 다시 볼 수 있다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이날을 고르겠다. 류지킬의 미모, 풍성한 음색과 변주, 귀족미 풍기는 노선과 결말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없었다. 이 극을 보며 지킬의 상황과 감정에 몰입하고 그 여운에 젖어서 커튼콜은 물론 귀갓길 내내 눈물을 뚝뚝 흘린 것도 처음이었다. 지금껏 기다려온 지킬은 바로 이런 모습이었구나. 이날의 류지킬은 연구에만 집중하며 살아온 반듯하고 단정한 상류층 지식인으로, 모든 행동에 예의와 기품이 자연스럽게 묻..